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잘 해 놓고 사네, 처음 카부라기 코테츠의 집을 방문한 지벨의 감상이었다. 정리정돈은 커녕 홀아비 냄새 풀풀 풍기는 집을 상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청소를 했는지 말갛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물걸레질이라도 했는지 바닥이 반들거렸다. 자기가 얼마나 가정적인 남자인지를 평소 제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남자는 절대 믿지 않는 지벨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세상에는 예외도 있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생각보다는 깨끗하네요?”
“생각보다? 이거 너무한 거 아냐? 내가 얼마나 가정적인 남자인지 그렇게 말했는데 못 믿었단 거네?”
억울한 척 과장된 제스처로 답하는 코테츠 씨의 얼굴이 밝았다. 칭찬을 들어서 기쁜 모양이다.
“아니 솔직히 못 믿겠던걸요. 자기 입으로 가정적이라고 떠벌리는 남자.”
“난 없는 소리 안 지어낸다고.”
오빠 못 믿니 하며 웃기는 표정을 지어보여서 지벨은 풉 하고 웃었다. 자기 정체성을 아저씨로 규정한 주제에 어디서 오빠 타령이. 그때 탁자 위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머, 얘가 카에데인가봐요. 귀여워라.”
사진 속의 소녀는 렌즈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빠가 찍어줬나봐요, 그쵸?”
“어, 어? 하하하 그렇지.”
그러고보니 이 양반이 아까부터 평소보다 뭐든 오버하는 게 수상하다. 지벨은 코테츠를 노려보았다.
“어 왜?”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에서 지벨은 확신을 얻었다.
“코테츠 씨 자는 방은 어디에요?”
“어? 어? 왜?”
“어떤 침대에서 자나 구경하게요.”
“에이, 젊은 처자가 아저씨 침대에 관심 가지고 그러면 못 써.”
우리 나이 차이 열 살도 안 납니다. 지벨은 피식 웃으며 발을 뗐고, 코테츠는 팔을 내저었다.
“야, 어딜 가?”
“가리는 걸 보니 여기가 침실이군요!”
지벨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코테츠가 막기 전 침실 문 손잡이를 잡을 수 있었다. 여성에게 친절한 히어로는 지벨을 힘으로 이길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지. 지벨은 깔깔 웃으며 방문을 열었고, 방에서 퍼지는 홀아비 냄새에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환기를 시켜도 빠지지 않는 퀴퀴한 냄새에 반해 방은 그럭저럭 깨끗했다. 하지만 지벨이 옷장 문을 열자 클리셰처럼, 옷장 안에서 구겨진 옷이며 잡동사니들이 떨어졌다. 지벨의 시선을 받은 코테츠가 어어 하며 변명하듯 팔을 휘두르다 제풀에 걸려 넘어졌고, 같이 옷걸이가 넘어지면서 침대를 건드렸고, 넘어진 옷걸이에 걸린 옷을 치우다 침대 아래에 묵혀놓은 차마 말로 하기 어려운 뭔가가 튀어나온 것은 그냥 사고였다. 지벨조차 말로 하기 싫은 사고였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고, 코테츠가 화면을 확인하고는 벌떡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어, 카에데? 미, 미안. 아빠가 일이 바빠서……. 아 아냐 정말이야 이번 주에 열심히 일했다니까? 근데 야근이 생겼어. 아냐 이번엔 정말 거짓말 아냐. 아빠가 카에데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여보세요, 카에데? 카에데?”
통화가 끝난 코테츠의 얼굴은 처참했다. 지벨은 차마 가정적이라더니, 가정적이라더니, 하고 입 안에서 맴돌던 말을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표정에 묻어났나보다. 코테츠가 지벨을 보고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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