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3일

닉네임 돌려놨어요.

그, 쿠로바스 파는 분 중 저랑 닉네임 같으신 분이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름을 살짝 바꿔 썼는데 역시 익숙한 게 낫지 싶고 그래서...서치에도 본 닉으로 등록해 뒀어요. 저는 슬레/봉신->반지의 제왕->불꽃의 미라쥬와 성우->엘리자베트->닥터후->더블오->은혼->쿠로바스와 언라 루트를 탄 덕입니다. 슬레는 제르리나 밀었고 봉신은 천화 최애, 반지의 제왕에서는 레골라스 팬덤이었던 것 같으며, 어려서 좋아하던 성우는 이노우에 카즈히코, 나카타 죠지, 하야미 쇼고 요즘은 미키신이 무조건 좋습니다. 세키 토시히코는 진리죠. 

뮤지컬 좋아하는데 레미즈, 엘리자베트 좋아합니다. 올렉 죽음을 어미오리로 삼고 있으며 공연 보는 거 좋아합니다. 정극이 좋아요. 닥터후에서는 9대 닥터를 좋아합니다. 더블오에서는 록온을 무척 사랑해서 록온 까는 책을 세 권인가 냈었고요...은혼에서는 긴토키 좋아했었습니다. 쿠로바스에서 좋아하는 건 쿠로코, 아오미네, 키요시, 키세, 휴가입니다. 언라는 군견조를 좋아해서 걔네 중심으로 플레이하지요.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트위터에서 군견조 머리를 군바리처럼 밀고 싶다시던 에리 님의 말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자크의 눈에 가장 먼저 비친 것은, 결박당한 자신이었다. 잠시 후에야 그것이 거울임을 깨달은 아이자크는,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총에 손을 가져가려고 했으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묶여있는 모양이었다. 

"몸을 움직이면 다칩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뒤통수께에 차가운 금속이 닿아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습격인가, 아이자크는 인기척부터 살폈다. 자신의 뒤에 하나, 그 뒤에 하나, 그리고 문가에 하나. 거울에 비친 녀석들은 모두 얼룩덜룩한 카키색 무늬 옷에 군화를 신고, 머리에는 창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놈들은 살상훈련을 받은 정규군이다, 그렇게 판단한 아이자크는 실내에 묶여있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는 것도 깨닫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에바리스트는, 에바는 어디 있지. 

아마도 같이 잡혀왔다면 그의 친우이자 상사이자 전우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특수한 고문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반사적으로 생각한 아이자크는,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자신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다음은 에바가 알아서 하겠지.그냥 입을 다물고, 고문을 견디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여차하면 놈들을 모두 찢어발겨서라도 나가서 에바를 구하면 된다. 그렇게 결심하고 아이자크가 심호흡을 하자, 바로 등 뒤에 서 있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긴장하지 마십쇼."

"바르트 소령님은 어디 계신가?"

"바르트 소령님이라면 그 흑발 소령님 말씀하시는 거군요. 안심하십시오. 좀 더 좋은 시설에 계십니다."

"......"

"게다가 먼저 들어가셨으니 대위님 나가실 땐 다 끝났을 겁니다."

"끝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자크는 필사적으로 생각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에바가 판단하고 자신이 움직인다. 그러나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에바는 괜찮을 거다. 하지만 끝난다니.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등 뒤의 목소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고작 이발입니다. 사회에 있을 때 미용일 오래 해서 바리깡 정도는 껌이지 말입니다. 긴장하지 마십쇼"

어? 아이자크가 뭔가 잘못되었닥 느낄 때 목에 수건이 둘러지고, 그 다음에 분홍색 긴 가운 같은 것이 둘러졌다. 뒤에 서 있던 모자에 가로줄이 네 줄 들어간 녀석이 씹듯 내뱉았다.

"군바리는 머리밑 살이 보이도록 씨원-하게 미는 게 최고지 말임다. 그럼 밀겠지 말임다." 

