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어떤 걸 쓰고 싶은지 정리...사실 내가 커플링이라고 해봐야 진지하게 각잡고 연애하기는 어렵고. 이녀석들은 농구가 매개가 되지 않으면 교류조차 어려운 면이 있으니까.
게다가 이녀석들 고교생 치고도 너무 심하게 담백하지 않나 싶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쿠로코, 모모이가 수영복 입고 끌어안고 부비적거리는데 미동도 안 하는데 저래도 괜찮은 걸까? 응? 고1이면 지나가는 가슴큰 여자애가 기지개켜느라 단추 사이로 가슴골만 보여도 서는 거 아니었냐고. ...는 농담이고, 다들 인생의 중심이 농구에 있어서 그 이외의 것에 마음쓸 여가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굳이 노멀커플로 치자면 휴가와 아이다를 밀어주고 있으며, 어쩐지 아오미네는 그냥 농구만 생각하다 정신차려보면 모모이가 같이 살아줄 것도 같다. 농구바보 놔뒀다간 무슨 일을 칠지 몰라 걱정돼서.
말이 좋아 BL이지 그냥 키세가 쿠로코를 동경하는 이야기...나, 카가미와 쿠로코가 빛과 그림자인 이야기나 아오미네와 쿠로코가 다른 길을 가게 된 이야기....는 평범한 원작 아닌가. 원작의 감정교류선이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BL 적 의미가 아니라도. 그래서 딱 그 정도 선을 파 보고 싶다. 딱히 여기서 두 인물간의 연애가 필요한 게 아니라서.
하지만 TS라면 좀 달라질지도. 그래서 쿠로코 테츠나를 한 번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더블오 때 그랬듯, 이 세계관으로 AU는 좀 어려울 것 같다. 이녀석들 다이쇼 시대에 갖다놔도 농구하고 대한민국에 갖다놔도 농구할 놈들이라.
9. 오늘은 먹물 취향 근성으로 애들 취향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가 얼마나 먹물만 핥았는지는 전에 핥은 장르나 캐릭터 보면 각이 나오는데 일단 프로페서 X, 닥터(이자는 먹물이 분명히 들었다.), 게다가 명실공히 엘리트 집단 후계자인 오펜 같은 애들은 기본이고, 닐 디란디나 긴토키한테도 먹물을 아낌없이 퍼부었던 전적이 있다. 심지어 사람들이 걔 사상이 뭔지 의심하는 즈라의 경우, 내 즈라는 젠더 스터디까지 공부한 혁명가다(...) 방향이 이상해서 그렇지.
그런데 아오미네는 원작공인 학교 공부 때려치운 운동소년에다 읽는 책은 죄 그라비아뿐...하지만 기쁘게도 쿠로코는 취미가 독서고 교실에서도 도서부원이고 책을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왜 쿠로코는 나츠메 소세키 취향일 거 같은가. 다자이니 안고니 하는 거 읽긴 하지만 아주 좋아하진 않을 거 같다. 메이지 작가라면 소세키, 다이쇼 시대라면 아리시마 다케오? 읽은 적은 없고 이야기만 들었는데 어째 저 작가일 거 같은 기분. 그리고 코바야시 다키지도 좋아할 것 같다. 쇼와시대 작가라면 음...글쎄 누굴 좋아할런지. 생각해보니 내가 쇼와 중기 작가는 잘 모르겠다. 아! 나카지마 아츠시! 1940년대 작가지만. 정말 50년대 이후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순문학만 읽느냐면 장르도 안 가려서 쿄고쿠도도 읽고 라노베도 너무 모에에 치중하지 않으면 읽을 거 같고, 추리라면 얘는 미야베 미유키도 좋아할 듯. 외국 작가도 좋아할 거 같고. 쑤퉁이나 위화 같은 작가들 작품도 좋아할 거 같고 모파상, 플로베르도 좋아할 거 같고 독일권이라면 단연 괴테.
어 사실, 십이국기 읽으면서 태왕이 아오미네 닮았다고 생각할 거 같은 쿠로코는 좀 좋다.
카가미는...이놈도 책 안 읽을 놈이다. 일단 문자가 익숙하지 않은 티가 난다. 일어도 영어도. 일어라면 매일 보는 교문에 적힌 세이린이라는 이름을 한자로 못 쓰는 실력도 그렇고,(물론 세이린의 凛이 어려운 한자인 건 맞는데 일본어가 모국어인 시점에서 한국인 기준으로 보면 안 된다.) 일본어를 읽고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티가 난다. 그리고 영어? 문어로서 영어가 익숙하다면 시험을 그렇게 칠 리 없다. 생존용으로 말하고 듣는 건 배울 수 있지만 읽고 쓰는 건 그렇게 배우기 어렵다. 하지만 카가미도 미국에서 중학교는 다녔으니 아무 것도 안 읽지는 않았을 테고, 그래서 굳이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아마 헤밍웨이겠지. 단순하고 간결하며 강하다.
