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쓰는 사람 능력이 부족해서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고어에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긴토키는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평대사를 향해 소리쳤다. “야, 가서 못이랑 초 가져와라.” 긴토키가 입을 열자 평대사들이 바짝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 기미를 눈치챈 후루타카의 얼굴이 점점 창백하게 질렸다.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평대사 몇이 달려나가고, 문이 세게 닫혔다. 문이 열렸다 닫히는 동안 히지카타가 뭐라고 평대사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문이 닫히자 방음이 잘 되는 고문실 안은 조용해졌고 긴토키는 다섯 살배기 어린애나 좋아할 것 같은 큰 막대사탕을 입에 물고, 할짝할짝 핥고 있었다. 도무지 고문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슨한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서 후루타카를 쳐다보는 눈빛과 표정만이 고문실에 어울릴 만한 것이었다. 빨간 눈동자가 벌겋게 번들거리고 있었다. 점점 사나워지는 표정과 함께 후루타카의 표정은 점점 불안해졌다. 그때 다시 문이 열리고 평대사들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히지카타가 다급한 얼굴로 들어왔다. “왜 들어와?” 긴토키가 평온한 어조로 묻자 히지카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뭘 할 생각이야?” “허? 몰라서 묻냐? 당연히 그거지.” “너 또……!” “아오, 또 왜.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 “차라리 죽이면 자비롭지. 저번에 그건 너무 심했잖아?” “왜, 그래도 입은 남겨놨잖아. 팔다리만 못 쓰게 조져놨으면 됐지. 그래도 이번엔 눈만 꿈벅거리는 병신은 안 만들 거니까 시끄럽게 굴지 마.” 후루타카의 얼굴이 창백하다못해 파랗게 질렸다. 눈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히지카타는 후루타카의 얼굴을 한 번 본 다음 목소리를 높였다. “앉지도 못하는 병신을?” “조심한다니까 그런다.” “이새끼가!” 히지카타가 긴토키의 멱살을 쥐자 긴토키가 히지카타의 귓가에 속삭였다. “야, 너 연기 많이 늘었다. 쟤 쫄게 할 생각이라면 성공한 거 같은데.” 어느새 후루카타의 가랑이가 시커멓게 변했다. 텁텁한 공기 사이로 새로운 악취가 스며들었다. 멱살을 잡은 채로 히지카타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이만큼 했으면 저것도 쫄아서 불어줄 거다. 적당히 해.” “착한 척 한다. 미친 놈.” 긴토키는 히죽 웃었다. “피를 덜 보고 심문해야 좋은 거야. 좀.” 히지카타가 멱살잡은 손을 놓자 긴토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알아서 할테니 신경끄고 나가라. 여기서부턴 내 일이다.” 반신반의하는 얼굴로 히지카타가 나갔다. 여자 팔뚝 만한 초가 네 개, 손가락 보다 긴 못이 여나믄 개, 그리고 큰 망치가 하나. 긴토키는 일부러 못과 망치가 잘 보이도록 왼손 손가락 사이에 못을 끼운 다음 오른손에 들었다. 후루타카는 수치스럽고, 그보다 더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긴토키의 손에서 눈을 돌렸다. “재미있는 걸 할 거예요. 후루타카 군.” “왜, 왜 이러세요. 정말 모른다고요.” “아, 지랄하지 말고 입 닥치고 듣지 좀?” 후루타카가 입을 다물었다. 오른손에 쥔 망치를 무슨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며 긴토키는 후루타카를 향해 다정하게 웃어보였다. “지금부터 내가 후루타카 군의 손발에 못을 박을 거거든. 아니 뭐 그렇게 아프진 않아. 고작해야 3척 반밖에 안 되는 못인걸. 그렇게 굵지도 않아요. 기대되지? 그리고 거기다가 초를 꽂을 건데, 이게 중요한 거야. 촛농이 떨어지면 어디로 갈 거 같아? 못을 타고 후루타카 군의 손발로 스며들 거야. 그럼 핏줄을 타고 촛농이 흘러들어가겠지? 그런데 초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굳잖아. 그럼 후루타카 군은 어떻게 될까요? 에이, 문제를 냈으면 좀 맞혀주라. 질문한 사람 민망하잖아. 응, 사지가 끝부터 초로 변할 거야. 좋지? 큰 초를 구한다고 얼마나 애를 먹었나 몰라. 후루타카 군은 그나마 체구가 작아서 천만다행이지 뭐야. 한 두 시간만 있으면 예쁜 초가 될 거 같아서, 초가 되면 머리에 구멍을 뚫은 다음에 불 붙여서 써 줄게. 요새 전기세가 많이 나온대요. 일본은 석유가 안 나니까 전기를 아껴 쓰래. 그래서 우리 둔소 현관에 붙은 전구를 떼고 대신 후루타카 군을 세워놓으면 참 예쁠 거 같지 않아? 그런데 어라, 후루타카 군 얼굴이 창백해. 어디 아파?” 긴토키가 말을 하는 동안 평대사들이 후루타카의 밧줄을 풀고 바닥에 찍어누른 다음 사지를 고정시켰다. 