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X남 커플이고 폭력 묘사가 어느 정도 있습니다. E 모 님이 우키후네 가사에 "사랑하던 이여 헤어지고 사흘만에 얼굴은 잊었지만 씨발 사라지지 않는 건 담배냄새"라는 명대사를 붙이셔서 감동한 다음에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대략 저런 내용입니다.
E는 환하게 웃으며 O의 배를 걷어찼다. O가 내장을 토할 것처럼 격렬하게 쿨럭거렸으나 곧 잠잠해졌다. 피를 뱉어내려던 입이 E의 구둣발에 짓눌려서 목 안에서 그르렁거리는 소리 빼고는 아무 소리도 뱉을 수 없었다.
-내가 이러려고 이거 신고 왔잖아. 좆같은 대한민국 군대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긴 하네. 워커는 군에서 신던 게 최고라니까. 그치?
E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발로는 O의 입을 짓뭉개면서. O의 목 안에서 들리던 신음소리에 울음이 섞이자 E는 군화를 신은 발을 벽에 문질렀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도 흰 벽에 번진 피가 선명했다.
-어이쿠 얼굴이 뭉개져서 어떡하냐?
E는 O 옆에 쪼그려앉아 손으로 O의 뺨을 쓰다듬었다. 얼굴은 피와 토사물과 눈물과 콧물과 침 범벅이 되어 원래 어떤 얼굴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 머리를 토닥거려주고 E는 O의 주머니를 더듬었다. 자켓 오른쪽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한 개비에 불을 붙이고 담배를 O의 입에 갖다댔다. O가 입을 벌리지 않으려고 하자 E가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입 벌려 새끼야. 담배 좋아하잖아.
O는 질린 표정으로 입을 약간 열었다. 바닥에 얼굴을 대고 누워있는 O의 입에 담배를 물린 E는 또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이고 입에 물었다. 한참 아무 말도 안 하고 연기만 내뿜다가 반쯤 피운 담배를 O의 미간에 담배를 비벼 껐다. O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E가 자기 미간에 들이댈 때 눈을 꼭 감았다.
-진작 입을 짓뭉개 놓을 걸. 이렇게 조용하고 좋은데 말이야. 그치? 내가 씨발 왜 그 생각을 못 했나 몰라.
E가 환하게 웃었다.
-그랬으면 진작 그 개지랄 하는 꼴도 안 봐도 됐을 걸 아깝다 야.
O의 입에 물린 담배가 어느새 다 타들어가고 필터만 남았다. E는 담배를 O의 입에 밀어넣었다. O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E는 얼른 일어나 O의 얼굴을 발로 세게 걷어찼다.
-조용히 하라고 씹새야.
E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O의 얼굴을 걷어찰때마다 O는 바닥에 피와, 담뱃대와 깨진 이 같은 것을 뱉어냈다. 너댓번 O의 얼굴에 발길질을 하던 E가 씩씩댔다.
-넌 입만 열면 개소리 말고 하는 말이 없더라? 입 좀 다물라고.
O는 소리를 지를 듯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굳었다. E의 손엔 어느새 끝이 뾰족한 돌이 들려있었다. E의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돌이었다. O가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뒤로 물러나려고 했으나 등 뒤는 벽이었다. E가 히죽 웃었다.
-어딜 가려고.
O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느새 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었다. 실금한 모양이다. E는 기분나쁜 얼굴로 O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왜, 무섭냐? 무서울 거 같으면 새끼야, 처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거 아냐 씨발.
O는 뭉개진 입을 달싹거리며 무언가 빌듯 웅얼거렸다. E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빌 거면 처음부터 그러질 말던가.
E는 O의 얼굴에 돌을 내리찍었다. 퍽, 퍽, 뭐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E가 헐떡거리며 중얼대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은 씨발, 사흘만에 까먹겠던데 말이야. 차이고 사흘만에 그렇게까지 까먹을 줄 알았나? 하하, 웃기지도 않아요. 아 근데 존나, 담배냄새가 배어서 안 떨어지잖아 씨발. 어쩔 거야 어? 새끼야, 어쩔 거냐고?
둔탁한 소리는 O의 숨이 멎고 한참 뒤에야 그쳤다.
E의 집 화단에 못 보던 식물이 늘었다. 담배를 심어서 직접 말아서 피워보고 싶었다며 E는 수줍게 웃었다. E의 화단에 자라는 담배는 유난히 무성히 자랐다. 이웃들이 비결을 물으면 E는 그저 흙이 좋아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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