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만든 것/그 외'에 해당되는 글 35

  1. 2013.09.20 [한니발]동묘앞 미국도사2
  2. 2013.09.08 [한니발]심장의 행방
  3. 2013.09.08 뿌리 깊은 타디스 2
  4. 2013.07.27 [한니발]침(針)
  5. 2013.07.25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6. 2013.06.30 [확밀아]눈과 비단
  7. 2013.06.10 [신세계]여수밤바다 2
  8. 2013.06.08 [언라이트]선생들의 대화
  9. 2013.05.04 [닥터이도]뿌리 깊은 타디스 1 8
  10. 2013.04.14 [신세계]I'm your uncle! 4
  11. 2013.03.31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12. 2013.01.03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13. 2012.10.10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14.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5
  15.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4

[한니발]동묘앞 미국도사2

 

일단은 여기까지. 아래는 추석에 트위터에 슥슥 날려쓴 외전입니다.

그래요 솔직히 말해서 이거 쓸 때까지는 이야기 전개가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지...

 

 

 

[한니발]심장의 행방

윌은 식탁을 보고 경악했다. 붉은 심장이 접시 가에 얹혀있었다. 붉은 액체가 접시에 퍼지고 있었다.심장을 식탁에 올리기도 하나? 닥터 한니발 렉터의 식탁은 독특한 격조가 있다고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이게 왜. 크기와 모양이 사람의 그것과 유사했다. 윌은 놀란 눈으로 식탁 너머에, 접시를 들고 서 있는 집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늦었군요."
태연하게 음식이 담긴 접시를 내려놓은 렉터 박사가 인사를 건넸다.
"뭐죠?"
"아, 심장 모양 과자 말이군요. 식탁 장식을 하려고 만들었습니다."
"만들었다고요?"
"비스켓입니다. 피는 라즈베리와 딸기를 기본으로 했죠."
이게 무슨 악취미야.
"오늘은 심장, 이 일종의 키워드죠. 소의 심장과 혀로 만든 요리에 앞서, 심장을 재현해 봤습니다."
윌의 앞에 도톰하게 썬 무화과 위에 블루치즈와 푸아그라를 얹고 꿀과 루꼴라를 얹은 카나페 접시가 놓였다. 배는 고팠지만 심장 옆에 있는 둥근 무화과를 보고 있자니 식욕이 없어졌다.
"왜 하필 심장이죠?"

"다음부터는 늦기 전에 미리 말을 해 주세요. 요리 준비에 차질이 생깁니다."

"아, 미안합니다."
박사는 윌의 질문에 답하기 전에 시간에 늦은 무례를 먼저 지적했고 윌은 사과했다. 다시 물어보려고 했지만 말 없이 포크로 무화과를 찍고 있었다. 윌은 한숨을 쉬고 나이프를 댔다. 밤꿀인지 색이 짙은 꿀 사이에서 무화과의 붉은 속이 핏빛으로 보였다.

식사는 무미건조했다. 음식은 맛있었지만 박사와 윌 사이에 살가운 대화는 별로 오고 가지 않았다. 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일 이야기 뿐이었지만 오늘 본 시체에 대해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애비게일의 안부에 대한 의례적인 이야기, 알라나 블룸에 대한 이야기, 키우는 개에 대한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늘어놓은 것이 전부였다. 한니발은 접시를 나르고 식사준비를 하느라 자주 일어서곤 했고 윌에게는 오히려 그게 다행이었다.

그날의 메인디시는 소의 심장을 썰어 구워 허브와 레몬으로 맛을 낸 소스를 얹은 것이었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게 살짝 구운 소 심장은 겉으로 봤을 때는 일반적인 고기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냥 고기 같네요."
"심장이라고 해서 다들 오해하지만, 내장도 고기입니다. 게다가 심장은 지방질이 없는 근육이라 맛이 특별하지요."
"그런데 음식이, 음 꼭 무슨 주제가 있는 것 같아요."
"요리란 원래 영감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오늘은, 그렇군요. 내담자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 허락을 구했다는 건 아시겠지요. 어렸을 때 염통 모양 과자라는 글귀를 책에서 봤답니다. 외국 동화책을 그 나라 말로 번역한 것이었는데,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는군요. 자라서 미국에 온 다음, 그 책을 다시 봤더니 하트 모양 쿠키였다는군요."
윌은 어느 타이밍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박사를 쳐다보았다.
"말하자면 이건 heart군요."
"그렇죠."
"보통 하트라면 구애의 의미라고 하는데. 박사님이, 어, 아마 그럴 리는 없죠."

