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만든 것'에 해당되는 글 60

  1. 2013.03.31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 2013.03.19 [사사에리]당신의 번역가
  3. 2013.03.19 [어벤저스]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4. 2013.01.03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5. 2013.01.03 종말까지 앞으로 5분
  6. 2012.10.10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7.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5
  8. 2012.10.04 [어벤저스]천둥과 장난신 신화
  9. 2012.09.26 수급도서관-1 2
  10. 2012.09.21 [사사에리]버블티는 당분을 싣고 4
  11.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4
  12. 2012.09.05 [은혼]세계의 밤 3
  13. 2012.09.04 京極子傳 2
  14. 2012.09.01 코로바스-코로하는 농구 2 6
  15. 2012.08.28 [어벤저스]잘 자, 형 2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사약을 좀 얻어마셨습니다. 에리 님 리퀘로 쓴 베른TS에바입니다. 레지먼트 쪽이 정리가 잘 돼서 군견조와 스승들이 모두 어느 숲 속 작은 집에서 산다는 설정입니다.



[사사에리]당신의 번역가

에리 님 리퀘로 쓴 사사에리입니다. 마인탐정 네우로에 나오는 사사즈카 형사와 에리 님 드림 커플입니다. 이 드림은 굉장해요. 사사에리로 앤솔이 나오는 드림입니다.

 

사사즈카는 큰 집게로 묶어놓은 A4 종이 뭉치를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무릎에 놓인 사전을 보며 자판을 두드리던 에리가 깜짝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사사즈카를 쳐다보았다.
“벌써 다 읽었어요?”
“아니, 벌써가 아닌데…….”
불을 켜지 않아서 모니터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에리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고 핸드폰을 켜서 시간을 확인한 에리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몰랐어요.”
서재는 이미 어두워서 모니터가 아니었으면 안으로 들어가다 넘어질 판이었다. 사사즈카는 불을 켰다. 형광등이 깜박이다 완전히 밝아졌고, 에리는 잠시 눈이 부신지 눈살을 찌푸렸다.
“저녁 먹어야지.”
“참 그러고 보니 먹는 걸 잊었네요. 어……그럼 저녁은요?”
이제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에리를 향해 사사즈카는 웃어보였다.
“난 간단히 먹었어. 그리고 이거.”
원고 뭉치 때문에 못 봤는데 한 입 크기로 뭉친 주먹밥이 접시 위에 몇 개, 그리고 물이 한 잔 있었다. 에리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요, 일 끝나고 왔는데 쉬지도 못하고.”
“아냐, 재미있었어. 안 쉬고 쭉 읽고 밥 챙겨 먹느라고 이제 들어온 거지.”
사사즈카도 주먹밥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에리는 주먹밥을 먹으며 마지막으로 고친 페이지의 인쇄버튼을 눌렀다. 이제 마지막 교정이다. 조금만 더 손을 보고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면 원고는 자기 손에서 떠나는 셈이 된다. 이번 책은 법의학에 관련된 책이다. 사사즈카가 아무래도 법의학에 대해 좀 알고 싶다고 작년쯤 지나가는 말로 한 마디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에리는 아는 출판계 인사들에게 법의학 서적 번역할 일 있으면 꼭 자기에게 일을 달라고 부탁했다. 법이나 범죄심리 관련된 서적을 번역했었기 때문에 관련된 일이 들어오기도 한결 쉽기는 했다. 결국 어느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고, 에리는 기쁘게 일을 수락했다. 물론 필요하다면 사사즈카는 영어로 된 책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사사즈카 에이시에게 자신이 한 번 걸러서, 모국어로 된 글을 보여주고 싶었다.