금발 한 줌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바람이 서늘하게 파고드는 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까슬까슬한 게 꼭 선인장 같아서 아이자크는 울상을 지었다. 내가 그래도 장교인데 머리를 이렇게 밀어버리나? 어느 나라 군대야 여긴. 그러나 아이자크는 머리를 빡빡 깎은 에바리스트를 본 순간 웃느라 자기 머리에 대한 것을 모두 잊었고 잠시후엔 에바리스트한테 얻어맞느라 머리에 대한 것을 또 잊었다.

여담인데 시원하게 머리를 민 에바리스트에 대한 아이자크의 감상은, 두상이 동글동글했다, 라고 한다.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세계]I'm your uncle!  (4) 2013.04.14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2012.10.10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종말까지 앞으로 5분

12월 21일에 왜 지구가 망하지 않나 하고 억울해 하며 썼습니다.

 

'쓰고 만든 것 > 창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리 동네 마마님 - 1. 자청비  (0) 2013.06.30
수급도서관-1  (2) 2012.09.26
라푼젤, 라푼젤!  (0) 2012.07.21
뿌리면 뿌린대로  (0) 2012.07.21
지상의 마지막 오후  (2) 2012.07.21

2012년

2012년 : 최악

아니 정말로; 안팤으로 아주 일이 많았습니다. 오프와 온에서 번갈아가며 팡팡 터져 주시는데 아주...

뭐 어쨌건 다시 블로그도 열었고 책도 낼 궁리를 하게 됐으니 아마 한 입으로 두말한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을 거 같군요 하하하. 아니 뭐 하던가 말던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 정말로 연성러 때려치울 생각이었어요. 블로그도 접고 써놓은 글도 없애기도 했고...원인이야 2011년이었고, 그 후로 행사장에서 어이없는 걸 봐서 정말로 쓰고 싶지도 않고 뭘 새로 파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러다 쿠로코의 농구를 보고 나서 뭔가 마음에 엄청나게 와 닿은 게 있어서요. 이걸 파고 있긴 해도 스포츠물로서 획기적이라던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무협물 맞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대사 하나를 건졌기 때문에 저는 이걸 올해의 만화로 꼽습니다. 좋아하던 것이 싫어지는 것은 참 슬픈 일이라는 대사요. 당시 저에겐 이 말이 정말로 필요했습니다. 그 덕분에 어떻게 기어나오고 있어요.

사실은 지금까지도 어수선하고, 하는 일들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갈피도 못 잡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뭐가 되었건 2011년 후반과 2012년에 비하면 아마 나을 거라는 거죠.

 

2012년의 만화 : 샌드맨.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저 요새 아메코믹도 봐서...엑퍼클 이후로 그쪽도 조금씩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아이가 항상 덕후 기본 교양이라고 말하던 샌드맨에 손을 대게 된 것이죠.

....닐게이..아니 닐 게이먼이 스토리를 썼으면 당연히 좋을 거라는 생각을 왜 못 한 걸까요 저는? 왜 이걸 이제 봤을까요?

 

2012년의 청승 : 시드니 칼튼-류정한

류드니 칼튼은...류님 그거 엘리자베트에서 하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코트 입고 무대를 배회하는데 아 진짜 그 코트간지가 죽음 할때 나오셨으면 얼마나 좋아...그렇지만 다 됐고, 시드니 칼튼을 그렇게 표현하는 류정한이 정말 취향이었지 말입니다.

제가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 때문에 두 도시 이야기 책도 읽습니다. 별들아 한 잔 해라는 대사는 그러니까 록온 녀석이 치던 내가 우유 쏜다 내지는 세츠나 너를 쏘고 싶다와 비슷한 거죠. 아 청승맞다 시드니.