윌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얼마 전에 알라나와 키스했다는 말을 할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박사는 냉담한 얼굴로 윌을 쳐다보았다.
"그렇습니다. 저도 절대로 그런 뜻으로 이 자리를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안심한 듯한 윌이 나이프로 심장을 한 조각 잘라 입에 넣었다. 그것을 확인한 박사는 음식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심장은 의외로 맛있었다. 적당히 부드러웠고 비린 맛이 많이 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뭔가 독특한 풍미가 있었고,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맛이 났다. 식사가 다 끝나갈 무렵까지 식탁은 조용했고 윌은 심장에 집중했다. 이윽고 접시를 다 비워갈 때 박사가 입을 열었다.

"하트에는 알다시피, 핵심이나 본질이라는 뜻이 있지요."
지나가듯 한 말에 윌이 멈칫했다. 그러나 박사는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은 다음 냅킨으로 입을 닦고 주방으로 갔다.
"와인과 치즈를 내 오지요."
식사가 다 끝나도록 심장으로 점철된 그 식탁을 이해할 길이 없었다. 아마 박사의 말 가운데 힌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식사는 평온했으므로 윌은 그냥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박사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 오늘 본 시신에는 심장이 없었다는 것은 나중에 생각이 났지만 그 점과 오늘 식사를 연결시키기에는 윌은 너무나 선량한 사람이었다.

 

 

--------------

저 동화책은 옛날에 번역된 말괄량이 삐삐라고 합니다. 염통 모양 과자라니 대단하죠.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살인마와 수사관  (0) 2013.09.29
[한니발]동묘앞 미국도사2  (0) 2013.09.20
뿌리 깊은 타디스 2  (0) 2013.09.08
[한니발]침(針)  (0) 2013.07.27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0) 2013.07.25

뿌리 깊은 타디스 2


만춘전은 시립하고 선 궁녀들과 문을 지키고 선 내관들과 별감들로 가득했다. 전에 없이 시위가 늘어난 것을 보고 신료들 몇이 궁금한 표정을 짓기도 하였으나 얼마 안 가 전각 안에는 왕과 내금위장, 그리고 색목인 셋만이 남았다. 궁녀들도 내관들도 긴장한 기색이었으나 그것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지밀상궁은 오늘 본 것에 대해 아랫것들에게 입단속을 단단히 시켜야겠다고 결심하는 한편, 무슨 일이 있으면 달려가기 위한 차비를 마쳤다. 무휼이 검을 뽑을 듯 움켜쥐고 서서 흉흉한 눈빛을 뿌리는 동안 왕은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옥좌에 앉아 박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사라.”
“그렇습니다.”
색목인 박사는 전각에 들어오자마자 복도며 기둥을 보며 예쁜 것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지엄한 곳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여 행동을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매우 진귀한 것을 보는 표정이었다. 경박하기로 이름난 이들도 궁에서는 달라지거늘 어찌. 무휼은 혀를 찼다. 그러나 색목인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호기심에 찬 눈길을 주고 있었다.
“지엄하신 분의 얼굴을 함부로 올려다보지 말라는 법도도 모르나?”
“아하.”
색목인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왕은 태연한 얼굴이었다.
“그냥 두어라. 모르는 것이 죄는 아니지 않느냐.”
“하오나 전하. 이자의 경망스러움이 도를 넘었습니다. 이는 전하를 능멸하는 것이라 여기옵니다.”
“과인이 능멸당했다 느꼈으면 알아서 이자를 벌하라 네게 명했을 것이다.”
무휼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주상의 말이 맞다. 판단은 주상이 하고 자신은 주상의 명을 받드는 신하일 뿐이다. 고개를 숙이고 한 발 물러가기를 기다려, 왕이 박사에게 질문했다.
“내 너와 같은 박사를 내 궁에 들인 적도 없고 너에게 박사라 한 적도 없거늘 어찌 박사라 하는가?”
“이 넓고 긴 천하에 저를 박사라 처음 칭한 이가 어찌 주상 뿐이오리까.”
“그러면 너는 누구의 백성이냐? 어디에 사느냐?”
“저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몸이옵고, 누구의 백성도 아니옵니다.”
박사는 정중하지만 단호하게 자신의 신상에 대해 말했다. 왕은 폭소했다.
“그놈 참, 기백이 대단하구나. 좋다. 그럼 몇 가지 물어보자.”
“하문하시지요.”
“너는 내년에 무엇이 일어날지를 아느냐?”
“미래를 아는 자는 없습니다.”
박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러면 어찌 정통 13년이라 하는가?”
“제가 본 것을 말씀드린 것 뿐이옵니다. 저는 여행자입니다.”
“어디를 여행하였나?”
“수많은 곳과 수많은 시간을 여행하였습니다.”
왕이 눈을 빛냈다.
“시간을 여행하였다?”
“그렇습니다.”
“어허, 이놈이 정녕 미친 게로구나!”
“무휼, 자네 가만히 있어보게. 어디 이야기를 해 보라.”
“전하!”
“어명이다.”
왕의 얼굴에 미소가 걷혔다. 무휼은 저 표정을 알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마방진을 풀 때 꼭 저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왕으로 있으며 저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무휼은 색목인의 뒤에 시립하고 섰다. 여차할 경우 놈을 베고 왕을 지키기 위해서. 왕은 보지 못했지만 그는 보았다. 색목인이 품 안에 넣어 둔 봉에서 푸른 빛이 났다. 옷 안에 손을 넣어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흥미가 있으십니까?”
“당연하지 않겠느냐.”
박사는 미묘한 표정으로 왕을 쳐다보았다.
“저는 왜 이리로 부르셨어요?”
“네가 본 것을 말해보라고 불렀다, 이렇게 말하면 어찌하겠느냐?”
“음, 제가 아는 건 지금 하고 있는 일 말이에요, 그거. 그거 아주 멋져요. 대단하다고요. 그것밖에 말하지 못하겠네요.”
“그래도 말하라 하면?”
“말을 했다 앞일이 바뀔 가능성을 생각해 보십시오.”
왕은 침묵했다.
“네가 미쳤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을 가능성은?”
이번에는 박사가 침묵했다. 그는 용상 옆의 기둥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허, 미쳤거나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라고 했잖느냐.”
“전하, 저 기둥에 혹시 요즘 무슨 일 없어요?”
왕이 한 번 더 침묵했다. 말투가 미묘하게 들뜬 박사가 한 번 더 왕에게 물었다.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거나 말이에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
“역시. 제가 여기 온 게 이거 때문이었나보네요……좋은 걸 보여드리죠.”
무휼이 칼을 조금 뽑았다. 어전이었지만 이상한 것을 든 자가 있었다. 하지만 왕은 태연하게 그자가 하는 양을 보고 있었다.
“자, 보세요.”
품 안에 있던 것은 금속을 끼워맞추고 긴 구슬을 끼워넣은 것처럼 생겼다. 박사가 무언가를 누르자 파란 빛이 났다. 푸른 빛을 기둥에 휘두르자 깩 하는 비명소리가 들렸다. 섬돌 밑에서 무언가가 기어나왔다. 보통보다 큰 두꺼비였다. 그것은 박사를 보더니 깩깩거리며 무서운 속도로 뛰어갔다. 그러나 박사가 조금 더 빨랐다. 기둥 뒤에서 깩깩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어디서 두꺼비인 척이야. 지구 생물도 아니면서.”
“너 규정 위반이야.”
“아, 아 이게 물어? 너 해 보자는 거냐!”