“먹는 걸 까먹는 걸 보니 작업이 막바지긴 한가보네.”
“네. 참, 어땠어요?”
어제 저녁에 에리에게 이번에 새로 교정보는 원고를 미리 읽어보고 싶다고 먼저 말한 것은 사사즈카였다. 처음에는 자신의 관심분야라서 한 번 훑어보고, 에리가 용어에 대해 묻거나 하면 조언해 주곤 했었는데 요 최근에는 에리의 번역에 크게 관심을 보였다. 교정쇄도 1쇄부터 지금까지 모두 읽고 꼼꼼하게 조언해 주었다. 에리는 사사즈카가 자신의 번역을 좋아하는 걸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그 말을 직접 물어보기는 어려웠다. 그저, 자기가 하는 일이니 협조해 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막연히 생각해 보았다.
“저번 거랑 비교해서는, 확실히 이쪽이 읽기 낫더라.”
“다행이네요. 애 많이 썼어요.”
“그리고 역시 용어는 그렇게 통일하는 게 나을 거야. 혹시 몰라서 우리쪽 검시의한테 물어봤는데 그게 낫다더라. 참, 저기 접어놓은 부분은 한 번 체크해 봐.”
원고를 들어 넘겨보니, 종이 귀퉁이가 접힌 부분에는 빨간 펜으로 메모가 적혀 있었다. 에리는 놀라 사사즈카를 쳐다보았다. 경시청 근무는 무척 바쁜 일이고, 경시쯤 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단순한 관용구는 아니다. 그런데도 퇴근 후의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서 원고를 봐 주었다.
“이걸 다 쓴 거예요?”
“응, 뭐……현장에 있는 사람이 감수하는 게 낫다고 하잖아?”
에리는 어쩐지 눈물이 날 거 같아 책상 위에 놓인 물만 마셨다. 목이 메였다. 간신히 인사말을 입 밖에 냈다.
“고마워요.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아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에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쪽 책은, 에리가 번역한 게 제일 잘 읽히거든.”
순간 주먹밥 접시가 바닥에 추락할 뻔 했다. 사사즈카가 아슬아슬하게 접시를 받아냈다. 에리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사즈카를 보고 있었다. 손발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듯, 한참을 아무 것도 못 하고 서 있던 에리는 사사즈카가 주변을 다 정리하고 당황스러운 얼굴로 에리를 쳐다볼 때 즈음에야 겨우 말을 꺼냈다.
“제 번역, 좋아해 줘서 정말로, 고마워요.”
사사즈카는 에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사즈카 에이시 경시의 책꽂이 위에서 두 번째 칸에는 에리가 번역한 책이 꽂혀 있다. 맨 처음 번역한 책은 연쇄살인마의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그리고 아는 사람의 소개로 번역한 판타지 소설이 한 권, 시리즈 물이라서 작가의 문장이 자꾸 변하는 게 어렵다고 했었다. 그 다음에 번역한 책은 일반 대중에게 민법에 대해 안내하는 책이었다. 그때는 형법 쪽을 번역하고 싶었는데 민법이라고 아쉬워 하는 에리에게 그럼 나중에 그쪽 하면 되지 않냐고, 일단 커리어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준 것이 사사즈카였다. 가장 손이 쉽게 가는 칸에 에리의 책을 꽂아두고, 틈 나면 보곤 한다. 에리가 그 책꽂이에 자기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보고 지었던 표정을 사사즈카는 잊지 못한다.
사사즈카는 책꽂이에 오늘 퇴근하는 길에 사 온 책을 꽂아두었다. 에리가 맨 처음 번역한 책의 2쇄가 오늘 나왔다.