휴가는 시바 료타로보다 아사다 지로. 애 근성을 보면 그쪽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다는...얜 소설책보단 사회과학이나 스포츠과학 책을 주로 읽을 거 같은데. 강상중 책 같은 것도 잘 읽을 거 같고 가라타니 고진도 재미있게 볼 거 같다. 그러니까 뭔가 파고 드는 종류는 다 좋아할 듯.
이즈키는 다쟈레 잘 하는 작가는 무조건 좋아할 거 같다. 그래서 그런 작가가 누가 있더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지만 영어 말장난이라서 좀. 일본 번역이 어떤지 모르겠네.
키요시는...키요시니까, 일본 나이든 사람들이 어떤 책 좋아하더라. 음 얘야말로 다이쇼 문학 주로 읽을 거 같다. 할아버지가 학교 다닐 때 읽은 작품들! 키쿠치 칸, 시가 나오야! 사토 하루오!
그리고 쿠로코랑 키요시가 책 취향 잘 맞아서 떠드는 거 보고 싶다. 둘이 같이 카와바타 야스나리 읽는 거.
키세도 책 레알 안 읽게 생겼는데 라노베는 좋아할 거 같다. 최근 붐은 아마도 문학소녀 시리즈? 하지만 이놈은 자기가 나오는 잡지 정도만 읽겠지. 나르시시스트니까.
미도리마는...와카 외울 거 같다. 카루타 게임 하면 잘 할 듯. 백인일수 같은 거 다 외우고 있을 거다. 말투 때문에 편견이 있는데 이놈 최애 고전은 헤이케 모노가타리일 거 같다.
무라사키바라는 헨젤과 그레텔(...) 과자집 나오잖아.
으 사실은 인간실격 읽는 아오미네 갖고 썰 풀고 싶었는데...아오미네는 인간실격의 정서를 이해할 거 같다. 아오미네는 승자고 오만한 패자지만 저놈은 사실 제일 갖고싶은 건 못 가졌고 그래서 의식이 분열하고 있다고 믿고 있거든.
(8월 5일)
8. 오늘 모 모임에서 저녁 먹다 테니프리 이야기가 나왔는데
뭐 한참 이야기 하다 보니 고무술 이야기가 나오더라고. 그래서 어 그 고무술, 그거 쿠로바스에도 나와요. 그랬더니 거기 앉아계신 분들이 모두 뿜...친구는 쿠로바스 그거 슬램덩크 계 농구만화 아니었냐고 그러는데 음...음 사실 슬램덩크도 리얼계긴 하지만 고교생이 거기까지 가면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쿠로바스는, 사실 농구 맞나 의심스러운 게 없지 않잖아? 안 될 거야 아마. 그러면서 그거 보다보면 농구 규칙이나 용어가 학습되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면에선 운동물 같은 부분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운동을 통해 여러가지 의미를 깨우쳐간다는 점이 좋았던 거긴 하지.
사실 이 만화에 꽂힌 부분은 다른 게 아니라 좋아하던 게 싫어지는 건 참 슬프다고 하는 대사. 거기서 침몰했던 걸로 기억한다. (8월 4일)
7. 오늘이 카가미 생일이구나. 축하한다.
생일 케이크 대신 특대형 햄버거나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위에 초를 꽂아주고 싶다. 아니면 농구공 케이크.....글쎄 저놈 일단 질보다 양이고(난 슈퍼 롱 바게트 물고 있던 카가미를 잊을 수 없다.) 게다가 양키(...)라서 어린애 입맛일 거 같다. 그러니까 육류, 탄수화물은 좋아하는데 채소류는 잘 안 먹고, 가리는 채소 많고 쓴 거 잘 못 먹고 담백한 게 무슨 맛인지 잘 모르는 애 입맛.
