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받았던 리퀘입니다. 에리 님이 하셨던 죽음(엘리자베트)과 만나는 로우위(커피우유신화)입니다.
로우위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존재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중얼거렸다. “꿈도 참. 꿈같지 않은 것을 꾸는 군.” 신이라고 해도 꿈까지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건가. 그렇다면 우주의 법칙은 올바르지 않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새카만 정장에 까만 넥타이를 맨-꼭 장례식에 가는 듯한 복장을 한 그것이 로우위 자신처럼 입꼬리를 당기며 웃는 얼굴을 지었다. -우주의 법칙? 재미있구나. 게다가 자신의 인지 체계 밖에 있는 것을 꿈으로 치부하다니 그러면 편한가? 회원 로우위. “꿈치고는 예의가 없구나. 너는 누구냐.” -누구? 글쎄다. 그것은 코웃음을 쳤다. 협회에 이런 능력을 가진 회원이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우유협회에도, 자신이 아는 한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되다만 신, 리하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을 리도 만무하다. 저것이 누구의 짓인지, 누가 사주한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전에 이 조작된 꿈에서 이 기분나쁜 존재를 쫓아내는 것이 먼저였다. 도망갈 때 흔적을 찾아도 좋고, 패배시켜 입을 열게 만드는 것도 좋다. 로우위는 설득의 능력을 사용하며 입을 열었다. “하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우선 이야기를 좀 해 볼까.” 그것은 웃었다. -날 설득하겠다? 입을 열게 만들겠다? 참 보기 드물게 패기 있는 인간이구나. 칭찬해 주마. 그것은 로우위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설득시키고자 한 대상이 설득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는 물론 많다. 하지만 말문 자체를 막히게 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달랐다. 게다가 자신을, 우주의 신을 얕잡아보고 있었다. “날 인간취급하지 마라. 역시 리하이 쪽이냐, 아니면 우유 협회?” 로우위는 평소보다 조금은 어렵게 입을 뗐다. 그것은 피식 웃었다. -그까짓 인간들의 몇 천년 단위 장난질 정도로 보여? 유감스럽구나. 그것의 웃는 얼굴이 자신과 완전히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라는 것을 로우위는 깨달았다. 그것의 눈빛은 지금까지 살면서 본 무엇과도 다른 것이었따. -우선 로우위, 이 말부터 해 주고 싶구나. 그것의 목소리는 아주 차가웠다. -착각하지 마라. 네가 인간이라고 하건 신이라고 하건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네가 무엇이건 나는 관심이 없어. 로우위는, 이전 발렡타인이 자신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겠노라 선언한 순간만큼 분노했다. 분노가 말문이 트이게 했다. “내가 이 우주의 신이다. 우주의 법칙을 만드는 신인데, 왜 네 관심을 구해야 하지? 우주의 법칙은 네가 관심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태양이 네 허락을 받고 움직이나? 공기는 네 관심을 얻은 후에야 존재하나? 웃기지 마라. 네가 관심이 있건 없건 나는 신이다.” 그것은 로우위의 선언에도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그것이 갑자기 로우위의 앞으로 다가왔다. -하긴 태양이니 공기니, 그런 것들을 움직이는 장난도 재미있기는 할 거야. 네가 신이고 법칙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하지만. 그것이 로우위의 어깨를 세게 잡았다. 로우위는 자신의 어깨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가끔 사선을 넘는 일을 할 때, 굉장히 차가운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가는 섬뜩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꼭 그것이 어깨를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네가 누구건 뭐건 말이지, 마지막에 내가 있다는 사실까지 바꿀 수는 없는 거란다. 그것이 로우위의 뒷머리를 잡았다. 어깨를 안고 머리를 감싼 포즈만큼은 다정해서 누가 보더라도 연인이 키스를 주고 받는 것 같았지만, 뒷머리를 잡은 손은 지금껏 어떤 회원에게서도 본 적이 없는 힘과 무게감을 로우위에게 전하고 있었다. 깜박이지 않는 무기질적인 눈과 비웃듯 올라간 입이 가까이 다가왔다. 저것이 닿는 순간 끝이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 끝이다. 로우위는 신이 되고 생긴 능력을 모두 사용하려 했으나 어느 것 하나 먹히는 것이 없었다. 그것의 찬 피부가 로우위의 뺨에 스쳤다. 이제 끝이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갑자기 그것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런 거다. 신? 고작 세상의 법칙 하나둘 가지고 오만하게 굴지 마라, 인간. 그것의 목소리에는 웃음기마저 섞여 있어, 로우위는 신이 된 이래 가장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것에게 졌다. “왜 온 거냐.” 억지로 목소리를 짜낸 것은, 내가 신이라는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응? 그러게. 뭐 어차피 또 볼 테니까, 네가 아무리 바라도 이건 변하지 않거든.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아라. 그때까지 날 잊지 말고. 그것은 악의 가득한 웃음만 남기고 사라졌다. 로우위가 다시 눈을 뜨자, 슈톨렌이 티피카와 아마렐로가 저격 준비를 마치고 출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10분 후를 보건대 그들의 첫 저격은 실패할 것이다. 전지전능한 기분을 만끽하던 로우위는, 마음 속에 가라앉은 공포감이 다시 흙탕물처럼 일어나려 하자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라고 해도, 자신이 신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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