'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74

  1. 2012.12.16 쿠로바스 감상 및 잡담-2 6
  2. 2012.10.31 할로윈 특집 포스팅 2
  3. 2012.10.10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4.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5
  5. 2012.10.04 [어벤저스]천둥과 장난신 신화
  6. 2012.09.26 수급도서관-1 2
  7. 2012.09.21 [사사에리]버블티는 당분을 싣고 4
  8.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4
  9. 2012.09.05 [은혼]세계의 밤 3
  10. 2012.09.04 京極子傳 2
  11. 2012.09.01 코로바스-코로하는 농구 2 6
  12. 2012.08.28 [어벤저스]잘 자, 형 2
  13. 2012.08.21 [어벤저스]친교를 위한 한국식 만찬 -1 4
  14. 2012.08.20 [엑퍼클]수업이 없는 토요일 저녁 2
  15. 2012.08.10 [쿠로바스]코로바스-코로 하는 농구 1 10

쿠로바스 감상 및 잡담-2

너무 길어져서 새로 뺐다.

5. 사는 게 너무 빡세고 별별 일이 다 터져서 덕질을 할 수가 없어 너무 억울해서 튀어나왔다. 쿠로바스는 커녕 요새 본 작품도 하나도 없고 동네도 못 나가고 내가 서러워서.

애니는 25화를 못 보고 있다. 너무 좋아서. 동경하는 건 이제 그만두겠다니 키세 너 이자식...키세에 대해서라면 힟님 말씀하시길 쿠로코한테는 강아지고 남들한텐 개새끼라는데 사실 저런 타입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 반대인 경우라면 더 짜증나겠지만-그런 사람 아는데 진짜 상종 못할 인간이었다-그런데 키세는 그럴만하다 싶다. 쟤라고 사는 게 뭐 그리 재미있었을까. 노력하지 않아도 뭐든 할 수 있었는데. 뭐든 쉽게 되면 그 인생 짜증나서 정말로 살기 싫단 말이다. 나라고 쉽게 사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감각은 안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노력해야 되는 대상이 생겼고, 해도 안 되는 대상이 생겼다. 심지어 쿠로코는 따라할 수조차 없고, 아오미네는, 너무 빛나서 따라잡기도 무서웠었고. 그 외에도 많지. 음 솔직히 키세가 처음엔 정말 절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키세는 농구에 한해서, 기적의 세대에 한해서는 자기 본성을 드러낼 수 없겠구나 싶다. 거 왜 있잖나, 반한 쪽이 진다는 동서고금의 명언 말이다. 그게 꼭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 키세는 농구한테 반했기 때문에 농구 대상으론 밀당도 못 하고 콧대도 못 세운다. 다른 데서야 지 마음대로 하고 살겠지만 이건 그랬다간 바로 자기가 떨려나간다는 걸 아니까. 어 은근히 속시원한데 이거? 

아니 농담이고, 그래서 키세가 농구에 매진하는 모습이 좋다. 성격 나쁜 천재라도 10대는 참 좋구나 싶어서. 자기가 되고 싶은 위치를 향해 매진하는 모습은 좋은 거다. 그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 아니까 죽어라고 매달리는 키세도 좋고.

그리고 아오미네는 저 순간 제일 행복했을 거다. 자신에게 전력을 다해 도전해 오는 상대라니 아오미네가 가장 바라던 게 저거였으니까. 사실 기적의 세대가 한 학교에 모인 게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겨뤄야 될 애들이 한 편이었으니. 미도리마나 아카시는 좋았겠지만, 오히려 키세와 아오미네에게는 저게 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갈라져야 충족되는 게 있다니. 뭐 아오미네는 그런 점이 좋다. 갖고 싶은 것들이 분열되어 있어서 둘 중 하나만 가져야하고, 나머지 하나는 영원히 못 가지는 거. 그래서 아오미네가 행복하려면 카가미와 쿠로코가 필요하지만 카가미와 쿠로코와 다른 방식으로는 만날 수 없다는 거, 그게 마음에 든다. 적이 생겨 기쁘겠지만 아오미네는 다시는 쿠로코와 농구를 하는 일치감은 맛볼 수 없을 거다. 천재의 고독? 아니 그게 아니다. 일자의 고독 같은 거겠지 굳이 말하라면.

내가 그래서 아오미네를 속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게 해 보고 싶었는데. 누가 나 행사 좀 나가게 해 줘. ...가 아니구나. 나만큼 꼬인 눈으로 쿠로바스를 보는 인간도 없다 싶으니 참 이거야말로 메이저 속의 마이너네.

5-1 사실 감상 필요없고, 내가 생각하는 키세와 아오미네 관계를 완벽하게 글로 쓰신 존잘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아청법 때문에 홈페이지를 접으셔서 속상하다. 내가 그 분 글을 얼마나 좋아했는데...그 글을 보고 나는 청황 안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더러운 아청법 때문에 랑크 님이 쿠로바스 파기를 멈추시고 언라이트에 매진하사 에바자크를 미신다고 한다. 랑크 님이 11월 소년 이후로 게임 하시는 걸 처음 봤다. 나로 말하면 에바자크에바이며 자크만 충실한 미친 개고 에바만 제정신이 아니며 둘 다 군인이면 뭐든 좋으니 ...가 아니라 여기는 쿠로바스 감상 판이지.