 

2012년의 막장 : 니벨룽의 반지

겐지 이후로 이런 개족보는 처음 봤습니다. 아니 저도 신화의 근친상간에 대해선 알아요! 웃자고 하는 소리라고! 바그너한텐 미안하지만 예술성이고 음악성이고 바그너 오페라의 특수함이고 뭐고 간에 ...그래요 막장 스토리부터 들어와서 괴로웠어요. 게다가 밤새 그놈의 미친 높은 음역으로 부르는 노래를 줄창 들어보세요. 누구라도 괴로울 걸...전 오페라 별로 안 듣고 안 봐서 더 그렇고 말이죠.

 

2012년의 존잘님 : 쿤사마

나 쿤사마한테 사인 받은 여자요.

 

2012년의 덕질 : 이 블로그에 있는 게 다죠 뭘(으쓱)

 

2012년의 쳐묵쳐묵 : 담금주(...)

이제 국화주는 누구에게 먹여도 맛있다는 말을 들을 자신이 있고, 내년 목표는 막걸리와 압생트입니다.

술은 좋아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으려고 담그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하긴 뭐 안 좋아하는 사람이 술 담글 리도 없겠지만.

 

2013년 목표 : 뭐가 되건 회지를 낸다.

그리고 장기목표가 생겼어요. 인세 받는 사람이 될 겁니다.

오늘의 노래

오다니 미사코(小谷美紗子) 주간을 맞이하여 몇 가지 곡을 돌려듣고 있어요. 저를 오래 보신 분은 제가 종종 오다니 미사코의 불의 강을 포스팅하는 걸 보셨을 겁니다. 아니 여기서 말고 예전 블로그에서요. 아무튼 참 마이너한 가수인데 가사가 참 내공이 깊어요.

아무튼, 오늘은 노동요가 필요한 김에 그걸 공유하고 싶어서 파일 붙이러 왔습니다.

 오다니 미사코 하면 많이들 알고 계실 불의 강(火の川)입니다.

여름이 남기고 간 빈 깡통처럼 바다에게도 미움받는 거야(夏が置いていった空き缶の様に 海にも嫌われるのよ)라는 부분을 좋아합니다. 일본어 수동형의 묘미를 잘 느낄 수 있는 문장이죠.

 

 늑대(オオカミ)입니다. 졸업식 이야기가 나와서인지 듣고 있으면 쿠로바스 버닝이 하고 싶습니다.

"나는 모르는 당신의 어린 시절, 당신이 누군가에게 두 번째 단추를 줬을 때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요/私の知らない君の少年時代 君が誰かに 第二ボタンをあげたとき 私はどこにいたのだろう" 이 부분이 마음에 들어요.

 

 같은 가수의 이름도 없는 자(名も無き人) 입니다.

정신없는 일이 끝나면 해석해서 올릴게요. 사실 좀 혼이 빠져나갈 일이 생겨서 정신이 없습니다.

그리고 참(真)...이라고 해야 하나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하나. 사실 가사만 놓고 보면 어째 좀 민중가요 같기도 하고 좀 묘하다 싶지만 사람 마음을 끄는 곡입니다.

일어 가사는 쓰기 귀찮고, 제가 좋아한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일을 구하며 새파란 얼굴로 집 앞의 문을 두드리는 이런 시대의 소용돌이에 당신은 내던져졌습니다" 하는 부분인데 어, 네 이 노래는 오다니 미사코가 아는 사람이, 회사에서 불합리한 일을 당한 사람들 대신 항의를 하며 사표를 낸 일이 있었는데 그걸 바탕으로 가사가 나왔다더라고요.

 

사실 저 오늘 짐을 40kg쯤 날랐더니 팔이 아파서 타자가 안 쳐져서 일이 안 돼서 딴짓하며 노동요로 버프 거는 중입니다.

쿠로바스 감상 및 잡담-2

너무 길어져서 새로 뺐다.

