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혼]세계의 밤 5
- 쓰고 만든 것/그 외
- 2012. 10. 5. 00:05
이제 정말 비축분이 다 떨어졌습니다. (묵념)
전에 썼던 내용을 수정했고요 이 뒤는 이어서 쓰고 있습니다. 책은 어떻게 나올지 생각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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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벤저스]천둥과 장난신 신화
- 쓰고 만든 것/아메코믹
- 2012. 10. 4. 01:29
겨울은 길다. 짧은 봄, 여름, 가을 내내 물고기를 잡고 바닷표범을 잡고 새를 잡아다 놓고, 겨우 양파며 감자 같은 것들을 어떻게 키워낸다. 그것들을 가죽까지 삶아먹고 굶어죽어갈때쯤 겨우 봄이 돌아오면, 다시 죽어라고 물고기를 잡는다. 춥고 먹을 거 없는 땅에 사는 사람은 하루에 한 끼만 먹고 살게 태어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럼 덜 굶주릴텐데. 어릴 때 할머니께 세상은 왜 이렇게 춥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는 어느 두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주 따뜻한 곳이었단다. 하지만 우리 조상님들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서 신들께 기도를 올렸어. 어느 장난을 좋아하는 신이 우리의 기도를 듣고, 세상을 자루 속에 담아갔단다. 신은 자루를 지고 열심히 걸어갔지. 항상 더운 나라를 지나가다 물었어. 여기가 좋으냐? 우리는 고개를 저었지. 그럼 더 추운 데로 갈까. 신은 다시 자루를 짊어지고, 추운 산을 넘어 추운 계곡을 따라 걸어갔어. 신이시여 우리를 어디로 데려 가시나요? 얼음밖에 없는 땅으로 간다. 거기는 너무 추워서 양파도 심을 수 없고 새들도 날아가다 얼어죽지. 우리는 그제서야 신에게 속은 것을 깨닫고 비탄에 차 울부짖었대요. 그때였어. 장난을 좋아하는 신은 무서운 천둥신을 형으로 두고 있었단다. 천둥신은 동생이 자루를 지고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동생을 천둥과 번개를 부르는 큰 망치로 때렸어. 동생 신은 넘어졌고, 그때 자루에 들어있던 세상이 튀어 나와, 추운 계곡에 자리잡게 된 거지. 그래서 우리는 추운 세상에 살고 있단다. 그런 긴 이야기였다.
나는 할머니께 물었다. 그럼 천둥신 때문이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그런데 왜 우리는 천둥신에게 매년 봄마다 좋은 곰고기를 올리면서 제사지내요?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안 그랬으면 우리가 더 추운데서 살았을 수 있기 때문이지. 그분이 우리를 구하신 거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양파와 감자가 나는 땅이라면 어떻게든 버틸 수 있으니. 올해 제사에는 천둥신에게 좋은 고기를 바쳐야겠다고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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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는 기분 좋게 가벼운 자루를 메고 걸었다.
자루 속에는 갓 잡은 세상 하나가 들어있었다. 의외로 분자 사이의 공간을 제거하면 압축은 쉬워진다. 마법이라는 것이 사실은 별 게 아니다. 다 근거가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같다. 큰 마법이라 공이 많이 들어갔고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도 많았지만 그런 것쯤 참을 수 있을 만큼 기분이 좋았으므로, 로키는 자루를 메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세계의 신이 된다니 기분이 상쾌했다.
경배와 칭송은 좋은 것이다. 미드가르드의 어느 미개인들이 척박한 사막이 싫다고 구원을 요청하는 기도를 하길래 장난 삼아 좀 과한 연출을 하며 내려갔더니, 드디어 신이 내려오셨다며 광란에 가까운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다. 평생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었다. 한 점 의심 없는 경의와 애정, 순수한 존경과 충성에 로키는 그만, 그렇다면 이들에게 새 세상 정도는 마련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들의 불만은 요약하자면 여기는 너무 척박하고, 물도 없고, 덥다는 것이었다. 음 척박하지 않고 물도 많고 덥지 않은 곳...하던 로키는, 딱 좋은 곳을 떠올렸다. 사막을 지나 대륙을 따라 가다보면, 적당히 추운 산간지대지만, 땅은 비옥하고, 소들이 잘 자라고, 늘 푸른 곳이 있었다. 그들에게 한없이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내 너희를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려가리라 하니 가엾은 미개인들은 미친 듯 좋아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저 머리를 조아리니 기뻤다. 그래서 조금 거창한 마법으로 그들을 자루에 담아,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다만 가던 길에, 잠시 마법에 필요한 약초를 구하기 위해 바이킹들의 땅으로 들어가야 된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의 땅에는 항상, 시끄러운 형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약초를 뜯어 오는데 저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형이 미드가르드인들에게 경배받으며 요란하게 먹고 마시는 잔치였다. 그러고 보니 하지였다. 항상 하지가 되면 잔치가 벌어진다고 좋아했었던 기억이 나며 로키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형은 항상 소란스럽다. 그 꼴을 보고 싶지 않아 얼른 지나가려는데, 자신이 이곳에선 너무 눈에 띄었나보다. 형제가 와하하하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
"아우야! 미드가르드에서 만나니 반가움 한량 없다! 이리 와 한 잔 하자!"