나는 다만 당신의 문장가이고 싶다
-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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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원이님 리퀘로 쓴 정배커플....인데 아시죠, 저 커플링 별로 의미없는 인간인 거.

 

 

호크아이가 백수가 되었다.
외계인 좀 섬겼다고 백수가 된 것은 아니다. 닉 퓨리가 그렇게 쪼잔한 상사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일이 아주 영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쨌건 한 번 배신해서 이쪽의 정보를 적에게 떠넘긴 것은 타격이 컸다. 뭔가 일이 생기면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소리지만, 호크아이 본인이 그런 것을 견디기가 갈수록 어려워졌다. 세뇌당해서 한 거니까 괜찮아, 라고 나타샤가 위로해 줬지만 그 위로도, 수많은 타인의 차가운 시선 앞에서는 점점 힘을 잃어갔다. 물론 위로해 주는 사람도 많았고 부당한 뒷소문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소문은 힘이 세서 수가 많은 쪽이 이기기 마련이다. 결국 못 견디고 사표를 쓴 것은 호크아이였다.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어느 날 불쑥 나타나 세상을 뒤엎어놓은, 뿔 달린 투구 쓴 외계인이 그의 퇴직에 큰 영향을 끼쳤다.
로키 생각만 하면 속이 뒤집어진다. 호크아이는 이를 갈며 종이상자 하나에 자기 짐을 쑤셔넣고 정리를 마무리했다. 사실 사무직도 아니고 본부 내에 짐이 많지는 않았다. 잡동사니 가 전부다. 아무튼 상자를 정리하고 국장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닉 퓨리는 서운해 하며 재취직 자리를 알아봐 주겠노라 약속했다. 호크아이는 국장의 호의를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했다. 결국 또 어디에선가 말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닉 퓨리는 한숨을 쉬고,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뭐건 말하라고 해 주었다.
요원 생활이 그것으로 끝났다. 딱 종이상자 하나 정도인 직장생활이었나 싶어서 맥이 풀리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했지만 일단 당분간은 좀 쉬자고 생각했다. 정말로 그날은 쉬고 싶었다. 배달음식을 시키고, 맥주를 마시며 TV라도 보겠다고 생각하고 현관문을 열었더니,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머리께에 달린 뿔을 본 호크아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가.”
어떻게 들어왔는가 하는 물음은 무의미했다. 저 외계인이라면 못 할 게 없었으니까. 태연한 얼굴로 호크아이의 소파에 앉아있던 로키는 표범처럼 등을 쭉 펴고 이쪽을 돌아보며 씩 웃었다.
“왜 그리 죽상인가.”
“남이사 죽상이건 말건. 나가라. 오늘은 너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아, 일을 그만뒀다지?”
“어떻게 알-”
호크아이는 하던 말을 멈췄다. 그 정도는 이 외계인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러면 여기에 온 이유는 뻔하다.
“너 나 약올리려고 왔냐?”
“그럴 리가. 이게 약오르는 일이야?”
의외로 로키는 굉장히 진지한 얼굴로 반문했다. 호크아이는 말문이 막혔다. 당연한 것을 설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실감했다.
“그, 그야 약오르지.”
“어떤 부분이?”
“사람은 일을 안 하면 먹고 살 수 없으니 당장 생활이 곤란해진다. 돈이 걸린 문제잖아. 그리고 역시, 일을 하지 않으면 중요한 게 사라지는 느낌이 들지 않겠어? 사회인으로서의 자부심 같은 것 말이다.”
로키는 우아하게 다리를 바꿔 꼬았다.
“까짓거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리 수선을 떠나. 그냥 일을 하지 않는 것 뿐이잖아. 그게 뭐 그리 중요한가.”
아, 그래. 이 자식이 고향별에서 둘째 왕자랬나. 호크아이는 태생부터 다른 이 외계인이 자기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로키는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 생각하다, 그거다, 하는 얼굴로 호크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인간.”
“너 내 이름 까먹었지……왜?”
“나한테 취직하지 그러냐.”
“뭐야?”
너무나 어이없는 제안에 호크아이의 눈이 둥그래졌다. 로키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아스가르드에서는 우수한 궁수를 높이 산다. 나 역시 그러하다. 나의 군대로서, 너는 나에게 속해서 일을 하는 게다. 어떠냐. 영광스럽지 않아? 내 군대의 선봉장으로 써 주마. 월급도, 자긍심도 모두 문제 없이 채워지는 거지.”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 호크아이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
“월급이 문제냐? 달라는 대로 주마. 내 군대의 선봉장 이상 가는 영광스러운 자리는 없으니 자긍심도 채워지지. 뭐가 문젠가. 아, 아스가르드에서 사는 게 문제라면 너에게 미드가르드의 군대를 통솔할 영광을 주마.”
영광을 준다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태어날 때부터 미국 시민이라 왕조국가의 신민의 사고방식 따위 이해할 생각도 없는 호크아이의 이마에 힘줄이 하나씩 둘씩 서기 시작했다. 로키는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호크아이를 쳐다보았다.
“뭘 더 바라는 거지, 인간?”
“평생 취직 걱정 안 하고 산 유한계급 따위!”
자본주의 사회에서 찌들대로 찌든 백수의 분노가 폭발했다. 애초에 취직을 거절한다는 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가장 화났다.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트위터에서 군견조 머리를 군바리처럼 밀고 싶다시던 에리 님의 말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자크의 눈에 가장 먼저 비친 것은, 결박당한 자신이었다. 잠시 후에야 그것이 거울임을 깨달은 아이자크는,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총에 손을 가져가려고 했으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묶여있는 모양이었다. 

"몸을 움직이면 다칩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뒤통수께에 차가운 금속이 닿아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습격인가, 아이자크는 인기척부터 살폈다. 자신의 뒤에 하나, 그 뒤에 하나, 그리고 문가에 하나. 거울에 비친 녀석들은 모두 얼룩덜룩한 카키색 무늬 옷에 군화를 신고, 머리에는 창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놈들은 살상훈련을 받은 정규군이다, 그렇게 판단한 아이자크는 실내에 묶여있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는 것도 깨닫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에바리스트는, 에바는 어디 있지. 

아마도 같이 잡혀왔다면 그의 친우이자 상사이자 전우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특수한 고문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반사적으로 생각한 아이자크는,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자신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다음은 에바가 알아서 하겠지.그냥 입을 다물고, 고문을 견디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여차하면 놈들을 모두 찢어발겨서라도 나가서 에바를 구하면 된다. 그렇게 결심하고 아이자크가 심호흡을 하자, 바로 등 뒤에 서 있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긴장하지 마십쇼."

"바르트 소령님은 어디 계신가?"

"바르트 소령님이라면 그 흑발 소령님 말씀하시는 거군요. 안심하십시오. 좀 더 좋은 시설에 계십니다."

"......"

"게다가 먼저 들어가셨으니 대위님 나가실 땐 다 끝났을 겁니다."

