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에리입니다. 제가 밀고 있는 사사즈카 형사님과 에리 님의 커플이지요! 리퀘 받은 걸 이제 쓰네요! 버블티 먹다가 형사님이 이거 드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썼는데 에리 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수사 1과에 대한 것은 에리 님이 알려주신 수사1과 조직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건 제 창작입니다. 혹시 원작 설정이랑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건 찔러주세요.
자 이것으로 글빚은 대략 청산했으니 이제 원고에 매진해야겠습니다. 동네에 부스 낼 거예요.
에리와 사사즈카가 같이 밥을 먹는 것은 의외로 드문 일이었다. 번역가와 형사는 근무시간 때문에 서로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다. 이번에는 에리가 일 때문에 근처에 왔다 마침 점심시간이 겹쳐 정말로 간만에 둘이서 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역시 서로 또 일이 생기는 바람에 밥을 먹기는 애매하고 그냥 가기엔 아까울 정도의 시간만 남았다. 둘 다 밥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팠고, 에리가 그러면 식사 대신으로 차라도 한 잔 하면 어떻겠냐고 말했고, 사사즈카는 우롱차를 주문했다. 잠시 후, 얼굴이 조금 발그레해진 에리가 이상하게 굵은 빨대가 꽂힌 플라스틱 컵 두 개를 들고 왔다. 그런데, 빨대 말고도 위화감이 드는 컵 안의 내용물 때문에 사사즈카는 에리가 내민 것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평범한 테이크아웃용 플라스틱 컵 안에 차가 들어 있었다. 동글동글한 까만 덩어리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었고, 차가운지 표면엔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바닥에 개구리알이…….”
“아니에요! 타피오카란 말이에요!”
에리가 끔찍한 소리를 다 들었다는 듯 바로 받아치고는 얼른 말투를 바꿔 다시 입을 열었다.
“타피오카라고, 전분 비슷한 걸로 만든 거예요. 쫄깃하니 먹을 만해요.”
자세히 보니 개구리알 치고는 검은 덩어리는 탄력성이 있어 보였다. 그렇다고 해도 전분덩어리가 가라앉아있는 차라니 금시초문이라 사사즈카는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저 당황스러웠다.
“난 우롱차라고 했는데.”
사사즈카가 어물거리자 에리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히 사 왔나 하는 표정이었다.
“우롱차 버블티예요. 식사 제대로 못 챙기신 것 같아서…….”
에리는 드물게 말끝을 흐렸다. 사사즈카는 잔 밑에 가라앉아 있는 타피오카 덩어리를 쳐다봤다. 그리고 에리의 얼굴을 보았다. 여기까지 신경써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참 낯설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색하거나, 이상하거나, 껄끄럽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사즈카는, 조금은 기쁘고, 약간은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빨대가 굵은 이유를 알겠네. 그냥 마시면 되는 거 맞지?”
“네!”
에리가 기쁜 얼굴로 웃었다. 사사즈카는 빨대에 입을 댔고, 그리고 차가운 우롱차와 함께 말랑말랑하고 동그란 것이 입 안에 들어왔다. 깨물자 은은한 단맛이 입 안에 퍼졌다. 소박하지만 독특한 맛이 있어서 아, 그렇구나. 이걸 나한테 먹여주고 싶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한참 우물우물 타피오카를 씹던 사사즈카가 불쑥 입을 열었다.
“……맛있네.”
“정말요?”
에리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웃었다. 그리고 사사즈카는 차와 함께 타피오카 펄을 우물우물 씹으며 수사 1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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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후.
“있지 여기 버블티 짱 맛있다?”
사토 이즈미. 평범한 대학 2학년. 그저 버블티 한 잔을 마시러 학교 앞 유명 체인점에 친구와 함께 들렀을 뿐이다. 아버지가 형사라 집에서 얼굴 보기 힘들다는 점을 빼면 그야말로 평범하디 평범한 삶을 구가하던 그녀의 앞에 평생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렇다, 이즈미의 아버지다. 도쿄 경시청 수사 1과 살인범수사계 소속 사토 아키오 형사. 뒷골목에 세워놓으면 야쿠자들보다 더 뒷골목 사람 같고, 자랑은 아니지만 큰 사건이 있을 때 검문에도 걸린 적이 몇 번 있다. 이즈미가 초등학교 땐 학부모 참관 때 학교에 왔다 교실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고, 한동안 이즈미는 야쿠자의 딸이라는 소문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아버지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한 손에 색도 곱고 예쁜 히비스커스 버블티를 들고 있었다. 사이즈업한 큰 플라스틱 잔이 솥뚜껑같은 손 안에서 앙증맞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남자는 아예 포장된 컵을 가득 담은 쇼핑백을 들고 빨대를 따로 챙기고 있었다. 사토 아키오 형사는 눈을 꿈벅꿈벅하고, 딸을 한 번 쳐다보고 자기 손에 들린 버블티를 한 번 쳐다보더니 얼른 잔을 등 뒤로 숨겼다.