올파더시여, 왜 저건 힘도 짐승 같고 눈도 짐승 같으며 감도 짐승에 가까운지요. 그 멀리서 어떻게 자기를 봤는지도 모르겠고, 그 멀리까지 어떻게 그렇게 소리지르는지도 모르겠다. 로키는 못 들은 척 걸어갔다.
"어이, 로키! 너 이녀석 내 말이 들리지 않는 게냐?"
토르가 뛰어오는 것도 같았지만, 잔치상을 두고 설마 여기까지 오려고. 로키는 그냥 걸었다. 이제 추운 땅을 지나 조금만 가면, 이들을 풀어줄 좋은 땅이 나온다. 초록색 잔디, 파란 하늘, 좋은 공기. 뭐 그런 것들. 그리고 그들이 자신에게 바칠 순수한 경의와 존경. 일만 잘 되면 나는 미드가르드의 한 쪽에서는 신으로 숭배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느라 잠시 경계가 느슨해졌나보다. 로키는 투구를 쓴 머리가 둘로 쪼개지는 고통을 느끼고 바닥에 넘어졌다. 형에 대한 분노보다 먼저 로키의 머리를 차지한 것은 아득한 절망감이었다.
자루 속의 세상이, 펠리컨이 생선 뱉듯 바닥에 튀어나와 널부러졌다.
오 안 돼. 이럴 순 없어. 로키는 망연자실했다. 어느새 자루 속에서 나온 세상은 그곳에 자리를 잡았고, 기대에 차서 뛰쳐나온 부족민들이 생전 처음 겪는 추위에 분노하여 우왕좌왕하며 공황상태에 빠져있거나 자신에게 욕을 퍼붓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절망과 분노를 담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로키는 털썩 주저앉았다. 간만에 받아보는 경의였는데!
"오호, 갑자기 사람들이 생겼구나. 이건 무슨 마법이냐 아우야?"
그리고 등 뒤에선 완전히 신기한 얼굴로 눈이 동그래져서, 처음 보는 사람들을 보며 웃고 있는, 그의 웬수 같은 형이 있었다.
"안 오길래 화가 나 묠니르를 던졌다만, 이런 재미있는 게 있었으면 나를 부르지 그랬니."
로키는 바닥에 떨어진, 그리고 다시 형의 손으로 돌아간 그 망할 망치를 쳐다보고, 그야말로 순진무구한 얼굴로 웃고 있는 형을 한 번 쳐다보고, 머리를 짚었다.
"토르 너 이 멍청하기는 양과 같고 성질 더럽기는 사갈 같은 놈아!!"
"형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냐!"
그만 분노한 로키가 토르에게 창을 던졌고, 거기서 간만에 형제 싸움이 거하게 벌어졌으며, 당연히 토르가 이겨서 로키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갔으며, 부족민들은 갑자기 추운 데 떨어져서 자신들의 신을 욕하다 보니 다른 신이 자기들의 신을 두들겨 패서 끌고가는지라, 그 자리에서 새로운 신앙을 만드는 데 조금도 주저함이 없었다. 그 신은, 추위도 덜 탈 거 같이 입었고 말이다.
그것이 어느 에스키모 부족의 창세 신화에는 전해지지 않는, 보통 아는 사실과는 조금 다른 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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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급도서관-1
- 쓰고 만든 것/창작
- 2012. 9. 26. 00:27
없어진 책, 오래된 책, 이름만 전해지는 책들이 있는 도서관이 있다고 한다. 누구도 본 적이 없는 희한한 책들이. 무라사키 시키부가 직접 필사한 겐지모노가타리의 가장 오래된 판본이나, 봉산학자전이 실려있는 방경각외전이나, 한 번도 발간된 적 없는 생 폴 루의 시집이나, 윤동주의 미발표 유고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책을 봤다는 사람도, 도서관에 갔다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저 소문만 무성하다.