"끝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자크는 필사적으로 생각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에바가 판단하고 자신이 움직인다. 그러나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에바는 괜찮을 거다. 하지만 끝난다니.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등 뒤의 목소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고작 이발입니다. 사회에 있을 때 미용일 오래 해서 바리깡 정도는 껌이지 말입니다. 긴장하지 마십쇼"

어? 아이자크가 뭔가 잘못되었닥 느낄 때 목에 수건이 둘러지고, 그 다음에 분홍색 긴 가운 같은 것이 둘러졌다. 뒤에 서 있던 모자에 가로줄이 네 줄 들어간 녀석이 씹듯 내뱉았다.

"군바리는 머리밑 살이 보이도록 씨원-하게 미는 게 최고지 말임다. 그럼 밀겠지 말임다." 

금발 한 줌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바람이 서늘하게 파고드는 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까슬까슬한 게 꼭 선인장 같아서 아이자크는 울상을 지었다. 내가 그래도 장교인데 머리를 이렇게 밀어버리나? 어느 나라 군대야 여긴. 그러나 아이자크는 머리를 빡빡 깎은 에바리스트를 본 순간 웃느라 자기 머리에 대한 것을 모두 잊었고 잠시후엔 에바리스트한테 얻어맞느라 머리에 대한 것을 또 잊었다.

여담인데 시원하게 머리를 민 에바리스트에 대한 아이자크의 감상은, 두상이 동글동글했다,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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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까지 앞으로 5분

12월 21일에 왜 지구가 망하지 않나 하고 억울해 하며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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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긴상, 사실 내가 널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사람들이 내가 쓰는 글 네타 듣고 당신 최애캐가 긴상이 아니라고 그런다- 아무튼 축하는 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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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세계의 밤 5

이제 정말 비축분이 다 떨어졌습니다. (묵념)

전에 썼던 내용을 수정했고요 이 뒤는 이어서 쓰고 있습니다. 책은 어떻게 나올지 생각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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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저스]천둥과 장난신 신화

겨울은 길다. 짧은 봄, 여름, 가을 내내 물고기를 잡고 바닷표범을 잡고 새를 잡아다 놓고, 겨우 양파며 감자 같은 것들을 어떻게 키워낸다. 그것들을 가죽까지 삶아먹고 굶어죽어갈때쯤 겨우 봄이 돌아오면, 다시 죽어라고 물고기를 잡는다. 춥고 먹을 거 없는 땅에 사는 사람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게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덜 굶주릴텐데. 어릴 때 할머니께 세상은 왜 이렇게 춥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어느 두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따뜻한 곳이었단다.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신들께 기도를 올렸어. 어느 장난을 좋아하는 신이 우리의 기도를 듣고, 세상을 자루 속에 담아갔단다. 신은 자루를 지고 열심히 걸어갔지. 항상 더운 나라를 지나가다 물었어. 여기가 좋으냐? 우리는 고개를 저었지. 그럼 더 추운 데로 갈까. 신은 다시 자루를 짊어지고, 추운 산을 넘어 추운 계곡을 따라 걸어갔어. 신이시여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가시나요? 얼음밖에 없는 땅으로 간다. 거기는 너무 추워서 양파도 심을 수 없고 새들도 날아가다 얼어죽지. 우리는 그제서야 신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비탄에 차 울부짖었대요. 그때였어. 장난을 좋아하는 신은 무서운 천둥신을 형으로 두고 있었단다. 천둥신은 동생이 자루를 지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동생을 천둥과 번개를 부르는 큰 망치로 때렸어. 동생 신은 넘어졌고, 그때 자루에 들어있던 세상이 튀어 나와, 추운 계곡에 자리잡게 된 거지. 그래서 우리는 추운 세상에 살고 있단다. 그런 긴 이야기였다.

나는 할머니께 물었다. 그럼 천둥신 때문이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그런데 왜 우리는 천둥신에게 매년 봄마다 좋은 곰고기를 올리면서 제사지내요?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안 그랬으면 우리가 더 추운데서 살았을 수 있기 때문이지. 그분이 우리를 구하신 거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파와 감자가 나는 땅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으니. 올해 제사에는 천둥신에게 좋은 고기를 바쳐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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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는 기분 좋게 가벼운 자루를 메고 걸었다.

자루 속에는 갓 잡은 세상 하나가 들어있었다. 의외로 분자 사이의 공간을 제거하면 압축은 쉬워진다. 마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별 게 아니다. 다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같다. 큰 마법이라 공이 많이 들어갔고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많았지만 그런 것쯤 참을 수 있을 만큼 기분이 좋았으므로, 로키는 자루를 메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세계의 신이 된다니 기분이 상쾌했다. 