“헐? 아빠?”
당황한 표정으로 눈만 깜박거리던 아키오는 말을 더듬다가 갑자기 소리질렀다.
“어 그러니까, 어, 음. 음. 너 학교는!”
“공강시간이잖아!”
아키오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원이 전화기 쪽으로 슬금슬금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마 경찰에 신고하려는 거겠지. 이 아저씨가 경찰이랍니다. 이즈미는 아버지의 표정을 잘 알았다. 잘못했을 때 야단치려는 표정이 늘 저랬다. 게다가 뭔가, 지금은 거기다 다른 게 하나 더 붙어 있었다. 뭔가 찔려서 먼저 선수를 치려는 표정 비슷한 거.
“고등학교에 공강이 어디 있냐, 거짓말 하지 마!”
“아빠 나 대학 입학한지 1년 됐어!”
“……아차.”
험한 얼굴로 딸을 추궁하던 아키오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내 입학식 날도 안 왔고 고등학교 졸업식 땐 내가 졸업하는 줄도 몰랐지. 저 전형적인 아저씨가. 이즈미는 뒷목을 잡고 싶었다. 그런데 저 아저씨가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엄마? 나 밖에서 아빠 만났다? 근데 아빠가 금연한대! 정말이야! 금연한다고 버블티 마신다니까. 대~박. 암튼, 금연한다니까 우리가 아빠를 도와야지 그치? 응, 응. 그치그치. 엄마 똑똑하다. 일단 담배가 발견되면 벌금이 천 엔이고 담배 냄새가 나면 음, 밖에서 배일 수도 있다고 우길 거 같지? 봐 주자. 300엔. 음, 그리고 또 뭐 있지?”
사토 아키오 형사, 월급을 탈탈 털릴 위기에 봉착했다. 손에 든 히비스커스 버블티 잔이 힘을 받아 터지기 직전, 옆에서 공기가 되어 있던 후배-이노구치라는 이름이 있지만 넘어가자-가 옆구리를 찔렀다.
“아 선배님, 아까운 차 쏟겠슴다. 그러게 그냥 사실대로 말하지 그래요?”
“시끄러 임마. 잠복근무할 때 이런 거 먹는다고 어떻게 말하냐, 모양 빠지게.”
이 시대의 서투른 아버지 사토 아키오의 비극은 그렇게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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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다시 두 달 전으로 돌아간다.
전날 낮에 잠깐 나갔다 야근을 한 사사즈카가, 다음날 회의시간에 정체불명의 음료를 가지고 나타났다. 시커먼 아저씨들의 관심이 모두 그 음료에 쏠렸다. 이상한 게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떡은 뭐유?”
“이거 버블티라는 겁니다.”
“요새 애들은 마실 거에 떡을 넣어 먹나? 그거 희한하네.”
시커먼 아저씨들이 죄다 한 마디씩 떠들어댔다. 살인범수사3계 계장 우치야마 테츠야는 사사즈카에게 눈짓을 했다.
“이게 뭔가.”
“설명드리자면 이건 제가 어제 우연히 마시게 된 음료입니다. 버블티라고 하는 것인데 안에 든 덩어리는 섬유질이 많고 차에 열량이 제법 되지요. 그래서 먹으면 배도 부르고요.”
사사즈카는 타피오카니 전분이니 하는 말은 빼고, 거친 형사 나으리들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 옆에서 아저씨들이 우연히가 아니잖아 지나가다 봤는데 웬 이쁜 아가씨랑 같이 마시고 있었어. 아, 그 아가씨? 전에 봤어. 야 짬내서 데이트냐, 좋겠다 하며 수군수군거렸다. 사사즈카가 퀭한 눈으로 옆을 째려보자 잠시 조용해졌지만 다시 좋겠다 청춘이다 목석에게도 봄이 오냐 하며 시끌시끌 떠들어댔다.
“회의시간에 누가 떠들어. 입들 안 닥쳐! 사사즈카가 설명하잖아.”
계장이 책상을 탁 내리치며 소리지르자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계장이 눈짓하자 사사즈카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어흠. 그리고 요즘 파는 가게도 많아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휴대성이 좋으며 빠른 시간 내에 식사를 마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사사즈카를 놀리던 형사들이 제법 진지한 표정들이 되었다.