5. 사는 게 너무 빡세고 별별 일이 다 터져서 덕질을 할 수가 없어 너무 억울해서 튀어나왔다. 쿠로바스는 커녕 요새 본 작품도 하나도 없고 동네도 못 나가고 내가 서러워서.

애니는 25화를 못 보고 있다. 너무 좋아서. 동경하는 건 이제 그만두겠다니 키세 너 이자식...키세에 대해서라면 힟님 말씀하시길 쿠로코한테는 강아지고 남들한텐 개새끼라는데 사실 저런 타입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 반대인 경우라면 더 짜증나겠지만-그런 사람 아는데 진짜 상종 못할 인간이었다-그런데 키세는 그럴만하다 싶다. 쟤라고 사는 게 뭐 그리 재미있었을까. 노력하지 않아도 뭐든 할 수 있었는데. 뭐든 쉽게 되면 그 인생 짜증나서 정말로 살기 싫단 말이다. 나라고 쉽게 사는 건 아니지만 그 비슷한 감각은 안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노력해야 되는 대상이 생겼고, 해도 안 되는 대상이 생겼다. 심지어 쿠로코는 따라할 수조차 없고, 아오미네는, 너무 빛나서 따라잡기도 무서웠었고. 그 외에도 많지. 음 솔직히 키세가 처음엔 정말 절망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키세는 농구에 한해서, 기적의 세대에 한해서는 자기 본성을 드러낼 수 없겠구나 싶다. 거 왜 있잖나, 반한 쪽이 진다는 동서고금의 명언 말이다. 그게 꼭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거든. 키세는 농구한테 반했기 때문에 농구 대상으론 밀당도 못 하고 콧대도 못 세운다. 다른 데서야 지 마음대로 하고 살겠지만 이건 그랬다간 바로 자기가 떨려나간다는 걸 아니까. 어 은근히 속시원한데 이거? 

아니 농담이고, 그래서 키세가 농구에 매진하는 모습이 좋다. 성격 나쁜 천재라도 10대는 참 좋구나 싶어서. 자기가 되고 싶은 위치를 향해 매진하는 모습은 좋은 거다. 그리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 아니까 죽어라고 매달리는 키세도 좋고.

그리고 아오미네는 저 순간 제일 행복했을 거다. 자신에게 전력을 다해 도전해 오는 상대라니 아오미네가 가장 바라던 게 저거였으니까. 사실 기적의 세대가 한 학교에 모인 게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겨뤄야 될 애들이 한 편이었으니. 미도리마나 아카시는 좋았겠지만, 오히려 키세와 아오미네에게는 저게 독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갈라져야 충족되는 게 있다니. 뭐 아오미네는 그런 점이 좋다. 갖고 싶은 것들이 분열되어 있어서 둘 중 하나만 가져야하고, 나머지 하나는 영원히 못 가지는 거. 그래서 아오미네가 행복하려면 카가미와 쿠로코가 필요하지만 카가미와 쿠로코와 다른 방식으로는 만날 수 없다는 거, 그게 마음에 든다. 적이 생겨 기쁘겠지만 아오미네는 다시는 쿠로코와 농구를 하는 일치감은 맛볼 수 없을 거다. 천재의 고독? 아니 그게 아니다. 일자의 고독 같은 거겠지 굳이 말하라면.

내가 그래서 아오미네를 속이 시커멓게 썩어들어가게 해 보고 싶었는데. 누가 나 행사 좀 나가게 해 줘. ...가 아니구나. 나만큼 꼬인 눈으로 쿠로바스를 보는 인간도 없다 싶으니 참 이거야말로 메이저 속의 마이너네.