경배와 칭송은 좋은 것이다. 미드가르드의 어느 미개인들이 척박한 사막이 싫다고 구원을 요청하는 기도를 하길래 장난 삼아 좀 과한 연출을 하며 내려갔더니, 드디어 신이 내려오셨다며 광란에 가까운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한 점 의심 없는 경의와 애정, 순수한 존경과 충성에 로키는 그만, 그렇다면 이들에게 새 세상 정도는 마련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들의 불만은 요약하자면 여기는 너무 척박하고, 물도 없고, 덥다는 것이었다. 음 척박하지 않고 물도 많고 덥지 않은 곳...하던 로키는, 딱 좋은 곳을 떠올렸다. 사막을 지나 대륙을 따라 가다보면, 적당히 추운 산간지대지만, 땅은 비옥하고, 소들이 잘 자라고, 늘 푸른 곳이 있었다. 그들에게 한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 너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리라 하니 가엾은 미개인들은 미친 듯 좋아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저 머리를 조아리니 기뻤다. 그래서 조금 거창한 마법으로 그들을 자루에 담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다만 가던 길에, 잠시 마법에 필요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 바이킹들의 땅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의 땅에는 항상, 시끄러운 형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약초를 뜯어 오는데 저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형이 미드가르드인들에게 경배받으며 요란하게 먹고 마시는 잔치였다. 그러고 보니 하지였다. 항상 하지가 되면 잔치가 벌어진다고 좋아했었던 기억이 나며 로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형은 항상 소란스럽다.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얼른 지나가려는데, 자신이 이곳에선 너무 눈에 띄었나보다. 형제가 와하하하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아우야! 미드가르드에서 만나니 반가움 한량 없다! 이리 와 한 잔 하자!"

올파더시여, 왜 저건 힘도 짐승 같고 눈도 짐승 같으며 감도 짐승에 가까운지요. 그 멀리서 어떻게 자기를 봤는지도 모르겠고, 그 멀리까지 어떻게 그렇게 소리지르는지도 모르겠다. 로키는 못 들은 척 걸어갔다. 

"어이, 로키! 너 이녀석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게냐?"

토르가 뛰어오는 것도 같았지만, 잔치상을 두고 설마 여기까지 오려고. 로키는 그냥 걸었다. 이제 추운 땅을 지나 조금만 가면, 이들을 풀어줄 좋은 땅이 나온다. 초록색 잔디, 파란 하늘, 좋은 공기. 뭐 그런 것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바칠 순수한 경의와 존경. 일만 잘 되면 나는 미드가르드의 한 쪽에서는 신으로 숭배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잠시 경계가 느슨해졌나보다. 로키는 투구를 쓴 머리가 둘로 쪼개지는 고통을 느끼고 바닥에 넘어졌다. 형에 대한 분노보다 먼저 로키의 머리를 차지한 것은 아득한 절망감이었다.  

자루 속의 세상이, 펠리컨이 생선 뱉듯 바닥에 튀어나와 널부러졌다.


오 안 돼. 이럴 순 없어. 로키는 망연자실했다. 어느새 자루 속에서 나온 세상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고, 기대에 차서 뛰쳐나온 부족민들이 생전 처음 겪는 추위에 분노하여 우왕좌왕하며 공황상태에 빠져있거나 자신에게 욕을 퍼붓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절망과 분노를 담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로키는 털썩 주저앉았다. 간만에 받아보는 경의였는데!

"오호, 갑자기 사람들이 생겼구나. 이건 무슨 마법이냐 아우야?"

그리고 등 뒤에선 완전히 신기한 얼굴로 눈이 동그래져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보며 웃고 있는, 그의 웬수 같은 형이 있었다. 

"안 오길래 화가 나 묠니르를 던졌다만, 이런 재미있는 게 있었으면 나를 부르지 그랬니."

로키는 바닥에 떨어진, 그리고 다시 형의 손으로 돌아간 그 망할 망치를 쳐다보고,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고 있는 형을 한 번 쳐다보고, 머리를 짚었다.

"토르 너 이 멍청하기는 양과 같고 성질 더럽기는 사갈 같은 놈아!!"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만 분노한 로키가 토르에게 창을 던졌고, 거기서 간만에 형제 싸움이 거하게 벌어졌으며, 당연히 토르가 이겨서 로키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부족민들은 갑자기 추운 데 떨어져서 자신들의 신을 욕하다 보니 다른 신이 자기들의 신을 두들겨 패서 끌고가는지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신앙을 만드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그 신은, 추위도 덜 탈 거 같이 입었고 말이다.

그것이 어느 에스키모 부족의 창세 신화에는 전해지지 않는, 보통 아는 사실과는 조금 다른 진실이었다.