아무튼 나도 아청법 때문에 쿠로바스 파기가 참 그런 것이다. 기껏 원고도 해 놨는데. 화흑ts로. 사실은 흑화 같은. 아까우니 제목만 공개하면 내 여자친구는 농구일진짱. 내가 인소를 썼다고. 이모티콘 남발하고 음슴체 써 가면서. 물론 나는 죽도록 건전한 전연령가로 쿠로바스를 팔 자신이 있다. 섹스의 ㅅ도 안 나오게 할 자신도 있고 연애감정의 ㅇ도 언급 안 할 자신이 있다. 그게 내 본전공이거든. 그런 거 없는 감정선 파기. 그런데, 어쩐지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손을 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 나는 내가 나를 검열하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자기검열은 살면서 충분히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왜.

사실 간만에 쿠로바스 잡담을 연 건 저거 때문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홈페이지가 없어져서, 아깝다. 어디서 뭘 쓰고 계실지, 이걸 읽어주실지 모르겠지만, 만일 보신다면 내가 그 글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5-2 그러고보니 세이린의 모델이 된 학교 입학편차치가 68인가 그렇다는데...그러면 저기 입시명문까진 안 가도 공부 잘 하는 학교란 말이잖아. 카이조도 70대고. ...그러니까 학교들이 죄다 입학편차치 60후반에서 70초반이면...공부잘 해서 중학교 입시 잘 한 애들이나 가는 학교란 말인데...거기 아오미네, 너 모모이 받들어 모시고 살아라...일본도 학력위주 사회니 네 모교가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어 줄거다. 그리고 카가미 너 도대체 입학 어떻게 했냐. 입시에 영어회화라도 들어갔냐.

작가가 공부 잘 했던 애일 거라는 생각은 보면서 계속 했다. 공부 잘 하던 아이가 묘사하는 학교와 공부 못 하던 아이가 묘사하는 학교는 전혀 다르다. 일단 단면적으로는 등장인물의 성적 묘사가. 자기가 공부를 잘 하면 공부 못 하는 아이를 잘 묘사하지 못한다. 그게 뭔지 모르거든. 카가미가 공부를 못 하게 뭐네 해도 그게 실감이 안 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머리 나쁜 애가 없다. 그리고 후지마키가 죠치 나왔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그러니 공부 잘 하는 학교 아닌 데는 묘사하기 어려운 거다.

이건 욕이 아니고, 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이야기하는 거다. 예전에 쿨핫 볼 때 느끼던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루다가 머리 나빠서 공부 못 하는 애로 나오는데 걔 말빨이 어지간한 먹물 급이시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어쩌다 보니 계속 공부해야 되는 코스로 인생진로를 잡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먹물 티가 안 나는 인간은 묘사를 못 하기 때문에 캐치한 거다.

 

4. 미도리마

미도리마가 운세 아이템에 집착하는 것은 그 애는 노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얘가 분명히 공부하다 머리 식히려고 농구를 시작했다고는 해도 얘는 농구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쿠로코도 더 나은 데서 농구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자기 위치를 낮췄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는 거고.

노력하는 애가 운세 아이템에 집착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긴 한데, 난 오히려 그 점에서 얘가 정말 죽도록 노력하는 애라는 걸 확신했다. 인간이 자기 능력만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얘 손에 붕대 감은 거 보고 알았는데 얘는 정말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은 최선을 다한 듯. 그래서 이 애는 자기 한계가 뭔지 제대로 안다. 자기 힘으로 안 되는 것, 거기 좀 많이 부딪혀본 것 같다. 다만 그걸 표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지.

차라리 표를 내 줬으면. 표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하는 거다. 그게 운세에 의지하는 것이라도. 운세에 의지하는 것 자체도 일종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매일 성실하게 라디오를 듣고, 영험한 신사에서 파는 연필을 개조하고. 그거 노력 맞다. 걔는 거기까지 한 거다. 정말 운이 나빠서 공부한 걸 못 썼다던가 하면 그것도 노력이 부족해서 대비를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좀 성실이 지나쳐서 문제가 있는 케이스고 얘는.


기적의 세대 중 미도리마, 아오미네, 키세와 쿠로코, 카가미, 휴가, 키요시 이렇게 해서 심리를 다룬 엽편을 모으면 공통의 제목을 붙일 수 있겠다. -불안- (9월 11일)


3. 아오미네 생일 썰.

이런 걸 써보고 싶습니다.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인간 실격을 읽고 어딘가에서 동류의식을 느끼는 아오미네요. 아오미네가 열폭할 애는 아니지만요. 아오미네가 생각보다 내면이 섬세한 애 같아서요.

아카시의 경우는 자기가 패왕이라는 데 절대적인 확신이 있는데, 아오미네는 뭐라고 해야 하나. 자기가 항상 이기고 있다는 거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기고 지는 승부를 넘어서는 농구를 하고 싶은데, 내심 자기한테 지는 녀석을 얕보게 되고, 그러면 재미가 없고. 하지만 자기를 이기려는 놈은 짜증나고. 그런 미묘한 심리요. 그 부분이 자기혐오와 자기애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오바 요조랑 통할 것 같아요. 결국 오바 요조는 인생을 잃었고 아오미네는 자기 그림자를 잃었죠.