박사의 손에는 두꺼비였던 것으로 보이는 뭔가가 들려있었다. 색은 훨씬 꺼멓고 크기는 훨씬 작았다.
“먼 곳에 사는 동물인데 해롭습니다. 아마 여기서 뭔가 먹으려고 했겠죠. 여기서 그러니까, 그걸 만드신 거죠?”
“그렇다.”
“거기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먹는 겁니다.”
“지금 헛소리로 주상전하를 희롱하는 게냐!”
무휼이 화를 내자 왕은 손을 들었다. 더 나서지 말라는 뜻이다. 왕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삿된 사술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느냐.”
“그건 그렇지요.”
“내가 너를 이 자리에서 죽일 수도 있다.”
“그것도 그렇네요.”
박사는 애매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믿지 못하시는 듯 하군요.”
그가 다시 옷 속에 봉을 넣었다. 그때 왕이 히죽 웃었다.
“어딜 가려나 본데, 마음대로 들어왔다 마음대로 나가는 데가 아니네.”
무휼이 앞을 가로막았다. 조금 낭패한 얼굴로 앞을 보는 박사를 향해 왕이 웃어보였다.
“게 누구 없느냐.”
나이지긋한 내시가 들어와 절을 했다.
“집현전에 숙직하는 학사들 방이 있지. 이자를 거기서 재워라.”
“전하, 이자의 언행이 괴이하옵니다. 궁에 두기엔 과하옵니다.”
“내가 봐도 괴이하기는 하니 거참, 괴이하기는 괴이한가보구나.”
왕이 웃으며 말하는 동안 박사는 낭패한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거 그럼 잠시 좀 머무르거라. 과인이 바쁘니 좀 도와주어야겠다.”
“싫다면 어쩌시겠습니까.”
“조선의 궁에 머무를 기회다. 흔한 기회가 아니지. 어떠냐, 할 마음이 나냐?”
박사의 눈에서 뭔가가 번쩍였다.
“당연하죠!”
기인괴인이 하나 더 늘어났다. 감정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궁인들이 한숨을 쉬었다.

 

주상이 박사를 집현전에 거하게 하여 의견을 물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4년 3월 24일(1442년)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동묘앞 미국도사2  (0) 2013.09.20
[한니발]심장의 행방  (0) 2013.09.08
[한니발]침(針)  (0) 2013.07.27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0) 2013.07.25
[확밀아]눈과 비단  (0) 2013.06.30

[한니발]침(針)

11화 네타 약간 있습니다.

