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로바스 감상 및 잡담-2

너무 길어져서 새로 뺐다.

5. 사는 게 너무 빡세고 별별 일이 다 터져서 덕질을 할 수가 없어 너무 억울해서 튀어나왔다. 쿠로바스는 커녕 요새 본 작품도 하나도 없고 동네도 못 나가고 내가 서러워서.

애니는 25화를 못 보고 있다. 너무 좋아서. 동경하는 건 이제 그만두겠다니 키세 너 이자식...키세에 대해서라면 힟님 말씀하시길 쿠로코한테는 강아지고 남들한텐 개새끼라는데 사실 저런 타입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 반대인 경우라면 더 짜증나겠지만-그런 사람 아는데 진짜 상종 못할 인간이었다-그런데 키세는 그럴만하다 싶다. 쟤라고 사는 게 뭐 그리 재미있었을까. 노력하지 않아도 뭐든 할 수 있었는데. 뭐든 쉽게 되면 그 인생 짜증나서 정말로 살기 싫단 말이다. 나라고 쉽게 사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감각은 안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노력해야 되는 대상이 생겼고, 해도 안 되는 대상이 생겼다. 심지어 쿠로코는 따라할 수조차 없고, 아오미네는, 너무 빛나서 따라잡기도 무서웠었고. 그 외에도 많지. 음 솔직히 키세가 처음엔 정말 절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키세는 농구에 한해서, 기적의 세대에 한해서는 자기 본성을 드러낼 수 없겠구나 싶다. 거 왜 있잖나, 반한 쪽이 진다는 동서고금의 명언 말이다. 그게 꼭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 키세는 농구한테 반했기 때문에 농구 대상으론 밀당도 못 하고 콧대도 못 세운다. 다른 데서야 지 마음대로 하고 살겠지만 이건 그랬다간 바로 자기가 떨려나간다는 걸 아니까. 어 은근히 속시원한데 이거? 

아니 농담이고, 그래서 키세가 농구에 매진하는 모습이 좋다. 성격 나쁜 천재라도 10대는 참 좋구나 싶어서. 자기가 되고 싶은 위치를 향해 매진하는 모습은 좋은 거다. 그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 아니까 죽어라고 매달리는 키세도 좋고.

그리고 아오미네는 저 순간 제일 행복했을 거다. 자신에게 전력을 다해 도전해 오는 상대라니 아오미네가 가장 바라던 게 저거였으니까. 사실 기적의 세대가 한 학교에 모인 게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겨뤄야 될 애들이 한 편이었으니. 미도리마나 아카시는 좋았겠지만, 오히려 키세와 아오미네에게는 저게 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갈라져야 충족되는 게 있다니. 뭐 아오미네는 그런 점이 좋다. 갖고 싶은 것들이 분열되어 있어서 둘 중 하나만 가져야하고, 나머지 하나는 영원히 못 가지는 거. 그래서 아오미네가 행복하려면 카가미와 쿠로코가 필요하지만 카가미와 쿠로코와 다른 방식으로는 만날 수 없다는 거, 그게 마음에 든다. 적이 생겨 기쁘겠지만 아오미네는 다시는 쿠로코와 농구를 하는 일치감은 맛볼 수 없을 거다. 천재의 고독? 아니 그게 아니다. 일자의 고독 같은 거겠지 굳이 말하라면.

내가 그래서 아오미네를 속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게 해 보고 싶었는데. 누가 나 행사 좀 나가게 해 줘. ...가 아니구나. 나만큼 꼬인 눈으로 쿠로바스를 보는 인간도 없다 싶으니 참 이거야말로 메이저 속의 마이너네.

5-1 사실 감상 필요없고, 내가 생각하는 키세와 아오미네 관계를 완벽하게 글로 쓰신 존잘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아청법 때문에 홈페이지를 접으셔서 속상하다. 내가 그 분 글을 얼마나 좋아했는데...그 글을 보고 나는 청황 안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더러운 아청법 때문에 랑크 님이 쿠로바스 파기를 멈추시고 언라이트에 매진하사 에바자크를 미신다고 한다. 랑크 님이 11월 소년 이후로 게임 하시는 걸 처음 봤다. 나로 말하면 에바자크에바이며 자크만 충실한 미친 개고 에바만 제정신이 아니며 둘 다 군인이면 뭐든 좋으니 ...가 아니라 여기는 쿠로바스 감상 판이지.