5-1 사실 감상 필요없고, 내가 생각하는 키세와 아오미네 관계를 완벽하게 글로 쓰신 존잘님이 계셨는데 그분이 아청법 때문에 홈페이지를 접으셔서 속상하다. 내가 그 분 글을 얼마나 좋아했는데...그 글을 보고 나는 청황 안 써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고보니 더러운 아청법 때문에 랑크 님이 쿠로바스 파기를 멈추시고 언라이트에 매진하사 에바자크를 미신다고 한다. 랑크 님이 11월 소년 이후로 게임 하시는 걸 처음 봤다. 나로 말하면 에바자크에바이며 자크만 충실한 미친 개고 에바만 제정신이 아니며 둘 다 군인이면 뭐든 좋으니 ...가 아니라 여기는 쿠로바스 감상 판이지.

아무튼 나도 아청법 때문에 쿠로바스 파기가 참 그런 것이다. 기껏 원고도 해 놨는데. 화흑ts로. 사실은 흑화 같은. 아까우니 제목만 공개하면 내 여자친구는 농구일진짱. 내가 인소를 썼다고. 이모티콘 남발하고 음슴체 써 가면서. 물론 나는 죽도록 건전한 전연령가로 쿠로바스를 팔 자신이 있다. 섹스의 ㅅ도 안 나오게 할 자신도 있고 연애감정의 ㅇ도 언급 안 할 자신이 있다. 그게 내 본전공이거든. 그런 거 없는 감정선 파기. 그런데, 어쩐지 짜증이 나고 화가 나서 손을 대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래, 나는 내가 나를 검열하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 자기검열은 살면서 충분히 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데 왜.

사실 간만에 쿠로바스 잡담을 연 건 저거 때문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홈페이지가 없어져서, 아깝다. 어디서 뭘 쓰고 계실지, 이걸 읽어주실지 모르겠지만, 만일 보신다면 내가 그 글을 정말 좋아했다는 것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

5-2 그러고보니 세이린의 모델이 된 학교 입학편차치가 68인가 그렇다는데...그러면 저기 입시명문까진 안 가도 공부 잘 하는 학교란 말이잖아. 카이조도 70대고. ...그러니까 학교들이 죄다 입학편차치 60후반에서 70초반이면...공부잘 해서 중학교 입시 잘 한 애들이나 가는 학교란 말인데...거기 아오미네, 너 모모이 받들어 모시고 살아라...일본도 학력위주 사회니 네 모교가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어 줄거다. 그리고 카가미 너 도대체 입학 어떻게 했냐. 입시에 영어회화라도 들어갔냐.

작가가 공부 잘 했던 애일 거라는 생각은 보면서 계속 했다. 공부 잘 하던 아이가 묘사하는 학교와 공부 못 하던 아이가 묘사하는 학교는 전혀 다르다. 일단 단면적으로는 등장인물의 성적 묘사가. 자기가 공부를 잘 하면 공부 못 하는 아이를 잘 묘사하지 못한다. 그게 뭔지 모르거든. 카가미가 공부를 못 하게 뭐네 해도 그게 실감이 안 나는 이유는 거기에 있다. 머리 나쁜 애가 없다. 그리고 후지마키가 죠치 나왔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그러니 공부 잘 하는 학교 아닌 데는 묘사하기 어려운 거다.

이건 욕이 아니고, 뭐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이야기하는 거다. 예전에 쿨핫 볼 때 느끼던 기시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루다가 머리 나빠서 공부 못 하는 애로 나오는데 걔 말빨이 어지간한 먹물 급이시다. 그리고 나 역시, 내가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아니었음에도 어쩌다 보니 계속 공부해야 되는 코스로 인생진로를 잡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먹물 티가 안 나는 인간은 묘사를 못 하기 때문에 캐치한 거다.

 

4. 미도리마

미도리마가 운세 아이템에 집착하는 것은 그 애는 노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얘가 분명히 공부하다 머리 식히려고 농구를 시작했다고는 해도 얘는 농구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화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쿠로코도 더 나은 데서 농구할 수 있었는데 스스로 자기 위치를 낮췄다고 생각해서 화를 내는 거고.