 

 

 

성희롱도 아니고 성적 의도도 희박한 성적 접촉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심장의 행방  (0) 2013.09.08
뿌리 깊은 타디스 2  (0) 2013.09.08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0) 2013.07.25
[확밀아]눈과 비단  (0) 2013.06.30
[신세계]여수밤바다  (2) 2013.06.10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액이 아닙니다."

"네?"

동묘에 용한 무당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김 모 씨(36세, 회사원)는 방에 어설픈 자세로 앉아있는 젊은 외국인에 한 번 놀라고-왜요, 외국인 처음 봐요? 하고 백인 무당은 까칠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외국인이 너무나도 까칠한 얼굴이라 두 번 놀라고, 마지막으로 액이 아니라는 말에 크게 놀랐다.

"액이 아니라니까요. 이건 범죄예요."

"네에?"

"그 남자친구, 당신 돈 먹고 나르려고 작정한 겁니다."

"하 참 기가 막혀서. 용하다고 그래서 믿고 왔는데 뜬금없이 뭔 소리예요?"

어이없는 표정으로 화를 내도 백인 무당은 눈썹만 조금 찡그리고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돈 빌려줬죠? 당신 이름으로 마이너스 통장 개설했잖아요."

"아, 그건 그렇지만...우리 결혼할 거거든요? 도사님 외국인이라 잘 모르시나본데 우리 나라에선 결혼 준비하는 데 돈 많이 들거든요?" 

무당은 가엾은 뭔가를 보는 표정으로 손님을 쳐다보았다.

"살림 차리려고 얻는 빚이 아닙니다."

"네?"

"빚이 있거든요. 음, 아마 한 2억하고도 몇 천 될겁니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네요. 사채네요. 아까 보여준 아이패드 케이스에 명함 들어있었는데 못 봤어요? 골드문 금융이라...... 조만간 인생이 끝장나게 될 거 같으니까 당신 앞으로 빚 다 떠넘겨놓고 자기는 다른 여자랑 외국으로 도망갈 예정이에요. 보니까 다른 여자가 있네요. 염색한 단발에 코는 성형인가요? 오 이런, 가슴도 했군요. 쌍꺼풀이 짝짝이인 걸 보니 수술이 좀 잘못됐나 ...누군지 알겠죠? 빚은 그 여자 때문입니..."

"뭐예요? 박은영 이 썅년이!"

36세 회사원 김 모 씨는 옆에 고이 놓아둔 가방을 움켜쥐고 분기탱천한 얼굴로 방을 뛰쳐나갔다. 동묘역 미국도사 윌 그레이엄은 등 뒤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게 제 디자인입니다."

 

단일민족 따위가 개소리가 된지도 몇 년,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십만이 넘은지도 몇 년. 그러므로 외국인 무당이 있어도 어색할 것 없다, 가 윌 그레이엄과 그의 신아버지인 잭 크로포드의 지론이었다. 당당하게 동묘역 미국도사라고 이름을 걸어놓은 것도 그것 때문이다. 미국도사는 좀 웃기지 않느냐고 윌이 항의했으나 잭 크로포드는 들어주지 않았다. 후보로 총각도사, 기인도사, 총각보살 등등이 있었다는 건 비밀이다.

어쨌건 윌의 영업은 성공적이었다. 무당집이므로 사회적인 관계에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좋다. 한국인들은 무당이 괴이한 행동과 말투를 구사할 수록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그것은 사실이었다. 용하다고 소문이 나자 고정적으로 찾아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게다가 예로부터 무당의 주고객은, 여자다. 잘생긴 얼굴이 영업에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물론 윌 그레이엄은 마지막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하는 일은 보통 무당들과 달랐다.

한국에서 무당이 하는 일은 사실상 심리상담과 같다. 남편 때문에 썩는 속 이야기도 들어주고, 살이니 액이니 원인도 여러가지로 찾아 주고, 남편 욕도 해 준다. 하지만 윌 그레이엄의 특기는 실종된 사람 찾기, 빚 받기, 살인사건 범인 찾기이다. 뉴스에 나오지 않은 사건도 몇 건, 뉴스에 나온 사건도 몇 건. 자기가 죽이기라도 한 듯 살인자의 인상착의와 살인동기를 줄줄 읊는 윌을 보고 네가 범인이냐고 멱살을 잡은 사람도 몇 있었다. 역시 한국인은 다혈질이라고 윌은 재미있어 했지만 분노한 잭은 사건을 맡지 않겠노라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신아버지가 화를 내도 한국 정부가 윌 그레이엄을 마음에 들어한 이상 일은 끝난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이거 좀 드셔보시겠습니까."

북유럽계로 보이는 신사 하나가 윌 그레이엄의 점집에 찾아왔다.

"누구..."