수급도서관-1

없어진 책, 오래된 책, 이름만 전해지는 책들이 있는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희한한 책들이. 무라사키 시키부가 직접 필사한 겐지모노가타리의 가장 오래된 판본이나, 봉산학자전이 실려있는 방경각외전이나, 한 번도 발간된 적 없는 생 폴 루의 시집이나, 윤동주의 미발표 유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책을 봤다는 사람도, 도서관에 갔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다.



도서관은 무척 고풍스러웠다. 오래된 집을 개조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행랑채가 있고, 거기에 접수/반납/대출이라고 적힌 현판이 보였다. 이 집안에 몇 백년 내려오던 책을, 희귀본도 가리지 않고 읽게 해 준다고 한다. 그냥 그런 이야기만 들었다. 더 이상한 책이 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지만, 더 자세한 건 묻지 못했다. 말하는 사람이 꺼려하는 분위기라. 소문들은 대개 헛소리고 험담이지만, 찌든 얼굴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끔 꽤 건질 만한 것도 있다. 그들은 절실하기 때문에 소문에도 매달리기 마련이라서. 그리고 정말로, 오래된 기와집들 사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청지기가 사는 행랑채였을 방의 들창을 두드렸다. 간유리가 끼워진 창이 열리고 반백의 머리를 곱게 쪽진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흰머리 치고는 굉장히 젊어보이는 얼굴이었다.  보통 잘 입지 않는 명주저고리에 요즘은 하지 않는,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쪽진 머리에 플라스틱인지 옥인지, 하얀 비녀가 주름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사서인 것 같은 여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이쪽을 쳐다보았다.

"저, 책 볼 수 있어요?"

"잘 안 들리는데. 창문 좀 더 열어봐요. 그리고 어떤 책 찾아요? 우린 폐가식이우."

나는 들창을 좀 더 밀어서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적인 수면의 꿈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착각에 대한 연구와 논쟁> 1907년판이 있..."

패기있게 책 제목을 말하려던 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들창을 너무 세게 열었는지 방 안이 잘 보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서의 얼굴 뒤로 사람 머리가 보였다. 머리 밑에는 몸이 없었고, 머리는 시퍼랬다.

"그래서, 읽고 가시게, 아니면 대출하시게?" 

내가 마루에 주저앉아 입을 뻐끔거리거나 말거나 사서는 평온하게 물었다. 

"...머, 머, 머.....머!" 

"한국말 몰라? 머리? 에이 뭐 새삼스럽게. 오늘 처음 오셨나보네. 참 우린 대출할 때 각서 쓴다오. 확인해 보구려."

구식 말투를 쓰는 사서는 얇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신명조 9포인트로 인쇄된 약관이 빼곡하게 적혀있었고 나는 정신없이 한 단어를 찾았다. 대출 기한은 한 달로 하며 연체시 사서의 처분이 따를 수 있다...희귀본의 경우 파손 및 두 달 이상 연체시 수급으로 보상을 대신함. 

세상에.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사서는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놀라긴. 세상엔 의외로 많다우. 수급을 걸고서라도 책을 못 봐서 난리인 희한한 족속들이. 그래서, 읽고 가시나?" 

"아, 아니요. 다음, 네, 다음에 올게요." 

나는 횡설수설하며 마루에서 내려갔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책 목록 있으니 가져가서 보고 다음에 또 오슈." 

다음이 있겠냐. 나는 중얼거리면서 무심코 마루에 놓인 두툼한 도서목록을 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갔다. 긴 골목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하철 안에서 도서목록을읽고 있었고, 그리고 발견했다. <球陽拾遺>...실전된 줄 알았던 책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수급 정도는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아찔했다. 이러다 죽지. 역시 책 따위 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자신을 세뇌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이틀 후, 다시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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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에리]버블티는 당분을 싣고

사사에리입니다. 제가 밀고 있는 사사즈카 형사님과 에리 님의 커플이지요! 리퀘 받은 걸 이제 쓰네요! 버블티 먹다가 형사님이 이거 드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썼는데 에리 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수사 1과에 대한 것은 에리 님이 알려주신 수사1과 조직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건 제 창작입니다. 혹시 원작 설정이랑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건 찔러주세요.

자 이것으로 글빚은 대략 청산했으니 이제 원고에 매진해야겠습니다. 동네에 부스 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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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세계의 밤 4

사카타 긴토키 진선조 부장 설정입니다. 전체주의국가 일본과 어용경찰 진선조가 나옵니다.