사실 아오미네는 자신이 인생에서 뭔가 잃었다는 사실을 억지로 부인하고 있겠지만, 저 녀석은 즐거운 농구도, 자기와 함께 운동할 파트너도, 자신의 농구를 이해해줄 이해자도 다 잃었어요. 그러니 인생이 재미가 없지. 그래서 항상 권태로운 표정인 거죠. 그나마 카가미를 만나서 불이 붙은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요. (8월 31일)

 

2. 트위터에서 백업. 왜 아오미네는 미국에 가지 않는가.

그 농구 실력에, 일본엔 자기 상대가 없다고 맨날 투덜대고 인생 재미 없다고 그 난리면서 왜 미국에 가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던 중 떠올랐다....갔다 굶어 죽을까봐 못 가나?

아오미네는 영어를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 아마 그 녀석은 자기가 미국에 가면 사흘만에 굶어죽을 거라고 믿나본데 아니다. 토오에 이마요시가 있듯 미국엔 상냥한 흑형들이 있고,말은 안 통하지만 아오미네가 죽기 전에 농구라도 실컷 해 보고 죽자고 공을 잡고 달리는 순간, 흑형들은 아오미네에게 반할 거다. 일본 농구가 이 정도라니 멋져 놀라워! 하면서. 그리고 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배고픈 짐승같아 보이는 아오미네에게 햄버거라도 던져줄 거다. 뭐야 아무 문제 없잖아. 괜찮다 아오미네, 모모이 없어도 넌 미국 가도 안 죽을 거야. 흑형들이 잘 돌봐 줄거다.

....이런 뻘생각을 해 보았다. 저 아오미네 좋아합니다. (8월 21일)

 

1. 쿠로바스를 한국 버전으로 번안 내지 각색한다면

-농구부가 전멸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이면 세이린이 그럭저럭 평균은 되는 인문계 고등학교인 거 같은데,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교 운동부 빼고 저런 대회 나가는 애들이 있기는 한가. 아니 그 전에, 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저렇게 활발하게 할 수 있나? 한국 학교에서 잘 되는 동아리활동이라 해 봐야 끽해야 방송반(...) 독서토론 동아리(...) 그거 말고 뭐 있는데. 아 영어연극 동아리나 뭐 그런 스펙쌓는 동아리는 되지 참. 그러면 세이린에서 농구할 수 있는 애는 카가미 뿐이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저 정도 성적 되는 애들이 농구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키요시가 농구부를 만들려고 하는 순간 학주가 와서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헛짓 하냐고 애를 야단친 다음 집에 전화해서 기를 꺾어놓을 거다. 그리고 그거 나오지. 농구는 점심시간에 그냥 운동삼아 하는 건데 왜 힘을 빼냐, 대학 가서 하면 될 거 아니냐.

그러니까 바카가미(...)랑 아호미네(...) 빼고는 농구부에 들어갈 애가 없다. 만화가 성립할 수 없겠구나 하하하; (8월 13일)

'보고 듣고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레베카  (0) 2013.04.14
3월 말 잡담  (0) 2013.03.31
할로윈 특집 포스팅  (2) 2012.10.31
쿠로바스 썰 겸 잡담-1  (6) 2012.08.08
샌드맨  (2) 2012.07.29

할로윈 특집 포스팅

西山日沒東山昏

서산에 해 저물고 동쪽 산이 어둑해지면

旋風吹馬馬踏雲 

회오리바람 불어 아지랑이 일고 귀신이 구름을 밟으며 온다 

畵絃素管聲淺繁 

비파 소리 피리 소리 귀에 스산한데

花裙綷縩步秋塵 

무녀가 보얀 먼지, 바스락 소리 일으키며 춤을 추면

桂葉刷風桂墜子 

계수나무 잎사귀 바람에 쓸려 열매마저 떨어지고

靑狸哭血寒狐死 

질린 살쾡이가 피토하며 울고, 겁먹은 여우가 죽어가고

古壁彩虯金帖尾 

낡은 벽에 그려진 금빛 꼬리 이무기를

雨工騎入秋潭水 

우레의 신이 타고 차가운 연못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百年老梟成木魅 

백년 묵은 올빼미도 나무 귀신이 되어

笑聲壁畵巢中起 

킥킥대는 웃음소리, 푸른 도깨비불 둥지에서 일어난다


-神絃曲(신현곡), 이하(李賀 : 790~816)


할로윈을 맞아 2년 전에 해석해놓은 걸 찾아왔습니다. ...저 한문 잘 못 해요. 그러니까 원문 읽으세요. 중국어 아시는 분은 성조 살려 읽으세요. 전 모르는데 이거 성조 살려서 읽으면 분위기가 꽤 싸하다고 하던데...