"아, 잭이 소개 안 하던가요. 정신과상담의 한니발 렉터입니다."

외국 억양이었지만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영어였다.

"사람과 처음 만나서 먹는 음식은 중요하죠. 몸에 들어가는 것은 그게 무엇이건 다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좀 가져와 봤습니다만...소시지 좋아하십니까?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가공육은 대개는 질이 낮지요."

한니발은 굿당의 앉은뱅이 책상 위에 회색 손수건으로 싼 도시락을 내려놓았다. 예기치 못한 상황에 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드세요. 만든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육질이 부드럽습니다."

그리고 그 말 그대로, 참 맛있어 보이는 소시지였다. 선홍색을 띤 소시지의 표면에는 묘한 광택이 흘렀고 제대로 훈제를 한 듯 짙은 향이 났다. 먹는 것에 초연한 윌이라고 해도, 소시지라고 이름붙인 허드렛고기 덩어리 내지는 고기의 ㄱ도 찾아보기 어려워 보이는 밀가루 혼합물에 진력이 날 때도 되기야 했다. 윌은 한니발이 내민 포크를 집었다.

"네 뭐...한니발 렉터 박사님, 이라고요?"

"그냥 렉터 박사라고 부르세요, 윌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수제 소시지와 커피를 가지고 온 북유럽계 미국인은,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은 방식으로 윌의 굿당에 들어왔다.

 

"많은 사건을 해결하셨다죠."

"과찬이십니다."

"저는 종교적인 부분은 잘 모릅니다만, 제가 아는 언어로 이야기하자면 공감능력이 극대화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는 부분은 그게 아니에요."

소시지를 먹던 한니발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윌은 얼굴이 저절로 굳는 것을 느꼈다. 원래 굳어있기는 했지만- 도대체 무슨 일로? 자신에게 일을 부탁할 것이라면 어째서 이렇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윌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니발은 여전히 사려깊은 말투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제가 맡은 아이입니다. 애비게일 홉스라고 하죠. 애비게일?"

그제서야 눈치챘다. 굿당 입구에, 멀찍이 떨어져 방에 들어가기도 싫다는 듯 찡그린 얼굴로 이쪽을 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

일단 직장이라 여기서 끊음. 신세계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2012.07.22)

그리고 새로 올렸습니다.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뿌리 깊은 타디스 2  (0) 2013.09.08
[한니발]침(針)  (0) 2013.07.27
[확밀아]눈과 비단  (0) 2013.06.30
[신세계]여수밤바다  (2) 2013.06.10
[언라이트]선생들의 대화  (0) 2013.06.08

[확밀아]눈과 비단

커플링 없습니다. 등장인물은 세이메이와 탈해.

역시 예전에 어느 1년짜리 글쓰기 프로젝트하는 홈에 올린 겁니다. 올해 1월이었나 2월이었나 탈해 카드 나오고 세이메이X탈해 커플링 나올 때...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침(針)  (0) 2013.07.27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0) 2013.07.25
[신세계]여수밤바다  (2) 2013.06.10
[언라이트]선생들의 대화  (0) 2013.06.08
[닥터이도]뿌리 깊은 타디스 1  (8) 2013.05.04

[신세계]여수밤바다

예전에 써 뒀던 건데 이제 백업하네요. 어딘가에 올렸던 글이라 가져오기 좀 그랬는데 뭐 그쪽 페이지 보는 사람이 얼마 없는 거 같고;;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니발]동묘역 미국도사  (0) 2013.07.25
[확밀아]눈과 비단  (0) 2013.06.30
[언라이트]선생들의 대화  (0) 2013.06.08
[닥터이도]뿌리 깊은 타디스 1  (8) 2013.05.04
[신세계]I'm your uncle!  (4) 2013.04.14

[언라이트]선생들의 대화

업데가 너무 없어서 조각글을 올립니다. 에리님이 리퀘해주신, 제자들을 놓고 대담하는 베른하드와 프리드리히이긴 한데 뭔가 대담의 주제가 요상하게 풀렸지 말입니다.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확밀아]눈과 비단  (0) 2013.06.30
[신세계]여수밤바다  (2) 2013.06.10
[닥터이도]뿌리 깊은 타디스 1  (8) 2013.05.04
[신세계]I'm your uncle!  (4) 2013.04.14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닥터이도]뿌리 깊은 타디스 1

<뿌리깊은 나무>의 이도와 <닥터후>의 닥터입니다. 데이빗 테넌트 닥터 기준입니다.

 

 

"흠경각 앞에 웬 목함이 떨어졌사온데 크기가 크고 모양이 기괴하옵니다!"
인시(寅時)도 어느덧 지나 묘시(卯時)에 이를 시간이었다. 상참이 끝나 조정신료들이 모두 물러가려는 찰나, 늙은 겸사복이 달려왔다.
"목함?"