고문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쓰는 사람 능력이 부족해서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고어에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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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혼]세계의 밤 3

비축본에 수정을 좀 했습니다. 얼마전에 본 필로우맨이 약간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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京極子傳

관구[각주:1]가 마음에 병이 있어 늘 깊이 탄식하며 세상을 멀리하며 괴력난신과 이매망량에 대한 책을 즐겨 썼다. 그의 벗들이 때로 즐겨 돕고 때로 한탄하며 나무랐다. 울증이 있어 세상을 멀리하나 친구의 집만은 간혹 방문하여 괴력난신과 이매망량에 대해 물으니 이가 경극자다. [각주:2]

(중략)

경극자 가로되 "세상에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였다. 관구가 묻기를 "허면 자네가 신사의 신주를 맡는 까닭은 무엇이며 자네가 주술을 말함은 어찌된 일인가?" 했다. 경극자가 눈을 흘기며 가로되 "지금까지 비유하여 설명하기를 수 차례 하였으나 오히려 질문을 하니 이는 어찌된 연유인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니 말하여 무엇하리오." 하였다. 관구가 더 물으려 하였으나 경극자는 책을 읽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관구가 하릴없이 일어나 문을 나와 언덕길을 내려오다 어지러워 넘어졌다. 탄식하며 가로되 "이는 경극자의 술수로다." 하였다.

훗날 탐정[각주:3]을 만나 이 일을 말하자 탐정이 웃으며 가로되 "그것은 언덕의 미치는 바요 경극자가 한 일이 아니다. 경극자는 방에 틀어박혀 책읽기만 일삼으니 책 먹는 요괴라 요괴가 어찌 사람을 어지럽게 하리오." 관구가 탐정에게 "경극자는 요괴가 아니고 당신의 구제고교 후배이니 말이 너무 과합니다."라 하였다. 그러나 탐정은 큰 소리로 웃으며 "밤낮 부모상을 당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자가 어찌 인간이겠는가. 또한 그는 요괴가 없으며 이상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논리를 들어보면 궤변이고, 긴 문장과 교묘한 말솜씨로 사람의 혼을 빼놓고 정신을 흐트려 그 뜻을 이루는 바이니 참으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하였다. 관구가 항의하여 말하기를 "그러나 당신은 경극자와 더불어 온갖 일에 참여하며 경극자의 일을 돕습니다. 어찌 사람으로 요괴의 일을 돕습니까?" 했다. 탐정이 더욱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리석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거늘 어찌 인간의 잣대로 나를 판단하는가." 관구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심심했습니다. 무슨 이야긴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주석

  1. 1. 관구는 왜국 동경 사람이다. 성이 관구(関口)이고 이름은 선(巽)이다. [본문으로]
  2. 2. 경극자는 성이 중선자(中禅寺), 이름은 추언(秋彦)이고 왜국 동경 사람이다. 이명은 경극당(京極堂)이다. [본문으로]
  3. 3. 탐정은 서역에서 유래한 직업으로 일의 전후사정을 밝혀 죄인을 찾는 자다. 공안소설의 주인공과 동류이다. 여기 나오는 탐정은 성을 가목진(榎木津), 이름을 예이랑(礼二郎)이라고 쓰는 인물로 왜국 동경 출신이다. 관구, 경극자와 함께 수학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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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바스-코로하는 농구 2

앜스 양이 리퀘를 받아줘서 코로바스를 그려주었습니다. 앜스 양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무라사키바라가 예뻐요. 이마요시는 멋있고.

 

 

 

"그러고보니 흑자가 방어를 잘 먹지?"

김준일, 서울대공원 사육사, 2년차.  농구가 하고 싶었으나 인문계 갈 성적 되는 놈이 무슨 운동이냐는 높으신 분들의 말씀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육사가 되어 있더라는 비운의 청년. 오늘도 기운차게 우리를 청소하고, 수조를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다 우주에서 제일 무서우신 나이는 동갑인데 하늘같은 선배라 서로 반말하며 잘 놀다가도 뻑하면 응징의 펀치를 날리는 사육사 3년차 류아이다-아버지가 오페라 팬이라고 한다. 원래는 춘희라고 짓고 싶었는데 그 이름을 올리는 순간 어머니가 아버지를 반 죽이셨단다.- 선배님께 혼나기도 하는 비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개 우리 청소를 하다 오늘도 밥을 남긴 흑자를 보고-입이 짧아서 생선도 많이 먹지도 않고, 그나마 좋아하는 종류도 많이 먹지를 않았다. 큰 생선은 물개답지 않게 잘라서 먹기도 했다- 묻자 흑자는 푸르스름한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뀨뀻. 뀨우."

(괜찮아요. 많이 먹었습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가뜩이나 먹지 않는 흑자가 밥을 남긴 것을 알면 아이다 선배한테 맞아죽으리라. 직감한 사육사 청년은 공포에 떨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흑자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뀨...뀻뀻, 뀨우우우, 뀻. 뀨뀻. 뀨우욱, 휴우....뀻, 뀨꾹?"

