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바스-코로하는 농구 2
- 쓰고 만든 것/농구하는 무협만화
- 2012. 9. 1. 13:13
앜스 양이 리퀘를 받아줘서 코로바스를 그려주었습니다. 앜스 양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무라사키바라가 예뻐요. 이마요시는 멋있고.
"그러고보니 흑자가 방어를 잘 먹지?"
김준일, 서울대공원 사육사, 2년차. 농구가 하고 싶었으나 인문계 갈 성적 되는 놈이 무슨 운동이냐는 높으신 분들의 말씀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육사가 되어 있더라는 비운의 청년. 오늘도 기운차게 우리를 청소하고, 수조를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다 우주에서 제일 무서우신 나이는 동갑인데 하늘같은 선배라 서로 반말하며 잘 놀다가도 뻑하면 응징의 펀치를 날리는 사육사 3년차 류아이다-아버지가 오페라 팬이라고 한다. 원래는 춘희라고 짓고 싶었는데 그 이름을 올리는 순간 어머니가 아버지를 반 죽이셨단다.- 선배님께 혼나기도 하는 비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개 우리 청소를 하다 오늘도 밥을 남긴 흑자를 보고-입이 짧아서 생선도 많이 먹지도 않고, 그나마 좋아하는 종류도 많이 먹지를 않았다. 큰 생선은 물개답지 않게 잘라서 먹기도 했다- 묻자 흑자는 푸르스름한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뀨뀻. 뀨우."
(괜찮아요. 많이 먹었습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가뜩이나 먹지 않는 흑자가 밥을 남긴 것을 알면 아이다 선배한테 맞아죽으리라. 직감한 사육사 청년은 공포에 떨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흑자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뀨...뀻뀻, 뀨우우우, 뀻. 뀨뀻. 뀨우욱, 휴우....뀻, 뀨꾹?"
(아뇨. 아까 옛친구들이 선물이라고 한아름 주고 갔습니다. 언제 다 먹을지...사육사님 드시겠어요?)
잘 보니 양동이 안엔 못 보던 생선이 들어있었고, 심지어는 담아주지도 않은 쭈꾸미도 들어있었고, 양동이 옆에는 비닐봉지가 두 개, 생선토막과 과자봉지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는 분리수거도 해 놓았다. 사육사 청년은 아까 동물원을 휩쓸고 간 알록달록한-그렇다. 물개 주제에 알록달록했다. 심지어 원색이었다.-물개들을 떠올렸다.
"...아까 걔들 뭐냐?"
"뀨, 뀨우웃, 뀨뀻, 량태, 뀻, 뀨우욱 뀩, 청봉이, 뀨웃 뀻, 뀨뀨뀻, 진태, 뀻뀨우웃, 자원, 뀻- 어...아카시, 뀻뀻."
(방어를 가져온 건 량태 군입니다. 음, 그걸 뺏어서 준 게 청봉 군이네요. 럭키아이템 문어 대신 쭈꾸미를 주고 간 게 진태 군이고요. 과자는 자원 군이 주고 갔고요. 어 그리고 아카시 군은 정리를 해 줬어요.)
"이름이 다 왜 그래? 에버랜드는 동물 이름을 왜 그리 성의없이 지어. 그리고 아카시만 왜 일본이름이야!"
"뀻....뀻뀨웃. 뀨욱, 뀩뀩."
(그거야...로컬라이징이 힘드니까요. 대충 넘어갑시다.)
흑자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사육사 청년은, 자기보다 분리수거까지 훨씬 잘 하는 물개들의 작태를 떠올리고 한숨을 지었다. 그녀석들 생선은 어디서 구해왔나.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시장?
"분리수거는 또 어떻게 알았어..."
"아카시 뀻, 뀨웃."
(아카시 군이 살림을 잘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뀻뀻웃? 뀻."
(기적의 세대잖아요? 괜찮아요.)
괜찮긴 개뿔! 어이쿠 이것 봐라. 물개놈이 은근히 사람 갖고 장난친다? 사육사 청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내가 아오, 2년차 막내라고 이러고 사는데 나도 성질 있다고. 무슨 어패류들이-물개가 어패류는 아니다-사람을 갖고 놀고 앉아있어? 그는 안경을 벗고, 눈을 내리깐 다음 목소리도 같이 깔며 질문했다.
"야 흑자, 하나 짚고 넘어가자."
"...뀻?"
(...뭐죠?)
심상찮은 인상에 흑자가 몸을 움츠렸다. 사육사 청년은 더더욱 음침해진 얼굴로, 작업복 소매를 걷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 바른대로 고해라. 사실은 사람말 다 할 줄 알지?"
"뀻뀻."
(말로 합시다.)
"이것봐, 말도 다 알아듣고 대답도 하잖아! 어디서 뀻이야 뀻은! 사람 말 할 줄 알면서 귀여운척 해서 무마할 생각 하지 마! 너희 사실 다 물개도 아니지! 세상에 뭔 놈의 물개가 코로 농구야, 공으로 재주나 부리지. 너희 농구 잘 해서 기적의 세대 아니지? 물개 주제에 사람 같이 굴어서 기적의 세대 아냐? 솔직히 불어!"
"뀻?"
흑자는 매우 쓸데없이 귀여운 동작으로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 귀여움에 그만 가슴이 두근거린 사육사 청년이 머뭇거리는 동안 잽싸게 미스디렉션해버렸다. 남은 것은 생선이 남아있는 양동이 뿐. 사육사 청년은 뒷목을 잡았다.
----------덧
코로바스의 물개 이름은 쿠로코도 좋고 흑자도 좋습니다. 사실 다 로컬라이징하고 싶었는데 아카시가 어려워요.
서울대공원 사육사니까 한국이름을! 휴가는 본명의 한자를 최대한 살려보았습니다. 리코는...카타카나 이름이라서 그냥 성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애 이름이 아이다면 어릴 때 놀림 많이 받았을 거 같지 않나요.
주장을 놀려먹는 쿠로코는 캐붕감이지만, 애초에 사람이 물개가 된 것부터 심각한 캐붕입니다. 그러니 막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쓰고 만든 것 > 농구하는 무협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쿠로바스]코로바스-코로 하는 농구 1 (10) | 2012.08.10 |
---|---|
[쿠로바스]의지의 문제 (0) | 2012.07.31 |
[쿠로바스]빛과 그림자 (2) | 2012.07.26 |
[쿠로바스]존경하는 만큼 (0) | 2012.07.22 |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