왕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높이가 일곱 자이옵고 너비가 석 자이옵니다. 색은 파랗고 문이 있사옵니다."
"뭐라. 어디서 떨어졌느냐."
"하늘이옵니다."

신료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궐 안에 수상한 물건이 떨어지다니 이것은 나라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 아니오, 허나 그렇게 큰 목함이 어디서 떨어진다는 말인가, 근보 자네 이상한 생각 말게, 인수 자네는 내가 뭘 어쩐다고. 왕이 목소리를 내자 신하들이 입을 다물었다.
"흠경각에 떨어졌으면 다치거나 상한 자가 있느냐. 목함이 깨졌으니 파편이 튀었을 터. 건물이나 구조물이 상했으면 고하라."
"그것이, 목함이 멀쩡합니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타났는데 깨진 곳 하나 없습니다."
일순 정적이 흘렀다. 겸사복은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조아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무슨 소리냐."

늙은 겸사복의 주름진 얼굴에 땀이 맺혔다.

"다친 자도, 깨진 것도 하나도 없사옵니다."

"뭐라?"

"그리고 목함 안에서, 그것이, 전하, 차마 소인은 고하기 어렵사옵니다."

겸사복은 이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왕이 얼굴을 찌푸리고 겸사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포교가 달려왔다.
"황공하옵니다! 궐 안에 수상한 자가 침입했사옵니다!"
왕의 얼굴이 굳었다. 당시 수찬 벼슬을 하던 근보 성삼문은 생각했다. 이거 엄청나게 재미있는 일이 터지겠구나, 하고. 히죽히죽 웃기라도 했는지 갑자기 옆구리가 아팠다. 옆을 보니 인수 박팽년이 자신을 근엄한 얼굴로 노려보고 있었다. 뭐 어때, 재미있어 보이는데. 고개를 으쓱하자 재차 옆구리에 주먹이 박혔다. 먼 곳에서 조 대감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삼문은 생긋 웃었다. 에이 뭐 이런 걸 갖고. 전하께서 더 재미있어 하실 것입니다.

 

내금위장은 파란 옷을 입은 이상한 자를 노려보았다. 짧은 갈색머리에 아무 것도 쓰지 않았고 바지는 통이 좁았으며 웃옷은 깊이 파였고, 목에 파란 띠를 묶고 있었다. 코가 높고 눈이 우묵히 들어갔으며 눈색이 파랬다. 궁에는 색목인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아 궁녀들이 문 뒤에서 놀라 얼어붙어 있었다. 더구나 목함을 열고 사람이 나왔다. 그자는 무기를 든 사람들을 보고도 태연하게 두 손을 머리위에 올리고 버티고 서 있었다. 담력이 보통이 아니다.
"닥터, 그래요, 여기 말로 박사입니다."

"무슨 박사냐.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그냥 박사고 여기에는 왔으니까요."

"무례하다!"

내금위장의 일갈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자는 그냥 주위를 둘러보며 신기한 표정만 짓고 있었다.
"수상하다. 의관도 갖춰입지 않고, 머리도 맨머리이니 상것들도 그렇게 다니지는 않는데, 어찌 궐 안에 이리 무례한 자가 들어오는가. 호패도 없는 자가 어찌 박사라 하는가. 궁에 색목인 박사가 없는데 누구냐?"

