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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1.03 종말까지 앞으로 5분
- 2012.09.26 수급도서관-1 2
- 2012.07.21 라푼젤, 라푼젤!
- 2012.07.21 뿌리면 뿌린대로
- 2012.07.21 지상의 마지막 오후 2
- 2012.07.21 특권
- 우리 동네 마마님 - 1. 자청비
- 쓰고 만든 것/창작
- 2013. 6. 30. 11:40
역시 모종의 프로젝트 홈에 올리던 건데 그냥 여기 옮깁니다.
한국 신화 베이스에 만주나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 여신들 이야기를 끼얹어가면서 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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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말까지 앞으로 5분
- 쓰고 만든 것/창작
- 2013. 1. 3. 12:11
12월 21일에 왜 지구가 망하지 않나 하고 억울해 하며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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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도서관-1
- 쓰고 만든 것/창작
- 2012. 9. 26. 00:27
없어진 책, 오래된 책, 이름만 전해지는 책들이 있는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희한한 책들이. 무라사키 시키부가 직접 필사한 겐지모노가타리의 가장 오래된 판본이나, 봉산학자전이 실려있는 방경각외전이나, 한 번도 발간된 적 없는 생 폴 루의 시집이나, 윤동주의 미발표 유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책을 봤다는 사람도, 도서관에 갔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다.
도서관은 무척 고풍스러웠다. 오래된 집을 개조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행랑채가 있고, 거기에 접수/반납/대출이라고 적힌 현판이 보였다. 이 집안에 몇 백년 내려오던 책을, 희귀본도 가리지 않고 읽게 해 준다고 한다. 그냥 그런 이야기만 들었다. 더 이상한 책이 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지만, 더 자세한 건 묻지 못했다. 말하는 사람이 꺼려하는 분위기라. 소문들은 대개 헛소리고 험담이지만, 찌든 얼굴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끔 꽤 건질 만한 것도 있다. 그들은 절실하기 때문에 소문에도 매달리기 마련이라서. 그리고 정말로, 오래된 기와집들 사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청지기가 사는 행랑채였을 방의 들창을 두드렸다. 간유리가 끼워진 창이 열리고 반백의 머리를 곱게 쪽진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흰머리 치고는 굉장히 젊어보이는 얼굴이었다. 보통 잘 입지 않는 명주저고리에 요즘은 하지 않는,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쪽진 머리에 플라스틱인지 옥인지, 하얀 비녀가 주름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사서인 것 같은 여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이쪽을 쳐다보았다.
"저, 책 볼 수 있어요?"
"잘 안 들리는데. 창문 좀 더 열어봐요. 그리고 어떤 책 찾아요? 우린 폐가식이우."
나는 들창을 좀 더 밀어서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적인 수면의 꿈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착각에 대한 연구와 논쟁> 1907년판이 있..."
패기있게 책 제목을 말하려던 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들창을 너무 세게 열었는지 방 안이 잘 보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서의 얼굴 뒤로 사람 머리가 보였다. 머리 밑에는 몸이 없었고, 머리는 시퍼랬다.
"그래서, 읽고 가시게, 아니면 대출하시게?"
내가 마루에 주저앉아 입을 뻐끔거리거나 말거나 사서는 평온하게 물었다.
"...머, 머, 머.....머!"
"한국말 몰라? 머리? 에이 뭐 새삼스럽게. 오늘 처음 오셨나보네. 참 우린 대출할 때 각서 쓴다오. 확인해 보구려."
구식 말투를 쓰는 사서는 얇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신명조 9포인트로 인쇄된 약관이 빼곡하게 적혀있었고 나는 정신없이 한 단어를 찾았다. 대출 기한은 한 달로 하며 연체시 사서의 처분이 따를 수 있다...희귀본의 경우 파손 및 두 달 이상 연체시 수급으로 보상을 대신함.
세상에.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사서는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놀라긴. 세상엔 의외로 많다우. 수급을 걸고서라도 책을 못 봐서 난리인 희한한 족속들이. 그래서, 읽고 가시나?"
"아, 아니요. 다음, 네, 다음에 올게요."
나는 횡설수설하며 마루에서 내려갔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책 목록 있으니 가져가서 보고 다음에 또 오슈."
다음이 있겠냐. 나는 중얼거리면서 무심코 마루에 놓인 두툼한 도서목록을 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갔다. 긴 골목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하철 안에서 도서목록을읽고 있었고, 그리고 발견했다. <球陽拾遺>...실전된 줄 알았던 책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수급 정도는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아찔했다. 이러다 죽지. 역시 책 따위 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자신을 세뇌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이틀 후, 다시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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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푼젤, 라푼젤!