'보고 듣고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레베카  (0) 2013.04.14
3월 말 잡담  (0) 2013.03.31
쿠로바스 감상 및 잡담-2  (6) 2012.12.16
쿠로바스 썰 겸 잡담-1  (6) 2012.08.08
샌드맨  (2) 2012.07.29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긴상, 사실 내가 널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사람들이 내가 쓰는 글 네타 듣고 당신 최애캐가 긴상이 아니라고 그런다- 아무튼 축하는 해 주마.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2013.01.03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은혼]세계의 밤 5

이제 정말 비축분이 다 떨어졌습니다. (묵념)

전에 썼던 내용을 수정했고요 이 뒤는 이어서 쓰고 있습니다. 책은 어떻게 나올지 생각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2013.01.03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2012.10.10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京極子傳  (2) 2012.09.04

[어벤저스]천둥과 장난신 신화

겨울은 길다. 짧은 봄, 여름, 가을 내내 물고기를 잡고 바닷표범을 잡고 새를 잡아다 놓고, 겨우 양파며 감자 같은 것들을 어떻게 키워낸다. 그것들을 가죽까지 삶아먹고 굶어죽어갈때쯤 겨우 봄이 돌아오면, 다시 죽어라고 물고기를 잡는다. 춥고 먹을 거 없는 땅에 사는 사람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게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덜 굶주릴텐데. 어릴 때 할머니께 세상은 왜 이렇게 춥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어느 두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따뜻한 곳이었단다.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신들께 기도를 올렸어. 어느 장난을 좋아하는 신이 우리의 기도를 듣고, 세상을 자루 속에 담아갔단다. 신은 자루를 지고 열심히 걸어갔지. 항상 더운 나라를 지나가다 물었어. 여기가 좋으냐? 우리는 고개를 저었지. 그럼 더 추운 데로 갈까. 신은 다시 자루를 짊어지고, 추운 산을 넘어 추운 계곡을 따라 걸어갔어. 신이시여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가시나요? 얼음밖에 없는 땅으로 간다. 거기는 너무 추워서 양파도 심을 수 없고 새들도 날아가다 얼어죽지. 우리는 그제서야 신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비탄에 차 울부짖었대요. 그때였어. 장난을 좋아하는 신은 무서운 천둥신을 형으로 두고 있었단다. 천둥신은 동생이 자루를 지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동생을 천둥과 번개를 부르는 큰 망치로 때렸어. 동생 신은 넘어졌고, 그때 자루에 들어있던 세상이 튀어 나와, 추운 계곡에 자리잡게 된 거지. 그래서 우리는 추운 세상에 살고 있단다. 그런 긴 이야기였다.

나는 할머니께 물었다. 그럼 천둥신 때문이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그런데 왜 우리는 천둥신에게 매년 봄마다 좋은 곰고기를 올리면서 제사지내요?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안 그랬으면 우리가 더 추운데서 살았을 수 있기 때문이지. 그분이 우리를 구하신 거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파와 감자가 나는 땅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으니. 올해 제사에는 천둥신에게 좋은 고기를 바쳐야겠다고 결심했다.


------------------------------------------------------------


로키는 기분 좋게 가벼운 자루를 메고 걸었다.

자루 속에는 갓 잡은 세상 하나가 들어있었다. 의외로 분자 사이의 공간을 제거하면 압축은 쉬워진다. 마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별 게 아니다. 다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같다. 큰 마법이라 공이 많이 들어갔고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많았지만 그런 것쯤 참을 수 있을 만큼 기분이 좋았으므로, 로키는 자루를 메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세계의 신이 된다니 기분이 상쾌했다. 

경배와 칭송은 좋은 것이다. 미드가르드의 어느 미개인들이 척박한 사막이 싫다고 구원을 요청하는 기도를 하길래 장난 삼아 좀 과한 연출을 하며 내려갔더니, 드디어 신이 내려오셨다며 광란에 가까운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한 점 의심 없는 경의와 애정, 순수한 존경과 충성에 로키는 그만, 그렇다면 이들에게 새 세상 정도는 마련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들의 불만은 요약하자면 여기는 너무 척박하고, 물도 없고, 덥다는 것이었다. 음 척박하지 않고 물도 많고 덥지 않은 곳...하던 로키는, 딱 좋은 곳을 떠올렸다. 사막을 지나 대륙을 따라 가다보면, 적당히 추운 산간지대지만, 땅은 비옥하고, 소들이 잘 자라고, 늘 푸른 곳이 있었다. 그들에게 한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 너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리라 하니 가엾은 미개인들은 미친 듯 좋아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저 머리를 조아리니 기뻤다. 그래서 조금 거창한 마법으로 그들을 자루에 담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다만 가던 길에, 잠시 마법에 필요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 바이킹들의 땅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의 땅에는 항상, 시끄러운 형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약초를 뜯어 오는데 저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형이 미드가르드인들에게 경배받으며 요란하게 먹고 마시는 잔치였다. 그러고 보니 하지였다. 항상 하지가 되면 잔치가 벌어진다고 좋아했었던 기억이 나며 로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형은 항상 소란스럽다.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얼른 지나가려는데, 자신이 이곳에선 너무 눈에 띄었나보다. 형제가 와하하하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아우야! 미드가르드에서 만나니 반가움 한량 없다! 이리 와 한 잔 하자!"

올파더시여, 왜 저건 힘도 짐승 같고 눈도 짐승 같으며 감도 짐승에 가까운지요. 그 멀리서 어떻게 자기를 봤는지도 모르겠고, 그 멀리까지 어떻게 그렇게 소리지르는지도 모르겠다. 로키는 못 들은 척 걸어갔다. 

"어이, 로키! 너 이녀석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게냐?"