재차 닥달해 보았으나 그자는 웃기만 했다. 표정이 굉장히 풍부한 것이 아주 경박해 보였다.
"방금 봤잖아요. 아, 모자. 그렇지. 동아시아에는 맨머리를 드러내지 않는 풍습이 있었지. 미안해요. 타디스 안에 가면 많아요."
"타디스?"
"저기 저거요."
"목함의 이름이 괴이하다. 오랑캐냐?"
"아니, 그냥 내가 타고 다닌단 말입니다."
내금위장 무휼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갑자기 흠경각 앞에 떨어진 목함만 해도 기괴한데, 그 안에서 나온 인간은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괴이한 존재였다. 그냥 정신이 나간 자라고 해도 궁 안에 그런 것을 들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체 어디로 어떻게 들어온 것인가. 다른 곳이라고 해도 큰일날 판이다. 하지만 여기는 흠경각이다. 침전 안쪽에 있는 은밀한 곳이다. 게다가, 무휼이 세상에서 제일로 섬기는 전하께서 중히 여기시는 곳이다. 앙부일구며 간의가 있는 곳이다. 또, 전하께서 은밀히 함원전에 집현전 학사 몇 명을 들이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침입자가 들어왔다는 것은, 그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자를 끌고 가 입을 열게 해야 할 것인가. 무휼은 언성을 높였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느냐! 조선의 궁궐이다. 전하께서 계신 곳이니라!"
"저 분요?"
내금위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 자가 가리킨 곳에 왕이 서 있었다.
"저 자가 목함 속에서 나온 자이냐. 우리 말을 잘 하는구나."
"국왕이십니까?"
색목인은 허리를 굽혔다. 예를 표하는 것 같았으나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지 않았다. 시립한 내관과 궁녀들이 모두 황망해 하였고 무휼도 어이가 없어 그저 그 자를 노려보았으나 왕은 개의치 않았다.
"그래. 과인이 조선의 왕이다. 너는 누구냐?"
"나, 아니지. 저는 박사입니다. 이름은 없사옵고 그저 박사라 칭합니다."
"저 무엄한 놈!"
무휼이 언성을 높였으나 왕은 그저 그 자를 올려보고 있었다. 키가 육척을 넘길 듯, 꽤 컸다. 체구는 여위었으나 만만히 볼 자는 아닌성 싶었다. 사선을 넘나들며 살았던 무휼은 그 자에게서 위협감을 느꼈다.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 리 없는데, 왕은 태연히 그 자에게 물었다.
"남들이 그리 부르느냐?"
"아니오. 제가 저를 박사라 칭하옵기에 남들도 그런 줄 알고 박사,박사 합니다. 그런데 여기는 언제인지요?"
여기는 언제? 말이 어딘가 이상했다. 왕도 그 말에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자의 얼굴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그냥 답해주었다.
"정통 13년이다."
갑자기 그 자가 환호하며 방정맞게 빙글빙글 돌며 혼자 빠른 속도로 말했다.
"그래, 그래, 여기는 조선이었어! 저이가 세종 이도군. 장헌대왕이야! 아니아니아니 아니지, 여기서 이 말을 하면 안 되지. 저건 저 자의 미래의 이름이니 안 돼. 여기서는 그냥 왕으로 불리겠지. 법률 전문가이며 법의학 전문가, 인쇄에도 고명한 왕이자 조선 최고의 학자이지. 당대 아시아에서 당할 자 없는 언어학자, 아 그래! 그거야! 왕의 최대 업적이지! 그걸 만들었어! 생각났다. 생각났어! 그래, 그거야! 정통 13년! 바로 코 앞이군! 몇 년 뒤면 그게 온 나라에 퍼지겠지!"
그때까지 태연하던 왕의 얼굴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무휼은 어의를 짐작했다. 그것이다. 저 자는 그것을 알고 있다.
"무엄한 놈! 그 입을 찢어버리기 전에 입을 다물어라. 지존이시니라. 어찌 너 따위가 감히!"
무휼이 칼을 뽑아들었다. 창백한 얼굴로 그 자의 망령된 언동을 쳐다보던 왕이 손을 들어 무휼을 막았다.
"전하!"
"이자를 만춘전으로 데려오라! 내 이 자와 논할 것이 있느니."
"하오나 전하, 수상한 자이옵니다."
"색목인이 수상한가. 원에는 색목인이 많았다. 고려에도 사신으로 왔지."

왕은 의외로 태연했다. 자신의 계획을 아는 색목인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려 보였지만, 그자에게 듣고 싶은 것이 많은 듯했다. 하지만 무휼이 보기에는 그냥 수상한 자에다, 위험한 자이기까지했다.
"그 뿐이 아니옵니다. 전하, 이 자는 알고 있사옵니다."
"내금위장, 직접 지키라. 그러면 되겠는가?"
"송구하옵니다."
왕은 먼저 걸음을 옮겼고, 그 뒤를 따라 성큼성큼 걸어가려는 그 자를 무휼이 불러세웠다.
"손을 묶겠다. 허튼 생각을 하면 목을 벨 것이다."
"오. 목을 벤다는 말도 오랜만이군. 좋아요. 자, 묶어요."
그자는 손을 내밀고 생글생글 웃었다. 손을 묶는 동안 그 자의 웃옷 틈에서 금속으로 된 봉 같은 것을 본 것 같았다. 무기는 아닌 듯 싶어 그냥 두었다.

 

 

흠경각에 목함이 있었다. 목함의 주인이 박사였는데 주상께서 박사를 벌하지 않고 만춘전에 불러 하문하셨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24년 3월 23일(1442년)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세계]여수밤바다  (2) 2013.06.10
[언라이트]선생들의 대화  (0) 2013.06.08
[신세계]I'm your uncle!  (4) 2013.04.14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2013.01.03

[신세계]I'm your uncle!

신세계 연성이 사실 하나 더 있는데 그걸 가져오나마나 고민중입니다. 아무튼, 젬과 시집횽과 주고받은 대화에서 나온, 이자성네 아들 예뻐 죽는 팔불출 정청. 네타 있습니다.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사약을 좀 얻어마셨습니다. 에리 님 리퀘로 쓴 베른TS에바입니다. 레지먼트 쪽이 정리가 잘 돼서 군견조와 스승들이 모두 어느 숲 속 작은 집에서 산다는 설정입니다.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트위터에서 군견조 머리를 군바리처럼 밀고 싶다시던 에리 님의 말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에서 깨어난 아이자크의 눈에 가장 먼저 비친 것은, 결박당한 자신이었다. 잠시 후에야 그것이 거울임을 깨달은 아이자크는,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총에 손을 가져가려고 했으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묶여있는 모양이었다. 