아무튼 나도 아청법 때문에 쿠로바스 파기가 참 그런 것이다. 기껏 원고도 해 놨는데. 화흑ts로. 사실은 흑화 같은. 아까우니 제목만 공개하면 내 여자친구는 농구일진짱. 내가 인소를 썼다고. 이모티콘 남발하고 음슴체 써 가면서. 물론 나는 죽도록 건전한 전연령가로 쿠로바스를 팔 자신이 있다. 섹스의 ㅅ도 안 나오게 할 자신도 있고 연애감정의 ㅇ도 언급 안 할 자신이 있다. 그게 내 본전공이거든. 그런 거 없는 감정선 파기. 그런데, 어쩐지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손을 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 나는 내가 나를 검열하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자기검열은 살면서 충분히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왜.

사실 간만에 쿠로바스 잡담을 연 건 저거 때문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홈페이지가 없어져서, 아깝다. 어디서 뭘 쓰고 계실지, 이걸 읽어주실지 모르겠지만, 만일 보신다면 내가 그 글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5-2 그러고보니 세이린의 모델이 된 학교 입학편차치가 68인가 그렇다는데...그러면 저기 입시명문까진 안 가도 공부 잘 하는 학교란 말이잖아. 카이조도 70대고. ...그러니까 학교들이 죄다 입학편차치 60후반에서 70초반이면...공부잘 해서 중학교 입시 잘 한 애들이나 가는 학교란 말인데...거기 아오미네, 너 모모이 받들어 모시고 살아라...일본도 학력위주 사회니 네 모교가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어 줄거다. 그리고 카가미 너 도대체 입학 어떻게 했냐. 입시에 영어회화라도 들어갔냐.

작가가 공부 잘 했던 애일 거라는 생각은 보면서 계속 했다. 공부 잘 하던 아이가 묘사하는 학교와 공부 못 하던 아이가 묘사하는 학교는 전혀 다르다. 일단 단면적으로는 등장인물의 성적 묘사가. 자기가 공부를 잘 하면 공부 못 하는 아이를 잘 묘사하지 못한다. 그게 뭔지 모르거든. 카가미가 공부를 못 하게 뭐네 해도 그게 실감이 안 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머리 나쁜 애가 없다. 그리고 후지마키가 죠치 나왔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그러니 공부 잘 하는 학교 아닌 데는 묘사하기 어려운 거다.

이건 욕이 아니고, 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이야기하는 거다. 예전에 쿨핫 볼 때 느끼던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루다가 머리 나빠서 공부 못 하는 애로 나오는데 걔 말빨이 어지간한 먹물 급이시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어쩌다 보니 계속 공부해야 되는 코스로 인생진로를 잡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먹물 티가 안 나는 인간은 묘사를 못 하기 때문에 캐치한 거다.

 

4. 미도리마

미도리마가 운세 아이템에 집착하는 것은 그 애는 노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얘가 분명히 공부하다 머리 식히려고 농구를 시작했다고는 해도 얘는 농구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쿠로코도 더 나은 데서 농구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자기 위치를 낮췄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는 거고.

노력하는 애가 운세 아이템에 집착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긴 한데, 난 오히려 그 점에서 얘가 정말 죽도록 노력하는 애라는 걸 확신했다. 인간이 자기 능력만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얘 손에 붕대 감은 거 보고 알았는데 얘는 정말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은 최선을 다한 듯. 그래서 이 애는 자기 한계가 뭔지 제대로 안다. 자기 힘으로 안 되는 것, 거기 좀 많이 부딪혀본 것 같다. 다만 그걸 표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지.

차라리 표를 내 줬으면. 표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하는 거다. 그게 운세에 의지하는 것이라도. 운세에 의지하는 것 자체도 일종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매일 성실하게 라디오를 듣고, 영험한 신사에서 파는 연필을 개조하고. 그거 노력 맞다. 걔는 거기까지 한 거다. 정말 운이 나빠서 공부한 걸 못 썼다던가 하면 그것도 노력이 부족해서 대비를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좀 성실이 지나쳐서 문제가 있는 케이스고 얘는.