도서관은 무척 고풍스러웠다. 오래된 집을 개조했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행랑채가 있고, 거기에 접수/반납/대출이라고 적힌 현판이 보였다. 이 집안에 몇 백년 내려오던 책을, 희귀본도 가리지 않고 읽게 해 준다고 한다. 그냥 그런 이야기만 들었다. 더 이상한 책이 있다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지만, 더 자세한 건 묻지 못했다. 말하는 사람이 꺼려하는 분위기라. 소문들은 대개 헛소리고 험담이지만, 찌든 얼굴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가끔 꽤 건질 만한 것도 있다. 그들은 절실하기 때문에 소문에도 매달리기 마련이라서. 그리고 정말로, 오래된 기와집들 사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청지기가 사는 행랑채였을 방의 들창을 두드렸다. 간유리가 끼워진 창이 열리고 반백의 머리를 곱게 쪽진 여자의 얼굴이 보였다. 흰머리 치고는 굉장히 젊어보이는 얼굴이었다. 보통 잘 입지 않는 명주저고리에 요즘은 하지 않는,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게 쪽진 머리에 플라스틱인지 옥인지, 하얀 비녀가 주름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과 부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마도 사서인 것 같은 여자는 무슨 일이냐는 듯 이쪽을 쳐다보았다.
"저, 책 볼 수 있어요?"
"잘 안 들리는데. 창문 좀 더 열어봐요. 그리고 어떤 책 찾아요? 우린 폐가식이우."
나는 들창을 좀 더 밀어서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상적인 수면의 꿈속에서 시간과 공간의 착각에 대한 연구와 논쟁> 1907년판이 있..."
패기있게 책 제목을 말하려던 나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사람이 너무 놀라면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더니. 들창을 너무 세게 열었는지 방 안이 잘 보였고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서의 얼굴 뒤로 사람 머리가 보였다. 머리 밑에는 몸이 없었고, 머리는 시퍼랬다.
"그래서, 읽고 가시게, 아니면 대출하시게?"
내가 마루에 주저앉아 입을 뻐끔거리거나 말거나 사서는 평온하게 물었다.
"...머, 머, 머.....머!"
"한국말 몰라? 머리? 에이 뭐 새삼스럽게. 오늘 처음 오셨나보네. 참 우린 대출할 때 각서 쓴다오. 확인해 보구려."
구식 말투를 쓰는 사서는 얇은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신명조 9포인트로 인쇄된 약관이 빼곡하게 적혀있었고 나는 정신없이 한 단어를 찾았다. 대출 기한은 한 달로 하며 연체시 사서의 처분이 따를 수 있다...희귀본의 경우 파손 및 두 달 이상 연체시 수급으로 보상을 대신함.
세상에.
내가 놀라거나 말거나 사서는 별 일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놀라긴. 세상엔 의외로 많다우. 수급을 걸고서라도 책을 못 봐서 난리인 희한한 족속들이. 그래서, 읽고 가시나?"
"아, 아니요. 다음, 네, 다음에 올게요."
나는 횡설수설하며 마루에서 내려갔다.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책 목록 있으니 가져가서 보고 다음에 또 오슈."
다음이 있겠냐. 나는 중얼거리면서 무심코 마루에 놓인 두툼한 도서목록을 들고 지하철역을 향해 꼬불꼬불한 골목을 따라갔다. 긴 골목을 어떻게 빠져나갔는지도 기억나지 않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하철 안에서 도서목록을읽고 있었고, 그리고 발견했다. <球陽拾遺>...실전된 줄 알았던 책이 버젓이 존재하는데 수급 정도는 걸어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순간 아찔했다. 이러다 죽지. 역시 책 따위 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고, 자신을 세뇌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하지만 나는 이틀 후, 다시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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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사에리]버블티는 당분을 싣고
- 쓰고 만든 것/남의 드림
- 2012. 9. 21. 14:23
사사에리입니다. 제가 밀고 있는 사사즈카 형사님과 에리 님의 커플이지요! 리퀘 받은 걸 이제 쓰네요! 버블티 먹다가 형사님이 이거 드시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썼는데 에리 님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어요.
수사 1과에 대한 것은 에리 님이 알려주신 수사1과 조직을 바탕으로 세부적인 건 제 창작입니다. 혹시 원작 설정이랑 어긋나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건 찔러주세요.
자 이것으로 글빚은 대략 청산했으니 이제 원고에 매진해야겠습니다. 동네에 부스 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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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혼]세계의 밤 4
- 쓰고 만든 것/그 외
- 2012. 9. 10. 20:30
사카타 긴토키 진선조 부장 설정입니다. 전체주의국가 일본과 어용경찰 진선조가 나옵니다.