복지리 같은 거 먹으면서 맛없다고 징징거리는 카가미나, 커피 마시라고 주면 쓰다고 안 마시는 카가미나, 술 마시라고 주면 써서 싫다는 카가미나, 가이세키 요리 같은 거 먹으러 가면 무순은 무순이라서 싫고 오이가 있어서 안 먹고 죽순 이상해서 안 먹고 무 맛 없어서 안 먹는다고 하다가 조부모 밑에서 자란 키요시 선배와 일단 주는 건 다 먹는 쿠로코와 그날 밥을 샀을 것 같은 키세한테 야단맞는 게 보고 싶다. 초밥 먹으러 가선 성게니 연어알이니 하는 건 먹지도 못하고 오징어랑 새우랑 마끼류만 먹고 있는 카가미가 보고 싶다. 가끔 연어 정도는 먹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이게 생일 축하냐고 물으면 할 말 없고. (8월 2일)
6. 이제 11화 봤다. 휴가....그냥 전국무장 팬인 역덕이 아니라 전국바사라 팬이었니...세상에 피규어가 전국바사라야. 그걸 또각또각 부러뜨리는 아이다 강인하다. 사실 아이다 휴가 커플에 관심 있다. 농구와 역사 덕후에 비뚤어진 남친이랑 워커홀릭 여친 괜찮잖아?
5. 엔하 위키 쿠로바스 항목을 봤다. 난 음, 이 작품 속 애들을 이미 이모나 고모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걔네 이모 나이는 아닌데(...) 어쩐지 그냥. 애들이 농구공 들고 뛰는 게 보기 좋은 거다.
이래도 괜찮은 거냐.
4. 키요시 선배 성우가 하마다 켄지라고 해서 급뿜. 내가 아는 하마다 켄지는 콜라사워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사신에 무적인 콜라사워가 키요시 한테 내 행운 좀 나눠주마 하면서 주먹으로 한대 퍽 치는 게 떠오른다. 애가 아프다고 하니까 자기는 아파본 적이 없어서 모르지만 참 안 됐다고 보던 키요시가 미안해질 정도로 걱정해주면 좋겠다. 키요시는 예의 그 썰렁한 농담으로 맞받아치다 그걸 이해 못 한 콜라사워가 어흑어흑 울며 대령님께 달려갈지도. 나중에 키요시가 나는 괜찮다고 콜라사워를 위로해주면 좋겠다. 근데 의사소통 어떻게 하지. 영어인가? 게다가 애초에 콜라사워가 키요시보다 한-참 나이 많습니다. (2012. 7. 28)
3. 트위터에 돌던 코로바스-코로 하는 농구 보고 끄적거린 트윗.
주인공이 물개라서 코로 농구를 하는 거야. 그리고 각 동물원별로 싸움이 붙는 거지.용인 에버랜드에는 기적의 세대라는 다섯 물개가 있지. 그 해에 교배시킨 물개새끼 중에 유독 농구 묘기를 잘 하는 다섯 마리가 있는 거야. 그런데 사실은 물 속에서 몰래 패스를 해서 묘기를 성공시키는 여섯번째 물개가 있지. 환상의 식스맨이라고...그런데 이 여섯마리째 물개는 묘기만 부리는 삶에 지쳐서 진정한 공놀이를 찾겠다고 에버랜드를 뛰쳐나가 어느 시립 동물원에서 혼자 농구를 하던 덩치큰 바다표범을 만나 둘이서 공놀이를 하는 거지. 사육사는 다섯 물개를 풀어서 집나간 물개를 찾으려 하고...
...했더니 지인들이 코로바스로 낙서를 해 줬다. 이걸로 뭘 써야 하나 생각 중이다.
2. 어제 글 쓰다 깨달았는데 아오미네의 심리를 좀 파 보고 싶다. 고딩 주제에 애가 어쩜 저렇게 괴상하담. 딱 천재지만 10대라는 기분이 드는 애가 둘인데 카가미랑 아오미네. 아직 아카시는 잘 모르겠다. 카가미는 운동계 천재라 명쾌한데 아오미네는...좀 복잡하다. 여러 심리가 자기 안에서 부딪히는 게 보임. 그래서 중학교 땐 그냥 동네형님이었는데 고등학교 가서 토오쌍놈(...)이 된 건가 싶고. 남자애들 사춘기치고도 늦지만.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인데 여기서 되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은 걸 찾아가는 10대 애들을 보면서 치유받는 동시에 비뚤어진 천재의 심리를 파 보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드는 거다. 이게 뭐야.
1. 그래서 영 카페인 때문에 맛이 간 김에 한 마디 하자면 저는 아오미네가 지독한 권태감에 사로잡혀 있다가 카가미랑 있는 쿠로코를 보고 결핍감에 눈을 뜨는 게 보고 싶습니다. 카가미는 되는데 나는 안 되는 거. 인간으로서, 선수로서 부족한 뭔가요. 권태와 결핍이 같이 있는 건 어떤 더러운 기분일지 상상이 안 가는데 아오미네는 그게 될 거 같아서 신납니다. 그리고 이 밝은 치유계 스포츠물에서 이딴 걸 찾는 저는 글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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