노력하는 애가 운세 아이템에 집착하는 게 이상해 보일 수 있긴 한데, 난 오히려 그 점에서 얘가 정말 죽도록 노력하는 애라는 걸 확신했다. 인간이 자기 능력만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얘 손에 붕대 감은 거 보고 알았는데 얘는 정말 자기가 할 수 있는 한은 최선을 다한 듯. 그래서 이 애는 자기 한계가 뭔지 제대로 안다. 자기 힘으로 안 되는 것, 거기 좀 많이 부딪혀본 것 같다. 다만 그걸 표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뿐이지.

차라리 표를 내 줬으면. 표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뭐든 하는 거다. 그게 운세에 의지하는 것이라도. 운세에 의지하는 것 자체도 일종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매일 성실하게 라디오를 듣고, 영험한 신사에서 파는 연필을 개조하고. 그거 노력 맞다. 걔는 거기까지 한 거다. 정말 운이 나빠서 공부한 걸 못 썼다던가 하면 그것도 노력이 부족해서 대비를 못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테니까. 좀 성실이 지나쳐서 문제가 있는 케이스고 얘는.


기적의 세대 중 미도리마, 아오미네, 키세와 쿠로코, 카가미, 휴가, 키요시 이렇게 해서 심리를 다룬 엽편을 모으면 공통의 제목을 붙일 수 있겠다. -불안- (9월 11일)


3. 아오미네 생일 썰.

이런 걸 써보고 싶습니다.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인간 실격을 읽고 어딘가에서 동류의식을 느끼는 아오미네요. 아오미네가 열폭할 애는 아니지만요. 아오미네가 생각보다 내면이 섬세한 애 같아서요.

아카시의 경우는 자기가 패왕이라는 데 절대적인 확신이 있는데, 아오미네는 뭐라고 해야 하나. 자기가 항상 이기고 있다는 거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까 이기고 지는 승부를 넘어서는 농구를 하고 싶은데, 내심 자기한테 지는 녀석을 얕보게 되고, 그러면 재미가 없고. 하지만 자기를 이기려는 놈은 짜증나고. 그런 미묘한 심리요. 그 부분이 자기혐오와 자기애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오바 요조랑 통할 것 같아요. 결국 오바 요조는 인생을 잃었고 아오미네는 자기 그림자를 잃었죠.

사실 아오미네는 자신이 인생에서 뭔가 잃었다는 사실을 억지로 부인하고 있겠지만, 저 녀석은 즐거운 농구도, 자기와 함께 운동할 파트너도, 자신의 농구를 이해해줄 이해자도 다 잃었어요. 그러니 인생이 재미가 없지. 그래서 항상 권태로운 표정인 거죠. 그나마 카가미를 만나서 불이 붙은 것 같아서 다행이지만요. (8월 31일)

 

2. 트위터에서 백업. 왜 아오미네는 미국에 가지 않는가.

그 농구 실력에, 일본엔 자기 상대가 없다고 맨날 투덜대고 인생 재미 없다고 그 난리면서 왜 미국에 가지 않는가에 대한 답을 생각해보던 중 떠올랐다....갔다 굶어 죽을까봐 못 가나?

아오미네는 영어를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 아마 그 녀석은 자기가 미국에 가면 사흘만에 굶어죽을 거라고 믿나본데 아니다. 토오에 이마요시가 있듯 미국엔 상냥한 흑형들이 있고,말은 안 통하지만 아오미네가 죽기 전에 농구라도 실컷 해 보고 죽자고 공을 잡고 달리는 순간, 흑형들은 아오미네에게 반할 거다. 일본 농구가 이 정도라니 멋져 놀라워! 하면서. 그리고 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건 배고픈 짐승같아 보이는 아오미네에게 햄버거라도 던져줄 거다. 뭐야 아무 문제 없잖아. 괜찮다 아오미네, 모모이 없어도 넌 미국 가도 안 죽을 거야. 흑형들이 잘 돌봐 줄거다.