고문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쓰는 사람 능력이 부족해서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고어에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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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고 만든 것/그 외
- 2012. 9. 5. 19:17
비축본에 수정을 좀 했습니다. 얼마전에 본 필로우맨이 약간 도움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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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京極子傳
- 쓰고 만든 것/그 외
- 2012. 9. 4. 20:51
관구가 마음에 병이 있어 늘 깊이 탄식하며 세상을 멀리하며 괴력난신과 이매망량에 대한 책을 즐겨 썼다. 그의 벗들이 때로 즐겨 돕고 때로 한탄하며 나무랐다. 울증이 있어 세상을 멀리하나 친구의 집만은 간혹 방문하여 괴력난신과 이매망량에 대해 물으니 이가 경극자다. 1 2
(중략)
경극자 가로되 "세상에 이상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하였다. 관구가 묻기를 "허면 자네가 신사의 신주를 맡는 까닭은 무엇이며 자네가 주술을 말함은 어찌된 일인가?" 했다. 경극자가 눈을 흘기며 가로되 "지금까지 비유하여 설명하기를 수 차례 하였으나 오히려 질문을 하니 이는 어찌된 연유인가.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니 말하여 무엇하리오." 하였다. 관구가 더 물으려 하였으나 경극자는 책을 읽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관구가 하릴없이 일어나 문을 나와 언덕길을 내려오다 어지러워 넘어졌다. 탄식하며 가로되 "이는 경극자의 술수로다." 하였다.
훗날 탐정을 만나 이 일을 말하자 탐정이 웃으며 가로되 "그것은 언덕의 미치는 바요 경극자가 한 일이 아니다. 경극자는 방에 틀어박혀 책읽기만 일삼으니 책 먹는 요괴라 요괴가 어찌 사람을 어지럽게 하리오." 관구가 탐정에게 "경극자는 요괴가 아니고 당신의 구제고교 후배이니 말이 너무 과합니다."라 하였다. 그러나 탐정은 큰 소리로 웃으며 "밤낮 부모상을 당한 얼굴을 하고 있는 자가 어찌 인간이겠는가. 또한 그는 요괴가 없으며 이상한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논리를 들어보면 궤변이고, 긴 문장과 교묘한 말솜씨로 사람의 혼을 빼놓고 정신을 흐트려 그 뜻을 이루는 바이니 참으로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하였다. 관구가 항의하여 말하기를 "그러나 당신은 경극자와 더불어 온갖 일에 참여하며 경극자의 일을 돕습니다. 어찌 사람으로 요괴의 일을 돕습니까?" 했다. 탐정이 더욱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어리석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거늘 어찌 인간의 잣대로 나를 판단하는가." 관구는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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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했습니다. 무슨 이야긴지 다 아시리라 믿습니다.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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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바스-코로하는 농구 2
- 쓰고 만든 것/농구하는 무협만화
- 2012. 9. 1. 13:13
앜스 양이 리퀘를 받아줘서 코로바스를 그려주었습니다. 앜스 양 홈페이지는 여기입니다. 무라사키바라가 예뻐요. 이마요시는 멋있고.
"그러고보니 흑자가 방어를 잘 먹지?"
김준일, 서울대공원 사육사, 2년차. 농구가 하고 싶었으나 인문계 갈 성적 되는 놈이 무슨 운동이냐는 높으신 분들의 말씀에 눈물을 머금고 대학에 들어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사육사가 되어 있더라는 비운의 청년. 오늘도 기운차게 우리를 청소하고, 수조를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고 청소하다 우주에서 제일 무서우신 나이는 동갑인데 하늘같은 선배라 서로 반말하며 잘 놀다가도 뻑하면 응징의 펀치를 날리는 사육사 3년차 류아이다-아버지가 오페라 팬이라고 한다. 원래는 춘희라고 짓고 싶었는데 그 이름을 올리는 순간 어머니가 아버지를 반 죽이셨단다.- 선배님께 혼나기도 하는 비운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물개 우리 청소를 하다 오늘도 밥을 남긴 흑자를 보고-입이 짧아서 생선도 많이 먹지도 않고, 그나마 좋아하는 종류도 많이 먹지를 않았다. 큰 생선은 물개답지 않게 잘라서 먹기도 했다- 묻자 흑자는 푸르스름한 눈을 깜박이며 대답했다.
"뀨뀻. 뀨우."
(괜찮아요. 많이 먹었습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가뜩이나 먹지 않는 흑자가 밥을 남긴 것을 알면 아이다 선배한테 맞아죽으리라. 직감한 사육사 청년은 공포에 떨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흑자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뀨...뀻뀻, 뀨우우우, 뀻. 뀨뀻. 뀨우욱, 휴우....뀻, 뀨꾹?"