(아뇨. 아까 옛친구들이 선물이라고 한아름 주고 갔습니다. 언제 다 먹을지...사육사님 드시겠어요?)

잘 보니 양동이 안엔 못 보던 생선이 들어있었고, 심지어는 담아주지도 않은 쭈꾸미도 들어있었고, 양동이 옆에는 비닐봉지가 두 개, 생선토막과 과자봉지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는 분리수거도 해 놓았다. 사육사 청년은 아까 동물원을 휩쓸고 간 알록달록한-그렇다. 물개 주제에 알록달록했다. 심지어 원색이었다.-물개들을 떠올렸다.

"...아까 걔들 뭐냐?"

"뀨, 뀨우웃, 뀨뀻, 량태, 뀻, 뀨우욱 뀩, 청봉이, 뀨웃 뀻, 뀨뀨뀻, 진태, 뀻뀨우웃, 자원, 뀻- 어...아카시, 뀻뀻."

(방어를 가져온 건 량태 군입니다. 음, 그걸 뺏어서 준 게 청봉 군이네요. 럭키아이템 문어 대신 쭈꾸미를 주고 간 게 진태 군이고요. 과자는 자원 군이 주고 갔고요. 어 그리고 아카시 군은 정리를 해 줬어요.)

"이름이 다 왜 그래? 에버랜드는 동물 이름을 왜 그리 성의없이 지어. 그리고 아카시만 왜 일본이름이야!"

"뀻....뀻뀨웃. 뀨욱, 뀩뀩."

(그거야...로컬라이징이 힘드니까요. 대충 넘어갑시다.) 

흑자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사육사 청년은, 자기보다 분리수거까지 훨씬 잘 하는 물개들의 작태를 떠올리고 한숨을 지었다. 그녀석들 생선은 어디서 구해왔나.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시장?

"분리수거는 또 어떻게 알았어..."

"아카시 뀻, 뀨웃."

(아카시 군이 살림을 잘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뀻뀻웃? 뀻."

(기적의 세대잖아요? 괜찮아요.)

괜찮긴 개뿔! 어이쿠 이것 봐라. 물개놈이 은근히 사람 갖고 장난친다? 사육사 청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내가 아오, 2년차 막내라고 이러고 사는데 나도 성질 있다고. 무슨 어패류들이-물개가 어패류는 아니다-사람을 갖고 놀고 앉아있어? 그는 안경을 벗고, 눈을 내리깐 다음 목소리도 같이 깔며 질문했다.

"야 흑자, 하나 짚고 넘어가자."

"...뀻?"

(...뭐죠?)

심상찮은 인상에 흑자가 몸을 움츠렸다. 사육사 청년은 더더욱 음침해진 얼굴로, 작업복 소매를 걷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 바른대로 고해라. 사실은 사람말 다 할 줄 알지?"

"뀻뀻."

(말로 합시다.)

"이것봐, 말도 다 알아듣고 대답도 하잖아! 어디서 뀻이야 뀻은! 사람 말 할 줄 알면서 귀여운척 해서 무마할 생각 하지 마! 너희 사실 다 물개도 아니지! 세상에 뭔 놈의 물개가 코로 농구야, 공으로 재주나 부리지. 너희 농구 잘 해서 기적의 세대 아니지? 물개 주제에 사람 같이 굴어서 기적의 세대 아냐? 솔직히 불어!"

"뀻?"

흑자는 매우 쓸데없이 귀여운 동작으로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 귀여움에 그만 가슴이 두근거린 사육사 청년이 머뭇거리는 동안 잽싸게 미스디렉션해버렸다. 남은 것은 생선이 남아있는 양동이 뿐. 사육사 청년은 뒷목을 잡았다.

----------덧

코로바스의 물개 이름은 쿠로코도 좋고 흑자도 좋습니다. 사실 다 로컬라이징하고 싶었는데 아카시가 어려워요.

서울대공원 사육사니까 한국이름을! 휴가는 본명의 한자를 최대한 살려보았습니다. 리코는...카타카나 이름이라서 그냥 성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애 이름이 아이다면 어릴 때 놀림 많이 받았을 거 같지 않나요.

주장을 놀려먹는 쿠로코는 캐붕감이지만, 애초에 사람이 물개가 된 것부터 심각한 캐붕입니다. 그러니 막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어벤저스]잘 자, 형

마사 노먼 원작의 잘자요, 엄마('Night, Mother)를 바탕으로 하는 희곡입니다. 그러고보니 은혼에서도 한 번 했었죠 이거.

이야기를 듣고 같이 이 설정으로 글을 쓰기로 해 주신 라일라 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덕분에 다시 이걸 보고 새로 쓰게 됐어요.

토르와 로키가 나옵니다. 그리고 이 희곡은 제가 아는 중 가장 비극으로 꼽는 희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