토르가 뛰어오는 것도 같았지만, 잔치상을 두고 설마 여기까지 오려고. 로키는 그냥 걸었다. 이제 추운 땅을 지나 조금만 가면, 이들을 풀어줄 좋은 땅이 나온다. 초록색 잔디, 파란 하늘, 좋은 공기. 뭐 그런 것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바칠 순수한 경의와 존경. 일만 잘 되면 나는 미드가르드의 한 쪽에서는 신으로 숭배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잠시 경계가 느슨해졌나보다. 로키는 투구를 쓴 머리가 둘로 쪼개지는 고통을 느끼고 바닥에 넘어졌다. 형에 대한 분노보다 먼저 로키의 머리를 차지한 것은 아득한 절망감이었다.  

자루 속의 세상이, 펠리컨이 생선 뱉듯 바닥에 튀어나와 널부러졌다.


오 안 돼. 이럴 순 없어. 로키는 망연자실했다. 어느새 자루 속에서 나온 세상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고, 기대에 차서 뛰쳐나온 부족민들이 생전 처음 겪는 추위에 분노하여 우왕좌왕하며 공황상태에 빠져있거나 자신에게 욕을 퍼붓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절망과 분노를 담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로키는 털썩 주저앉았다. 간만에 받아보는 경의였는데!

"오호, 갑자기 사람들이 생겼구나. 이건 무슨 마법이냐 아우야?"

그리고 등 뒤에선 완전히 신기한 얼굴로 눈이 동그래져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보며 웃고 있는, 그의 웬수 같은 형이 있었다. 

"안 오길래 화가 나 묠니르를 던졌다만, 이런 재미있는 게 있었으면 나를 부르지 그랬니."

로키는 바닥에 떨어진, 그리고 다시 형의 손으로 돌아간 그 망할 망치를 쳐다보고,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고 있는 형을 한 번 쳐다보고, 머리를 짚었다.

"토르 너 이 멍청하기는 양과 같고 성질 더럽기는 사갈 같은 놈아!!"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만 분노한 로키가 토르에게 창을 던졌고, 거기서 간만에 형제 싸움이 거하게 벌어졌으며, 당연히 토르가 이겨서 로키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부족민들은 갑자기 추운 데 떨어져서 자신들의 신을 욕하다 보니 다른 신이 자기들의 신을 두들겨 패서 끌고가는지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신앙을 만드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그 신은, 추위도 덜 탈 거 같이 입었고 말이다.

그것이 어느 에스키모 부족의 창세 신화에는 전해지지 않는, 보통 아는 사실과는 조금 다른 진실이었다.

수급도서관-1

없어진 책, 오래된 책, 이름만 전해지는 책들이 있는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희한한 책들이. 무라사키 시키부가 직접 필사한 겐지모노가타리의 가장 오래된 판본이나, 봉산학자전이 실려있는 방경각외전이나, 한 번도 발간된 적 없는 생 폴 루의 시집이나, 윤동주의 미발표 유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책을 봤다는 사람도, 도서관에 갔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다.



도서관은 무척 고풍스러웠다. 오래된 집을 개조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행랑채가 있고, 거기에 접수/반납/대출이라고 적힌 현판이 보였다. 이 집안에 몇 백년 내려오던 책을, 희귀본도 가리지 않고 읽게 해 준다고 한다. 그냥 그런 이야기만 들었다. 더 이상한 책이 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지만, 더 자세한 건 묻지 못했다. 말하는 사람이 꺼려하는 분위기라. 소문들은 대개 헛소리고 험담이지만, 찌든 얼굴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끔 꽤 건질 만한 것도 있다. 그들은 절실하기 때문에 소문에도 매달리기 마련이라서. 그리고 정말로, 오래된 기와집들 사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청지기가 사는 행랑채였을 방의 들창을 두드렸다. 간유리가 끼워진 창이 열리고 반백의 머리를 곱게 쪽진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흰머리 치고는 굉장히 젊어보이는 얼굴이었다.  보통 잘 입지 않는 명주저고리에 요즘은 하지 않는,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쪽진 머리에 플라스틱인지 옥인지, 하얀 비녀가 주름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사서인 것 같은 여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이쪽을 쳐다보았다.

"저, 책 볼 수 있어요?"

"잘 안 들리는데. 창문 좀 더 열어봐요. 그리고 어떤 책 찾아요? 우린 폐가식이우."

나는 들창을 좀 더 밀어서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적인 수면의 꿈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착각에 대한 연구와 논쟁> 1907년판이 있..."

패기있게 책 제목을 말하려던 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들창을 너무 세게 열었는지 방 안이 잘 보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서의 얼굴 뒤로 사람 머리가 보였다. 머리 밑에는 몸이 없었고, 머리는 시퍼랬다.

"그래서, 읽고 가시게, 아니면 대출하시게?" 

내가 마루에 주저앉아 입을 뻐끔거리거나 말거나 사서는 평온하게 물었다. 

"...머, 머, 머.....머!" 

"한국말 몰라? 머리? 에이 뭐 새삼스럽게. 오늘 처음 오셨나보네. 참 우린 대출할 때 각서 쓴다오. 확인해 보구려."

구식 말투를 쓰는 사서는 얇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신명조 9포인트로 인쇄된 약관이 빼곡하게 적혀있었고 나는 정신없이 한 단어를 찾았다. 대출 기한은 한 달로 하며 연체시 사서의 처분이 따를 수 있다...희귀본의 경우 파손 및 두 달 이상 연체시 수급으로 보상을 대신함. 

세상에.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사서는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놀라긴. 세상엔 의외로 많다우. 수급을 걸고서라도 책을 못 봐서 난리인 희한한 족속들이. 그래서, 읽고 가시나?" 