- 쓰고 만든 것/창작
- 2012. 7. 21. 13:58
2012년 8월 12일에 썼던 글입니다. 예전 블로그에서 백업했습니다.
마녀는 매우 화가 났다. 외출하러 나가다 집에 새로 만든 시약을 놔두고 온 게 생각나서 다시 와 보니 공들여 키운 양상추밭에서 누가 양상추를 뽑다 마녀와 눈이 마주쳤다. 물론, 뽑아가도 좋다고 한 적이 없고 뽑아가라고 말한 적도 없다. 도둑임이 틀림없다. 마녀는 당장 도둑을 잡아다 꽁꽁 묶었다. 뒤집어쓴 스타킹을 벗기고 보니 양상추밭을 털러 온 도둑은 몇 번 마주친 적이 있는 이웃집 남자였다. 이사오던 첫날부터 들으라는 듯 여자 혼자 사나보다, 불쌍하다고 아내와 수군대던 것이 기억났다. 그 후로도 혼자 장을 보러 갈 때나 밭일을 할 때, 무거운 냄비를 들고 갈 때 담장 밖에서 이쪽을 보며 자기는 내가 집안일을 도와주니 다행인줄 알라 운운하는 소리를 하곤 했다. 지난 악감정이 동시에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마녀는 심호흡을 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자 일단 진정하고 공정하게 대하자.
도둑을 묶어놓고 밭을 살펴보니 완전히 엉망이 되어 있었다. 훔쳐가려면 곱게나 훔쳐갈 일이지 아직 싹이 나지 않은 양상추를 밟아서 뭉개놓질 않나, 양상추밭에 들어온다고 밭둑에 심어놓은 콩을 죄다 밟아놓질 않나. 게다가 뽑아든 건 고작 세 포기밖에 안 되는데 온 밭을 다 헤집어놓아서 나머지도 먹지 못하게 되었다. 몇 개는 뽑다 말아서 뿌리가 다 드러나있었고, 몇 개는 잎이 다 찢어져 있었다.
마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도둑을 노려보았다. 좀 주눅이 든 표정으로, 그렇지만 은근히 뻔뻔해 보이는 얼굴로 이쪽 눈치를 보는 남자에게 마녀는 물었다.
"달라고 하실 일이지, 왜 훔치고 그러세요?"
"마누라가 임신해서 입덧이 심한데 양상추만 먹으면 괜찮다고 해서..."
남자는 겸연쩍지만 당당한 말투로 대답했고, 마녀는 어이가 없어 언성을 높였다.
"그으러니까아, 그걸 왜 훔치냐고요. 임산부가 입맛이 없다는 데 그 정도야 당연히 나눠주죠."
남자가 뻔뻔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 저도 그러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까 말이죠, 임신도 안 해 보시고 결혼도 안 해 보신 분이 임산부한테 채소를 나눠달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실 거 같아서요. 결혼을 해 보셨으면 당연히 부탁했겠지만, 아니잖아요."
마녀는 잠시 할 말을 잃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마녀의 표정을 긍정으로 해석했는지 남자는 신이 나 목소리를 높이고 떠들어댔다.
"사실 결혼도 안 해서 책임질 게 아무 것도 없는 마녀님 같은 분들이야 임신도 결혼도 모르니까, 뭐 이런 걸 가지고 도둑질을 하냐고 생각하시겠지만 이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입덧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안 보셨죠? 그리고 임신한 여자는 예쁜 걸 먹어야 된대요. 그래야 예쁜 애가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아무거나 막 따서 주시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골라가려고요. 절 닮았으니 당연히 예쁘겠지만, 어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제 애니까 당연히 절 닮죠. 그럼 누굴 닮아요? 아무튼 제 새끼 먹이는 건데 뭐 어때요. 그리고 마누라 도와주려고 한 거니까 괜찮죠? 마녀라도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죠?"
마녀는 조용히, 더 먹을 수 없게 뭉개진 양상추 하나를 집어들어 남자의 입에 처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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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트위터에 올렸음. 토끼 님과 대화하던 중 떠오른 아이디어. 토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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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7. 21. 13:12
남X남 커플이고 폭력 묘사가 어느 정도 있습니다. E 모 님이 우키후네 가사에 "사랑하던 이여 헤어지고 사흘만에 얼굴은 잊었지만 씨발 사라지지 않는 건 담배냄새"라는 명대사를 붙이셔서 감동한 다음에 나온 겁니다. 그러니까 대략 저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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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만든 것/창작
- 2012. 7. 21. 08:29
역시 트윗롱거에 썼던 글...입니다. 건전노선을 지향했습니다. 믿으세요.
- 2012. 7. 2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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