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면서 무시무시한 썰 풀어주신 테이큰 님 감사합니다. 허튼 트위터 날림 팬픽에 그림으로 뒷이야기 그려주신 힟님 감사합니다. 게다가 그리신 그림원고 사용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것은 모델 키세 료타의 사인회장에서 벌어진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키세 오빠!" 오빠? 낯선 호칭에 키세는 눈 앞에 있는 여성을 쳐다보았다. 줄의 거의 맨 끝에 있던 여성은 굉장히 어색한 억양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외국인인가보다. 자세히 보니 화장이나 머리모양이 주위 일본여성들과는 달랐다. 키세는 업계에서 일하며 익힌 눈으로 그 여성을 관찰해 보았다. 눈썹도 두껍게 그리고, 머리도 염색하지 않은 퍼머머리에, 볼터치를 많이 하지 않았고, 아이라인과 섀도우는 강하게 썼는데 속눈썹은 안 붙였고, 입술화장이 색이 진하진 않은데 뭔가 강조되어 있다. 음 한국인이군. 일을 하며 만난 한국 여성들의 화장이 대개 입술을 강조하는 쪽이었던 게 기억이 났다. “한국인이심까?” “아, 네! 한국인입니다!” 자신에게 말을 걸어준 것이 기뻤는지 한국에서 온 여성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제가 고맙지요 해외 팬이라니. 키세는 어쩐지 전국구를 넘어 세계구로 유명인이 된 기분을 만끽하며 웃었다. "오빠? 그건 무슨 뜻이죠?" 상냥하게 웃으며 묻자 한국 여성은 더듬거리는 일본어로 대답했다. "어, 어 그러니까 그거, 한국에서 남성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가장 존경하는 남성을 가리켜 오빠라고 부릅니다." "우와 일본어 되게 잘하시네요. 감사함다. 음, 오-빠. 맞아요?" "네! 오빠!" 키세는 생긋 웃으며 사인을 마치고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야 외국어 하나 배웠다. 가서 써먹어야지. 키세에게 나쁜 뜻은 없었다. 그저 존경하는, 이라는 단어에 꽂혔을 뿐이다. 우연히 연습이 일찍 끝난 어느 날, 개인연습을 더 하자고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던 카가미와 쿠로코 앞에 키세가 나타난 것은 그저, 지나가는 길이었기 때문이기는 하다. 키세는 둘을 보자마자 굉장히 환하게 웃으며 뛰어왔고, 자연스럽게 연습은 잠깐 중단되었다. 공을 들고 있는 쿠로코를 향해 키세가 웃으며 말을 걸었다. "쿠로콧치 오빠앙~." "뭡니까 키세 군. 무서워요." 평소와 다름없이 생글거리며 쿠로코에게 달려간 키세는, 평소보다 냉담하게 자신을 밀어내는 쿠로코를 보며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쿠로콧치 오빠. 난 오빠땜에 상처받았지 말임다." “어이 쿠로코, 이거. ……뭐야?” 카가미가 쿠로코에게 수건을 던져준 다음 키세를 보고 싫은 표정을 지었다. "카가밋치 오빠도 왔네. 둘이 운동해?" “오빠?” “응, 오빠!” "아니 그러니까 오빠가 뭐냐 오빠가. 어감 이상해. 가슴도 아니고..." "꺄 싫어라 카가밋치 오빠. 변태! 오빠 변태!" 일본어로 가슴을 가리키는 속어를 연상한 카가미가 말을 입밖에 내고 나서 실수했다는 생각에 얼굴을 찌푸리자, 키세는 완전히 신난 얼굴로 오빠를 연호하며 카가미에게 달라붙었다. "얌마 징그러 떨어져!" 카가미가 진절머리를 내며 도망가는 걸 키세가 1대 1 마크하는 요령으로 따라잡고 있었다. "오빠아~ 그러지 말라니까. 내 존경심이 보이지 않냐고~" "필요없어 그딴 거!" 쿠로코는 묵묵히 수건으로 땀을 닦고 있었다. 그때 등 뒤에서 미도리마의 목소리를 들렸다. "키세는 왜 저러는 것이냐." "어 미도리마 군, 인기척도 없이 웬일이에요." 미도리마가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쿠로코 네가 할 말은 아니다. 그런데 키세 저놈이 진짜 맛이 간 것인가." "왜요?" "오빠라는 말은 한국어로 여자가 손위 남자 형제를 부르는 호칭인 것이다." "와 그래요?" 쿠로코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우리는 お兄さん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남자는 형, 여자는 오빠라고 부르는 것이다." "와, 미도리마 군 한국어도 배우나요." "이번달 내 행운을 배가시켜줄 아이템이 한국어 공부라더군." "힘내요." 쿠로코의 맥없는 응원을 들은 미도리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리고 말이야. 한국에선..." 미도리마의 다음 말을 들은 쿠로코의 표정이 아는 사람만 알아볼 수 있을 만큼만 일그러졌다. 미도리마가 카가미를 불렀다. "거기 카가미. 연습은 다른 데서 하기를 권한다." "남이사 어디서 하건 말건 뭔 상관이야?" 카가미가 인상을 찌푸리자 미도리마는 진지하게 말했다. "쿠로코한테 키세의 바보균이 옮으면 곤란한 것이다." “아 그렇군!” 카가미가 고개를 끄덕이고 쿠로코에게 손짓했다. “마지바 근처 농구대 있지 쿠로코. 거기로 가서 하자.” “네.” 이미 키세를 피해서 간다는 점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다. "내가 왜 바보임까?" 키세가 화를 냈으나 미도리마는 못 볼 것이라도 본 양 키세를 쳐다보았다. "미도리맛치는 오빠라고 안 불러주지 말임다!" "안 불러주는 게 고마운 거다."
