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가 너무 없어서 조각글을 올립니다. 에리님이 리퀘해주신, 제자들을 놓고 대담하는 베른하드와 프리드리히이긴 한데 뭔가 대담의 주제가 요상하게 풀렸지 말입니다.
엄밀히 말해 베른하드가 에바리스트만의 스승인 것은 아니고, 프리드리히가 아이자크의 스승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들은 레지먼트의 교관이지 두 사람만의 스승은 아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 스승은 각별했고, 스승들에게도 애제자들은 각별했다. "에바리스트?" 그래서 프리드리히가 형의 숙소에 찾아와 커피를 청하며 에바리스트에 대해 운을 띄웠을 때 베른하드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를 가르치면 셋을 알지." "보통 칭찬은 그렇게 하는 거 아니지 않아?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안다고 하는 거 아냐?" 프리드리히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베른하드는 진지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게 맞아." "응?" "하나를 가르치면 그 다음을 알지. 하지만 그게 전부다. 그리고 그 다음은, 안 하는 거 같다." "안 한다?" "그래." 베른하드는 무언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프리드리히는 그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할 수 있는데 일부러 안 하는 거. 그러니까 꼭 필요하고 중요한 건 배우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가 없다거나, 당장 훈련이나 삶에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등한시하는 느낌이란 말이다." 할 수 있는데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만이었다. 프리드리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자크도 그러냐." "그래서 물어본 거야." 쌍둥이는 서로 생각을 쉽게 읽어냈다. 베른하드가 미간에 주름을 지었고 프리드리히는 말을 이어갔다. "하나를 가르치면 셋을 하지. 에바리스트랑 똑같이." "똑같다?" "뭐 아닐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걔도 그래. 해도 되는데 안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베른하드가 턱에 손을 대고 잠시 뭔가를 생각했다. "둘이 친하지?" "친한 정도가 아니지. 아주 둘이 한 몸같이 구는 거 못 봤냐."
베른하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똑같이 구는 걸 보면 가끔 어이가 없다니까. 암튼 형 그래서 걔한텐 뭐라고 했어?" "쓸모 없는 건 없다고 했지." "나랑 같네?" 프리드리히는 히죽 웃었다. "하지만 방법이 같진 않았겠지." 베른하드는 군사학 시간에는 큰 관심이 없어보이던 아이자크를 떠올렸다. 그리고 용병술에 관심을 가진 것처럼 보였으나 굳이 공부하지 않으려 드는 것 같았던 에바리스트를 떠올렸다. -당장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는 건 어리석은 생각이다. -아니에요. 교관님. -그게 아니면? -지금 급한 게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에바리스트는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뭔가 부자연스러웠다. 무슨 목적에 삶을 끼워맞추는 것처럼, 아이들은 철저히 계산된 것만을 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것처럼 살고 있었다. 프리드리히는 탄식했다. "특이하다. 희한해. 마치 둘이 하나의 목적을 가진 것처럼 똑같이 굴고 앉았으니 참." "아니다. 아니, 맞나. 아니, 역시 아니다." "뭔 소리야, 베른하드." 베른하드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느라 한참을 시간을 들였다.
"네 말이 맞기는 한데 아니라는 이야기다."
"응?"
"걔들 하는 걸 잘 봐. 에바리스트가 움직이면 아이자크가 따라가잖냐."
"아, 하긴."
둘은 동시에 뭔가를 떠올린듯 얼굴을 마주보았다. "꼭, 아이자크가 에바한테 맞추는 거 같잖아. 에바가 칼자루를 쥐고, 아이자크가 따라가듯이."
그리고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애가 저러는 게 좋은 게 아니지." "둘 다 뭐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우리가 알 일은 아니다 싶네." 프리드리히가 중얼거렸다. "알려고 하더라도 그 애들이 말해주지도 않을테고." 베른하드의 말에 프리드리히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동감." 그리고 그들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부자연스럽게 보이는 아이들의 모습은 점점 그들이 레지먼트에 적응하며 차차 줄어들었다. 그들이 마지막 소용돌이를 처리하기 직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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