(아뇨. 아까 옛친구들이 선물이라고 한아름 주고 갔습니다. 언제 다 먹을지...사육사님 드시겠어요?)
잘 보니 양동이 안엔 못 보던 생선이 들어있었고, 심지어는 담아주지도 않은 쭈꾸미도 들어있었고, 양동이 옆에는 비닐봉지가 두 개, 생선토막과 과자봉지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음식물쓰레기는 분리수거도 해 놓았다. 사육사 청년은 아까 동물원을 휩쓸고 간 알록달록한-그렇다. 물개 주제에 알록달록했다. 심지어 원색이었다.-물개들을 떠올렸다.
"...아까 걔들 뭐냐?"
"뀨, 뀨우웃, 뀨뀻, 량태, 뀻, 뀨우욱 뀩, 청봉이, 뀨웃 뀻, 뀨뀨뀻, 진태, 뀻뀨우웃, 자원, 뀻- 어...아카시, 뀻뀻."
(방어를 가져온 건 량태 군입니다. 음, 그걸 뺏어서 준 게 청봉 군이네요. 럭키아이템 문어 대신 쭈꾸미를 주고 간 게 진태 군이고요. 과자는 자원 군이 주고 갔고요. 어 그리고 아카시 군은 정리를 해 줬어요.)
"이름이 다 왜 그래? 에버랜드는 동물 이름을 왜 그리 성의없이 지어. 그리고 아카시만 왜 일본이름이야!"
"뀻....뀻뀨웃. 뀨욱, 뀩뀩."
(그거야...로컬라이징이 힘드니까요. 대충 넘어갑시다.)
흑자는 담담하게 대답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사육사 청년은, 자기보다 분리수거까지 훨씬 잘 하는 물개들의 작태를 떠올리고 한숨을 지었다. 그녀석들 생선은 어디서 구해왔나. 노량진 수산시장? 가락시장?
"분리수거는 또 어떻게 알았어..."
"아카시 뀻, 뀨웃."
(아카시 군이 살림을 잘 합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뭐냐고!"
"뀻뀻웃? 뀻."
(기적의 세대잖아요? 괜찮아요.)
괜찮긴 개뿔! 어이쿠 이것 봐라. 물개놈이 은근히 사람 갖고 장난친다? 사육사 청년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 내가 아오, 2년차 막내라고 이러고 사는데 나도 성질 있다고. 무슨 어패류들이-물개가 어패류는 아니다-사람을 갖고 놀고 앉아있어? 그는 안경을 벗고, 눈을 내리깐 다음 목소리도 같이 깔며 질문했다.
"야 흑자, 하나 짚고 넘어가자."
"...뀻?"
(...뭐죠?)
심상찮은 인상에 흑자가 몸을 움츠렸다. 사육사 청년은 더더욱 음침해진 얼굴로, 작업복 소매를 걷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너 바른대로 고해라. 사실은 사람말 다 할 줄 알지?"
"뀻뀻."
(말로 합시다.)
"이것봐, 말도 다 알아듣고 대답도 하잖아! 어디서 뀻이야 뀻은! 사람 말 할 줄 알면서 귀여운척 해서 무마할 생각 하지 마! 너희 사실 다 물개도 아니지! 세상에 뭔 놈의 물개가 코로 농구야, 공으로 재주나 부리지. 너희 농구 잘 해서 기적의 세대 아니지? 물개 주제에 사람 같이 굴어서 기적의 세대 아냐? 솔직히 불어!"
"뀻?"
흑자는 매우 쓸데없이 귀여운 동작으로 고개를 갸웃해 보이고, 귀여움에 그만 가슴이 두근거린 사육사 청년이 머뭇거리는 동안 잽싸게 미스디렉션해버렸다. 남은 것은 생선이 남아있는 양동이 뿐. 사육사 청년은 뒷목을 잡았다.
----------덧
코로바스의 물개 이름은 쿠로코도 좋고 흑자도 좋습니다. 사실 다 로컬라이징하고 싶었는데 아카시가 어려워요.
서울대공원 사육사니까 한국이름을! 휴가는 본명의 한자를 최대한 살려보았습니다. 리코는...카타카나 이름이라서 그냥 성을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애 이름이 아이다면 어릴 때 놀림 많이 받았을 거 같지 않나요.
주장을 놀려먹는 쿠로코는 캐붕감이지만, 애초에 사람이 물개가 된 것부터 심각한 캐붕입니다. 그러니 막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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