"몸을 움직이면 다칩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뒤통수께에 차가운 금속이 닿아있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습격인가, 아이자크는 인기척부터 살폈다. 자신의 뒤에 하나, 그 뒤에 하나, 그리고 문가에 하나. 거울에 비친 녀석들은 모두 얼룩덜룩한 카키색 무늬 옷에 군화를 신고, 머리에는 창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놈들은 살상훈련을 받은 정규군이다, 그렇게 판단한 아이자크는 실내에 묶여있는 사람이 자신 뿐이라는 것도 깨닫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에바리스트는, 에바는 어디 있지. 

아마도 같이 잡혀왔다면 그의 친우이자 상사이자 전우는 다른 곳에 있을 것이다. 고급 정보를 빼내기 위해 특수한 고문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반사적으로 생각한 아이자크는,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자신만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다음은 에바가 알아서 하겠지.그냥 입을 다물고, 고문을 견디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다. 여차하면 놈들을 모두 찢어발겨서라도 나가서 에바를 구하면 된다. 그렇게 결심하고 아이자크가 심호흡을 하자, 바로 등 뒤에 서 있던 녀석이 입을 열었다.

"긴장하지 마십쇼."

"바르트 소령님은 어디 계신가?"

"바르트 소령님이라면 그 흑발 소령님 말씀하시는 거군요. 안심하십시오. 좀 더 좋은 시설에 계십니다."

"......"

"게다가 먼저 들어가셨으니 대위님 나가실 땐 다 끝났을 겁니다."

"끝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지? 아이자크는 필사적으로 생각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에바가 판단하고 자신이 움직인다. 그러나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에바는 괜찮을 거다. 하지만 끝난다니.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등 뒤의 목소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고작 이발입니다. 사회에 있을 때 미용일 오래 해서 바리깡 정도는 껌이지 말입니다. 긴장하지 마십쇼"

어? 아이자크가 뭔가 잘못되었닥 느낄 때 목에 수건이 둘러지고, 그 다음에 분홍색 긴 가운 같은 것이 둘러졌다. 뒤에 서 있던 모자에 가로줄이 네 줄 들어간 녀석이 씹듯 내뱉았다.

"군바리는 머리밑 살이 보이도록 씨원-하게 미는 게 최고지 말임다. 그럼 밀겠지 말임다." 

금발 한 줌이 바닥에 후두둑 떨어졌다.


바람이 서늘하게 파고드는 머리카락에 손을 댔다. 까슬까슬한 게 꼭 선인장 같아서 아이자크는 울상을 지었다. 내가 그래도 장교인데 머리를 이렇게 밀어버리나? 어느 나라 군대야 여긴. 그러나 아이자크는 머리를 빡빡 깎은 에바리스트를 본 순간 웃느라 자기 머리에 대한 것을 모두 잊었고 잠시후엔 에바리스트한테 얻어맞느라 머리에 대한 것을 또 잊었다.

여담인데 시원하게 머리를 민 에바리스트에 대한 아이자크의 감상은, 두상이 동글동글했다, 라고 한다.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세계]I'm your uncle!  (4) 2013.04.14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2012.10.10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긴상, 사실 내가 널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잘 모르겠지만-사람들이 내가 쓰는 글 네타 듣고 당신 최애캐가 긴상이 아니라고 그런다- 아무튼 축하는 해 주마.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라이트]큰 숲 작은 집  (2) 2013.03.31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2013.01.03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은혼]세계의 밤 5

이제 정말 비축분이 다 떨어졌습니다. (묵념)

전에 썼던 내용을 수정했고요 이 뒤는 이어서 쓰고 있습니다. 책은 어떻게 나올지 생각을 좀 해 봐야겠습니다. 일이 너무 바빠서...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언라이트]군인복무규정을 준수하시오  (2) 2013.01.03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2012.10.10
[은혼]세계의 밤 4  (0) 2012.09.10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京極子傳  (2) 2012.09.04

[은혼]세계의 밤 4

사카타 긴토키 진선조 부장 설정입니다. 전체주의국가 일본과 어용경찰 진선조가 나옵니다.

고문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쓰는 사람 능력이 부족해서 별로 무섭지는 않지만 고어에 약하신 분은 주의하세요.

 

'쓰고 만든 것 > 그 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혼]직모가 곱슬머리의 아픔을 어찌 알리오  (2) 2012.10.10
[은혼]세계의 밤 5  (0) 2012.10.05
[은혼]세계의 밤 3  (0) 2012.09.05
京極子傳  (2) 2012.09.04
[은혼]세계의 밤 2  (0) 2012.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