후루타카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헛소리, 아니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사람이, 쿨럭. 그렇게 될 리가……없잖아, 으악!” “얘가 속고만 살았나. 왜 사람 말을 못 믿어.” “으아아악!” “너 하면 된다는 이야기 못 들었냐? 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너 움직이면 뒈진다. 가만 있어.” 긴토키가 못을 후루타카의 오른손에 갖다대고, 못대가리에 망치를 겨누고 있었다.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평대사가 후루타카의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후루타카가 눈을 질끈 감는 순간 긴토키가 망치를 내리쳤다. 목이 찢어질 것 같은 비명소리가 들렸다. 비명소리가 점점 잦아들며, 비명 사이로 망치질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잠시 망치 소리가 멈추고, 후루타카의 배를 밟으며 긴토키가 왼팔 쪽으로 몸을 옮긴 다음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다. 비명소리가 다시 커졌다, 망치질이 멈추며 신음소리로 바뀌었다. 그리고 몇 번 다시 못대가리를 건드려 보던 긴토키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씨발, 뼈에 걸렸네.” 팔을 높이 들어 망치를 세게 내리치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후루타카의 비명이 아주 높아졌다, 멎었다. 욱, 하는 소리가 들렸다. 평대사 중 하나가 토악질을 하는 소리였다. “누가 얘 좀 깨워봐. 여기서 기절하면 어떡하냐?” 긴토키는 못을 마저 박고, 못질이 잘 되었나 확인하듯 아래를 내려다보다 후루타카의 몸이 늘어진 것을 보고 혀를 찼다. 평대사들이 머뭇거리고 있자, 얼굴을 찌푸리고 아까 토악질을 하던 놈과 그 놈의 등을 두드려주던 놈을 지목했다. “거기 너하고 너, 이놈 좀 깨워라.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들 왜 이 모양이야.” 지목된 두 명이 슬금슬금 다가와 구석에 둔 물동이를 들고 와 후루타카의 얼굴에 부었다. 긴토키가 쪼그리고 앉아 후루타카의 얼굴을 손으로 찰싹찰싹 쳤다. “후루타카, 일어나~. 이런데서 자면 죽는다?” 꼭 술에 취한 친구를 깨우는 10대 소년 같은 자세였다. 손에 들린 큰 초를 빼면. 후루타카의 입에서 다시 신음이 새어나왔다. “어이쿠, 이제 눈을 떴네. 좋은 아침이지? 아, 이건 눈 뜨고 안 보면 안 되는 거라서 깨웠어. 초 보이냐?” 후루타카가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동안 긴토키는 양 손에 박힌 못 위에 초를 꽂고, 마요네즈 모양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후루타카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자 손가락을 발로 짓밟았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이리 시끄럽게 구냐. 와. 이제 초가 녹네. 잘 보라니까. 이제 좀 있으면 네가 초가 된다고. 좋지? 사람보다 초 팔자가 좋을 거 같지 않냐? 억지로 출근 안 해도 되지, 너같이 말 안듣는 녀석이랑 핏대 세워가며 투닥댈 필요도 없지, 얼마나 좋아. 그치? 그래서 후루타카 너는 불 거냐 말 거냐?” “…….” 후루타카는 고개를 내저었다. 온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젖어있었다. 손등 위에서 후루카타가 훌쩍일 때도 미동도 없이 타오르는 촛불을 보는 눈동자만 공포에 떨며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긴토키가 혀를 찼다. “이새끼 보기보다 고집이 세네.” 긴토키는 못 하나를 주워들었다. 후루타카가 끙끙대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저었다. 후루타카의 발치에 쪼그리고 앉은 긴토키가 고개를 갸웃 내저었다. “아, 그러게 말을 하라고. 그러면 당장 못도 뽑아 주고 병원도 보내준대도 그러네. 어, 싫어? 그럼 초 하나 더 꽂는다. 이번엔 발등이지?” 평온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긴토키는 발등을 겨눈 망치를 내려찍었다. 다시 당장이라도 귀를 틀어막고 싶은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비명 사이로, 숨이 새는 듯한 기묘한 소리가 섞이기 시작했다. “응, 뭐라고?” “……” “잘 안 들려. 뭐라는 거야.” “말하면……” “그래그래. 처음부터 끝까지 다 불어봐라.” “초……뽑아…….” “아, 뽑아준대도. 병원에도 보내줄게. 다 불기만 하면.”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 다정한 목소리였다. 후루타카는 꺼져가는 목소리로, 한참 시간을 들여 몇 마디 중얼거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긴토키가 문 밖을 향해 고함질렀다. “1소대랑 2소대 애들 풀어! 이케다 빌딩이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