....이런 뻘생각을 해 보았다. 저 아오미네 좋아합니다. (8월 21일)

 

1. 쿠로바스를 한국 버전으로 번안 내지 각색한다면

-농구부가 전멸합니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이면 세이린이 그럭저럭 평균은 되는 인문계 고등학교인 거 같은데,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교 운동부 빼고 저런 대회 나가는 애들이 있기는 한가. 아니 그 전에, 학교에서 동아리활동을 저렇게 활발하게 할 수 있나? 한국 학교에서 잘 되는 동아리활동이라 해 봐야 끽해야 방송반(...) 독서토론 동아리(...) 그거 말고 뭐 있는데. 아 영어연극 동아리나 뭐 그런 스펙쌓는 동아리는 되지 참. 그러면 세이린에서 농구할 수 있는 애는 카가미 뿐이다. ...한국 고등학교에서 저 정도 성적 되는 애들이 농구 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일단 키요시가 농구부를 만들려고 하는 순간 학주가 와서 왜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헛짓 하냐고 애를 야단친 다음 집에 전화해서 기를 꺾어놓을 거다. 그리고 그거 나오지. 농구는 점심시간에 그냥 운동삼아 하는 건데 왜 힘을 빼냐, 대학 가서 하면 될 거 아니냐.

그러니까 바카가미(...)랑 아호미네(...) 빼고는 농구부에 들어갈 애가 없다. 만화가 성립할 수 없겠구나 하하하; (8월 13일)

'보고 듣고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레베카  (0) 2013.04.14
3월 말 잡담  (0) 2013.03.31
할로윈 특집 포스팅  (2) 2012.10.31
쿠로바스 썰 겸 잡담-1  (6) 2012.08.08
샌드맨  (2) 2012.07.29

할로윈 특집 포스팅

西山日沒東山昏

서산에 해 저물고 동쪽 산이 어둑해지면

旋風吹馬馬踏雲 

회오리바람 불어 아지랑이 일고 귀신이 구름을 밟으며 온다 

畵絃素管聲淺繁 

비파 소리 피리 소리 귀에 스산한데

花裙綷縩步秋塵 

무녀가 보얀 먼지, 바스락 소리 일으키며 춤을 추면

桂葉刷風桂墜子 

계수나무 잎사귀 바람에 쓸려 열매마저 떨어지고

靑狸哭血寒狐死 

질린 살쾡이가 피토하며 울고, 겁먹은 여우가 죽어가고

古壁彩虯金帖尾 

낡은 벽에 그려진 금빛 꼬리 이무기를

雨工騎入秋潭水 

우레의 신이 타고 차가운 연못 속으로 숨어들어간다

百年老梟成木魅 

백년 묵은 올빼미도 나무 귀신이 되어

笑聲壁畵巢中起 

킥킥대는 웃음소리, 푸른 도깨비불 둥지에서 일어난다


-神絃曲(신현곡), 이하(李賀 : 790~816)


할로윈을 맞아 2년 전에 해석해놓은 걸 찾아왔습니다. ...저 한문 잘 못 해요. 그러니까 원문 읽으세요. 중국어 아시는 분은 성조 살려 읽으세요. 전 모르는데 이거 성조 살려서 읽으면 분위기가 꽤 싸하다고 하던데...

'보고 듣고 읽은 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뮤지컬 레베카  (0) 2013.04.14
3월 말 잡담  (0) 2013.03.31
쿠로바스 감상 및 잡담-2  (6) 2012.12.16
쿠로바스 썰 겸 잡담-1  (6) 2012.08.08
샌드맨  (2) 2012.07.29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긴상, 사실 내가 널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사람들이 내가 쓰는 글 네타 듣고 당신 최애캐가 긴상이 아니라고 그런다- 아무튼 축하는 해 주마.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2013.01.03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