"아, 아니요. 다음, 네, 다음에 올게요." 

나는 횡설수설하며 마루에서 내려갔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책 목록 있으니 가져가서 보고 다음에 또 오슈." 

다음이 있겠냐. 나는 중얼거리면서 무심코 마루에 놓인 두툼한 도서목록을 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갔다. 긴 골목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하철 안에서 도서목록을읽고 있었고, 그리고 발견했다. <球陽拾遺>...실전된 줄 알았던 책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수급 정도는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아찔했다. 이러다 죽지. 역시 책 따위 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자신을 세뇌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이틀 후, 다시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쓰고 만든 것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동네 마마님 - 1. 자청비  (0) 2013.06.30
종말까지 앞으로 5분  (0) 2013.01.03
라푼젤, 라푼젤!  (0) 2012.07.21
뿌리면 뿌린대로  (0) 2012.07.21
지상의 마지막 오후  (2) 2012.07.21

[사사에리]버블티는 당분을 싣고

사사에리입니다. 제가 밀고 있는 사사즈카 형사님과 에리 님의 커플이지요! 리퀘 받은 걸 이제 쓰네요! 버블티 먹다가 형사님이 이거 드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썼는데 에리 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수사 1과에 대한 것은 에리 님이 알려주신 수사1과 조직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건 제 창작입니다. 혹시 원작 설정이랑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건 찔러주세요.

자 이것으로 글빚은 대략 청산했으니 이제 원고에 매진해야겠습니다. 동네에 부스 낼 거예요. 



'쓰고 만든 것 > 남의 드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로바스]대부  (0) 2015.03.29
[쿠로바스]반숙노른자  (0) 2013.03.31
[타이바니]가정적인 남자  (2) 2013.03.31
[사사에리]당신의 번역가  (0) 2013.03.19
[쿠로바스]여수밤바다  (2) 2012.08.07

[은혼]세계의 밤 4

사카타 긴토키 진선조 부장 설정입니다. 전체주의국가 일본과 어용경찰 진선조가 나옵니다.

고문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쓰는 사람 능력이 부족해서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고어에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2012.10.10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京極子傳  (2) 2012.09.04
[은혼]세계의 밤 2  (0) 2012.08.06

[은혼]세계의 밤 3

비축본에 수정을 좀 했습니다. 얼마전에 본 필로우맨이 약간 도움이 되네요.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京極子傳  (2) 2012.09.04
[은혼]세계의 밤 2  (0) 2012.08.06
[커우신]죽음과 커피신  (0) 2012.08.01

京極子傳

관구[각주:1]가 마음에 병이 있어 늘 깊이 탄식하며 세상을 멀리하며 괴력난신과 이매망량에 대한 책을 즐겨 썼다. 그의 벗들이 때로 즐겨 돕고 때로 한탄하며 나무랐다. 울증이 있어 세상을 멀리하나 친구의 집만은 간혹 방문하여 괴력난신과 이매망량에 대해 물으니 이가 경극자다. [각주:2]

(중략)

경극자 가로되 "세상에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였다. 관구가 묻기를 "허면 자네가 신사의 신주를 맡는 까닭은 무엇이며 자네가 주술을 말함은 어찌된 일인가?" 했다. 경극자가 눈을 흘기며 가로되 "지금까지 비유하여 설명하기를 수 차례 하였으나 오히려 질문을 하니 이는 어찌된 연유인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니 말하여 무엇하리오." 하였다. 관구가 더 물으려 하였으나 경극자는 책을 읽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관구가 하릴없이 일어나 문을 나와 언덕길을 내려오다 어지러워 넘어졌다. 탄식하며 가로되 "이는 경극자의 술수로다." 하였다.

훗날 탐정[각주:3]을 만나 이 일을 말하자 탐정이 웃으며 가로되 "그것은 언덕의 미치는 바요 경극자가 한 일이 아니다. 경극자는 방에 틀어박혀 책읽기만 일삼으니 책 먹는 요괴라 요괴가 어찌 사람을 어지럽게 하리오." 관구가 탐정에게 "경극자는 요괴가 아니고 당신의 구제고교 후배이니 말이 너무 과합니다."라 하였다. 그러나 탐정은 큰 소리로 웃으며 "밤낮 부모상을 당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자가 어찌 인간이겠는가. 또한 그는 요괴가 없으며 이상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논리를 들어보면 궤변이고, 긴 문장과 교묘한 말솜씨로 사람의 혼을 빼놓고 정신을 흐트려 그 뜻을 이루는 바이니 참으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하였다. 관구가 항의하여 말하기를 "그러나 당신은 경극자와 더불어 온갖 일에 참여하며 경극자의 일을 돕습니다. 어찌 사람으로 요괴의 일을 돕습니까?" 했다. 탐정이 더욱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리석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거늘 어찌 인간의 잣대로 나를 판단하는가." 관구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심심했습니다. 무슨 이야긴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주석

  1. 1. 관구는 왜국 동경 사람이다. 성이 관구(関口)이고 이름은 선(巽)이다. [본문으로]
  2. 2. 경극자는 성이 중선자(中禅寺), 이름은 추언(秋彦)이고 왜국 동경 사람이다. 이명은 경극당(京極堂)이다. [본문으로]
  3. 3. 탐정은 서역에서 유래한 직업으로 일의 전후사정을 밝혀 죄인을 찾는 자다. 공안소설의 주인공과 동류이다. 여기 나오는 탐정은 성을 가목진(榎木津), 이름을 예이랑(礼二郎)이라고 쓰는 인물로 왜국 동경 출신이다. 관구, 경극자와 함께 수학하였다. [본문으로]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은혼]세계의 밤 2  (0) 2012.08.06
[커우신]죽음과 커피신  (0) 2012.08.01
[은혼]세계의 밤 1  (2) 2012.07.23

코로바스-코로하는 농구 2

앜스 양이 리퀘를 받아줘서 코로바스를 그려주었습니다. 앜스 양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무라사키바라가 예뻐요. 이마요시는 멋있고.