기적의 세대 중 미도리마, 아오미네, 키세와 쿠로코, 카가미, 휴가, 키요시 이렇게 해서 심리를 다룬 엽편을 모으면 공통의 제목을 붙일 수 있겠다. -불안- (9월 11일)


3. 아오미네 생일 썰.

이런 걸 써보고 싶습니다.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인간 실격을 읽고 어딘가에서 동류의식을 느끼는 아오미네요. 아오미네가 열폭할 애는 아니지만요. 아오미네가 생각보다 내면이 섬세한 애 같아서요.

아카시의 경우는 자기가 패왕이라는 데 절대적인 확신이 있는데, 아오미네는 뭐라고 해야 하나. 자기가 항상 이기고 있다는 거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기고 지는 승부를 넘어서는 농구를 하고 싶은데, 내심 자기한테 지는 녀석을 얕보게 되고, 그러면 재미가 없고. 하지만 자기를 이기려는 놈은 짜증나고. 그런 미묘한 심리요. 그 부분이 자기혐오와 자기애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오바 요조랑 통할 것 같아요. 결국 오바 요조는 인생을 잃었고 아오미네는 자기 그림자를 잃었죠.

사실 아오미네는 자신이 인생에서 뭔가 잃었다는 사실을 억지로 부인하고 있겠지만, 저 녀석은 즐거운 농구도, 자기와 함께 운동할 파트너도, 자신의 농구를 이해해줄 이해자도 다 잃었어요. 그러니 인생이 재미가 없지. 그래서 항상 권태로운 표정인 거죠. 그나마 카가미를 만나서 불이 붙은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요. (8월 31일)

 

2. 트위터에서 백업. 왜 아오미네는 미국에 가지 않는가.

그 농구 실력에, 일본엔 자기 상대가 없다고 맨날 투덜대고 인생 재미 없다고 그 난리면서 왜 미국에 가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던 중 떠올랐다....갔다 굶어 죽을까봐 못 가나?

아오미네는 영어를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 아마 그 녀석은 자기가 미국에 가면 사흘만에 굶어죽을 거라고 믿나본데 아니다. 토오에 이마요시가 있듯 미국엔 상냥한 흑형들이 있고,말은 안 통하지만 아오미네가 죽기 전에 농구라도 실컷 해 보고 죽자고 공을 잡고 달리는 순간, 흑형들은 아오미네에게 반할 거다. 일본 농구가 이 정도라니 멋져 놀라워! 하면서. 그리고 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배고픈 짐승같아 보이는 아오미네에게 햄버거라도 던져줄 거다. 뭐야 아무 문제 없잖아. 괜찮다 아오미네, 모모이 없어도 넌 미국 가도 안 죽을 거야. 흑형들이 잘 돌봐 줄거다.

....이런 뻘생각을 해 보았다. 저 아오미네 좋아합니다. (8월 21일)

 

1. 쿠로바스를 한국 버전으로 번안 내지 각색한다면

-농구부가 전멸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이면 세이린이 그럭저럭 평균은 되는 인문계 고등학교인 거 같은데,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교 운동부 빼고 저런 대회 나가는 애들이 있기는 한가. 아니 그 전에, 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저렇게 활발하게 할 수 있나? 한국 학교에서 잘 되는 동아리활동이라 해 봐야 끽해야 방송반(...) 독서토론 동아리(...) 그거 말고 뭐 있는데. 아 영어연극 동아리나 뭐 그런 스펙쌓는 동아리는 되지 참. 그러면 세이린에서 농구할 수 있는 애는 카가미 뿐이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저 정도 성적 되는 애들이 농구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키요시가 농구부를 만들려고 하는 순간 학주가 와서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헛짓 하냐고 애를 야단친 다음 집에 전화해서 기를 꺾어놓을 거다. 그리고 그거 나오지. 농구는 점심시간에 그냥 운동삼아 하는 건데 왜 힘을 빼냐, 대학 가서 하면 될 거 아니냐.

그러니까 바카가미(...)랑 아호미네(...) 빼고는 농구부에 들어갈 애가 없다. 만화가 성립할 수 없겠구나 하하하; (8월 13일)

'보고 듣고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레베카  (0) 2013.04.14
3월 말 잡담  (0) 2013.03.31
할로윈 특집 포스팅  (2) 2012.10.31
쿠로바스 썰 겸 잡담-1  (6) 2012.08.08
샌드맨  (2) 2012.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