“물배가 부르잖아.”
“어차피 햄버거 먹을 때도 콜라 마시잖아요. 콜라나 이거나 별 차이가 없죠. 게다가 이게 몸에도 좋고요. 잠복 뛸 때 몸 챙겨야 된다고 하시던 선배님들의 의견도 반영했습니다. 기왕 먹는 거 몸에 좋은 게 낫잖습니까.”
“밤에 그거 먹고 버티겠어?”
“물론 야간이나 저녁때는 식사가 필요하겠지만 빨리 먹고 일해야 될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이걸 주간 잠복 근무 시 식사대용으로 추천합니다.”
형사들은 눈을 번뜩이며 서로 무언의 대화를 주고 받은 다음 고개를 끄덕였다. 수사1과 살인범수사3계 12명 전원은 이 새 간식거리를 찬성했다.
“이게 뭐야!”
방화범죄가 기승이어서 수사 1과에 일 때문에 츠쿠시를 대동하고 나타는 우스이는, 현장에서 돌아오며 버블티를 빨아마시고 있는 한 떼의 아저씨 무리를 보고 경악해서 소리쳤다. 아저씨들이 앙증맞은 컵을 들고 타피오카를 우물우물거리는 광경은 제법 볼만한 것이어서 츠쿠시는 흥미로운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제범수사계의 형사 하나가 비웃듯 말했다.
“거 커리어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이게 현장 간식이라우. 아 저기 살인3계의 사사즈카가 발안한 건데, 이게 꽤 괜찮아서 이제 수사 1과가 다 이걸 먹어요.”
“뭐, 사사즈카?”
우스이는 뒷목을 잡지……는 않고 그저 인상을 썼다.
“츠쿠시, 이따 사사즈카를 보고 간다. 일정을 10분만 변경하자.”
“네.”
그리고 사사즈카를 보자마자 우스이는 고함을 질렀다.
“체신머리 없이 이게 뭐냐!”
“이거 버블티. 우스이 너도 먹어볼 테냐.”
진하게 우린 우롱차 밑에 까만 타피오카가 반짝거리는 잔을 물고 우물거리는 모습이 눈 밑의 다크서클과 초췌한 얼굴과 상당한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맛있어.”
“그게 문제냐!”
우스이가 어이없어하거나 말거나 사사즈카는 까만 타피오카를 우물우물 씹었다. 굵은 빨대를 타고 까만 덩어리가 쪼옥 빨려 올라갔다.
“우스이, 이건 전략상 효율적인 선택이야. 전분과 당분이라 당장 필요한 양분 보급하기도 좋고.”
우물, 우물.
“게다가 간편하고 무해해 보이지.”
우물, 우물.
“이런 걸 물고 있는 사람을 누가 형사라고 생각하겠나.”
쪼옥, 우물, 우물, 우물. 말하는 내용의 살벌함과는 반대로 우물우물 쫄깃거리는 펄을 씹는 사사즈카의 얼굴은 마치, 먹을 것을 오물대는 어린아이같은 표정이었다. 우스이는 감명받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사즈카 너, 이제야 사람 흉내를 좀 내는구나.”
“그러냐.”
우스이는 온화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주변머리로 이런 걸 생각했을 리 없고. 누가 도왔지? 그 대식가 탐정인가?”
“어 아냐. 이건……코우바야시 양 기억하나?”
“아, 그 아가씨였나.”
우스이는 더더욱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다.
“사사즈카 네놈 주제에 그런 복이 있다니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좋아. 앞으로 형사들의 잠복근무에 버블티를 지원하도록 하지. 몇 개 체인점과 연계해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겠다.”
“우스이, 고맙다.”
“다 조직을 위해서다.”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문을 나서는 우스이의 눈가에서 무언가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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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 달 후.
“아, 사토 선배님 안되셨슴다. 그래서 금연하시는 겁니까?”
이시가키는 하라는 일은 하지 않고 건프라 설계도만 눈이 빠지게 쳐다보고 있다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이제 좋은 시절은 다 끝났다고 한탄하는 사토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시가키 이 새끼가, 염장지르냐, 이걸 콱!”
사토가 눈을 부라렸고 이시가키는 잔뜩 쫄아들어 몸을 움츠렸다.
“어이쿠 그러고보니 사사즈카 선배님이 뭐 찾으라고 하셨는데 어딨더라 어디 갔더라아~.” 부산한 척 이것저것 찾던 이시가키는 눈치를 보다 테이블위에 먹다 둔 밀크티를 한 모금 빨고, 잠시 후 격하게 기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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