 

 

 

"그러고보니 흑자가 방어를 잘 먹지?"

김준일, 서울대공원 사육사, 2년차.  농구가 하고 싶었으나 인문계 갈 성적 되는 놈이 무슨 운동이냐는 높으신 분들의 말씀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육사가 되어 있더라는 비운의 청년. 오늘도 기운차게 우리를 청소하고, 수조를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다 우주에서 제일 무서우신 나이는 동갑인데 하늘같은 선배라 서로 반말하며 잘 놀다가도 뻑하면 응징의 펀치를 날리는 사육사 3년차 류아이다-아버지가 오페라 팬이라고 한다. 원래는 춘희라고 짓고 싶었는데 그 이름을 올리는 순간 어머니가 아버지를 반 죽이셨단다.- 선배님께 혼나기도 하는 비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개 우리 청소를 하다 오늘도 밥을 남긴 흑자를 보고-입이 짧아서 생선도 많이 먹지도 않고, 그나마 좋아하는 종류도 많이 먹지를 않았다. 큰 생선은 물개답지 않게 잘라서 먹기도 했다- 묻자 흑자는 푸르스름한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뀨뀻. 뀨우."

(괜찮아요. 많이 먹었습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가뜩이나 먹지 않는 흑자가 밥을 남긴 것을 알면 아이다 선배한테 맞아죽으리라. 직감한 사육사 청년은 공포에 떨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흑자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뀨...뀻뀻, 뀨우우우, 뀻. 뀨뀻. 뀨우욱, 휴우....뀻, 뀨꾹?"

(아뇨. 아까 옛친구들이 선물이라고 한아름 주고 갔습니다. 언제 다 먹을지...사육사님 드시겠어요?)

잘 보니 양동이 안엔 못 보던 생선이 들어있었고, 심지어는 담아주지도 않은 쭈꾸미도 들어있었고, 양동이 옆에는 비닐봉지가 두 개, 생선토막과 과자봉지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는 분리수거도 해 놓았다. 사육사 청년은 아까 동물원을 휩쓸고 간 알록달록한-그렇다. 물개 주제에 알록달록했다. 심지어 원색이었다.-물개들을 떠올렸다.

"...아까 걔들 뭐냐?"

"뀨, 뀨우웃, 뀨뀻, 량태, 뀻, 뀨우욱 뀩, 청봉이, 뀨웃 뀻, 뀨뀨뀻, 진태, 뀻뀨우웃, 자원, 뀻- 어...아카시, 뀻뀻."

(방어를 가져온 건 량태 군입니다. 음, 그걸 뺏어서 준 게 청봉 군이네요. 럭키아이템 문어 대신 쭈꾸미를 주고 간 게 진태 군이고요. 과자는 자원 군이 주고 갔고요. 어 그리고 아카시 군은 정리를 해 줬어요.)

"이름이 다 왜 그래? 에버랜드는 동물 이름을 왜 그리 성의없이 지어. 그리고 아카시만 왜 일본이름이야!"

"뀻....뀻뀨웃. 뀨욱, 뀩뀩."

(그거야...로컬라이징이 힘드니까요. 대충 넘어갑시다.) 

흑자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사육사 청년은, 자기보다 분리수거까지 훨씬 잘 하는 물개들의 작태를 떠올리고 한숨을 지었다. 그녀석들 생선은 어디서 구해왔나.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시장?

"분리수거는 또 어떻게 알았어..."

"아카시 뀻, 뀨웃."

(아카시 군이 살림을 잘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뀻뀻웃? 뀻."

(기적의 세대잖아요? 괜찮아요.)

괜찮긴 개뿔! 어이쿠 이것 봐라. 물개놈이 은근히 사람 갖고 장난친다? 사육사 청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내가 아오, 2년차 막내라고 이러고 사는데 나도 성질 있다고. 무슨 어패류들이-물개가 어패류는 아니다-사람을 갖고 놀고 앉아있어? 그는 안경을 벗고, 눈을 내리깐 다음 목소리도 같이 깔며 질문했다.

"야 흑자, 하나 짚고 넘어가자."

"...뀻?"

(...뭐죠?)

심상찮은 인상에 흑자가 몸을 움츠렸다. 사육사 청년은 더더욱 음침해진 얼굴로, 작업복 소매를 걷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 바른대로 고해라. 사실은 사람말 다 할 줄 알지?"

"뀻뀻."

(말로 합시다.)