그리고 그 후
“어디서 외국어를 배워도 그런 걸 배우냐.” “히잉- 아오미넷치, 많이 아프지 말임다.” “맞을 짓을 했잖아 새끼야.” “이 점에서 아오미네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이다.” “아, 저 역시.” “바보.” 미도리마와 아오미네와 쿠로코와 카가미가 모든 것을 넘어 공감하고 있는 동안 키세는 소외된 자의 슬픔을 절절히 맛보았다. 흥 어디 두고 보지 말임다. “쿠로콧치 너무하지 말임다.” “키세 군, 자업자득입니다.” “쿠로콧치 차갑슴다!” 쿠로코를 붙들고 하소연해보았지만 쿠로코는 냉담했다. “뭐 그렇지만.” “?” “다들 별 것도 아닌 걸로 농담하는 걸 보니 좋기는 하네요.” “정말?” “말해두겠지만 농담이 재미있는 건 절대로 아닙니다.” 정색을 하고 대꾸하는 쿠로코 앞에서 키세는 고개를 숙였다. 아오미네가 카가미한테 뭔가 말했다 둘이 표정이 급히 썩어들어가는 통에 기적의 세대(중 일부)와 세이린 고교 1학년 주전의 회담은 중지되었다. 하지만 키세는 좋다, 는 쿠로코의 한 마디만 기억했을 뿐이다.
“아오미넷치 오빠앙~” 그 후로 토오고 앞에는 명물이 하나 등장했다. 하교 시간에 맞춰 나타나는 고교생모델 키세 료타와 그를 보면 얼굴이 썩어들어가는 토오고의 에이스 아오미네 다이키, 그리고 말 그대로 짜게 식은 얼굴로 그들을 구경하는 갤러리들.아오미네는 평소의 모든 게 다 짜증난다는 표정 대신 정말 싫어 죽겠다는 얼굴로 키세를 피하고 있었다. “야 모모이! 이거 좀 어떻게 해라!” “아 그치만, 키세군 즐거워 보이고.” “이 망할 기집애야!” 아오미네가 끔찍한 걸 보고 있으니 제발 누가 날 좀 구해달라는 표정으로 악쓰고 있었고 키세는 아오미네가 싫어하니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쫓아다니고 있었다. 모모이는 평화로운 얼굴로 쿠로코를 보며 한껏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보다 쿠로코 군 있지,오빠라는 호칭 좋은 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부르면 안 돼?” “미안하지만 거절합니다.” “아 쿠로코 군 차가워- 그래서 좋아하지만.” 미도리마가 오늘의 행운 아이템-만담-을 관람하러 왔다며 흥미진진한 얼굴로 기적의 세대가 벌이는 소모전을 구경하다 쿠로코에게 물었다. “그런데, 쿠로코. 왜 구경하러 온 것이냐.” “아오미네 군이 저렇게 진심으로 뭐 싫어하는 거 드물잖아요.” "아." "자기 혼자 못 하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죠." “음, 뭐 그건...그렇지.” 쿠로코는 조용히 할 말을 마치고 다시 아오미네와 키세의 소동에 눈을 돌렸다. 기적의 세대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쿠로코 테츠야라는 진리를 새기며 모모이와 미도리마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