"이것봐, 말도 다 알아듣고 대답도 하잖아! 어디서 뀻이야 뀻은! 사람 말 할 줄 알면서 귀여운척 해서 무마할 생각 하지 마! 너희 사실 다 물개도 아니지! 세상에 뭔 놈의 물개가 코로 농구야, 공으로 재주나 부리지. 너희 농구 잘 해서 기적의 세대 아니지? 물개 주제에 사람 같이 굴어서 기적의 세대 아냐? 솔직히 불어!"

"뀻?"

흑자는 매우 쓸데없이 귀여운 동작으로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 귀여움에 그만 가슴이 두근거린 사육사 청년이 머뭇거리는 동안 잽싸게 미스디렉션해버렸다. 남은 것은 생선이 남아있는 양동이 뿐. 사육사 청년은 뒷목을 잡았다.

----------덧

코로바스의 물개 이름은 쿠로코도 좋고 흑자도 좋습니다. 사실 다 로컬라이징하고 싶었는데 아카시가 어려워요.

서울대공원 사육사니까 한국이름을! 휴가는 본명의 한자를 최대한 살려보았습니다. 리코는...카타카나 이름이라서 그냥 성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애 이름이 아이다면 어릴 때 놀림 많이 받았을 거 같지 않나요.

주장을 놀려먹는 쿠로코는 캐붕감이지만, 애초에 사람이 물개가 된 것부터 심각한 캐붕입니다. 그러니 막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벤저스]잘 자, 형

마사 노먼 원작의 잘자요, 엄마('Night, Mother)를 바탕으로 하는 희곡입니다. 그러고보니 은혼에서도 한 번 했었죠 이거.

이야기를 듣고 같이 이 설정으로 글을 쓰기로 해 주신 라일라 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덕분에 다시 이걸 보고 새로 쓰게 됐어요.

토르와 로키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희곡은 제가 아는 중 가장 비극으로 꼽는 희곡입니다.



[어벤저스]친교를 위한 한국식 만찬 -1

미완성이지만 일단 올립니다. 그래야 뭐라도 쓸 거 아니에요. (7월 21일)

앞부분을 약간 고쳐서 수정한 김에 1편 뒤에 덧붙인 내용을 추가해서 올렸습니다.

[엑퍼클]수업이 없는 토요일 저녁

강하원 님 리퀘로 받았던 글입니다. 찰스와 에릭이 나오는 글이라고 하셔서 선생노릇하는 찰스 이야기 써 드리기로 했는데 사실 여기 나오는 찰스가 선생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늦었지만 8월 2일 생일도 다시 한 번 축하드려요.

[쿠로바스]코로바스-코로 하는 농구 1

썰로 풀었던 코로바스-코로 하는 농구입니다. 기적의 세대가 물개, 카가미가 바다표범이라는 설정입니다.

무대는 서울대공원. 전국의 모든 공원과 아쿠아리움은 다 나올 예정입니다. (이 설정은 힟님 썰을 차용했습니다.)

 

서울대공원에 못 보던 물개가 한 마리 늘었다. 이름은 흑자(黑子)라고 부른다고 했다. 에버랜드에서 서울대공원에 넘긴 물개였다. 이 녀석이 있으면 동물원에 좋은 일이 있을 거라며, 생긴거나 크기나 재주에 비해 비싼값을 받고 팔았다고 했다. 사육사들에겐 이 물개를 잘 가르쳐 입장료에 기여하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조그맣고, 잘 먹지도 않는 물개라고 해서 사육사들은 흑자가 들어오던 첫날부터 좋아하는 생선을 준비하느라 애를 먹었다.
-에버랜드면 기적의 세대가 있는 동물원 아냐?
뭘 좋아할지 모른다며 꽁치, 고등어, 청어, 양미리, 그 외 여러 생선이 가득 든 양동이를 운반하던 남자 사육사가 손에 뭔가 들고 한참 기록하고 있는 여자 사육사에게 물었다.
-응. 저녀석도 올해 두 살이래. 기적의 세대라는 이야기지.
-그런데 에버랜드에서 왜 기적의 세대를 다른 동물원으로...
-아 회장님이 물개보다 사자라고 했대.
-빌어먹을 천민자본주의....헉 큰일났다!
-왜?
-흑자가 없어졌어!
사육사는 양동이와 수첩을 떨어뜨리고는 머리를 싸잡고 절규했다.
-이상하다, 문도 닫혀 있었는데 어디갔지. 흑자? 흑자야- 어딨어?
두 사육사는 넓지도 않은 물개 우리를 이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남자 사육사가 수조에 뛰어들어가겠다고 옷을 벗고 있는데, 등 뒤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뀻.
(여기 있어요)
-흐아아아악!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분명히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하늘빛을 띤, 엷은 회색 피부를 한 조그마한 물개가 파르스름한 눈을 들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놀란 남자 사육사가 물에 빠지는 소리 빼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여자 쪽이 얼빠진 얼굴로 소리쳤다.
-어? 어? 아무리 뒤져도 없었는데? 흑자 너 어디 있었어?
-뀨우우웃.
(아까부터 있었는데요.)
조그마한 물개는 조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하고, 양동이에 든 생선 중 방어를 찾아내 앞발로 잡고 먹기 시작했다.

------------

남자 쪽이 휴가, 여자 쪽이 리코입니다.

새벽에 일 하다가 미쳐서 끄적거리고 갑니다. 사람이 며칠째 같은 작업물만 잡고 있다보면 돌게 마련...정신차리면 좀 수정보고 다듬고 보강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