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이 애비게일이라고 부른 소녀는 그의 등 뒤에 숨어 윌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줍음을 타나. 웃으며 소녀의 얼굴을 올려보던-무당답게 윌은 바닥에 앉아있는 방법을 배웠다-윌의 눈에 애비게일의 표정이 들어왔다. 수줍어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눈을 치켜뜨고 상대를 쳐다보고 있는 얼굴은 수줍어하는 얼굴이 아니다. 적대적인 표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쳐다보는 얼굴에는 일종의 안도감이 섞여 있었다.
"애비게일 홉스입니다."
"홉스요?"
"네, 익숙한 성일 겁니다. 개럿 제이콥 홉스, 기억하실테지요."
아, 그래서였나. 윌은 그제서야 소녀가 자신에게 품은 적대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아이의 아버지는 본국으로 송환되어 사형당했습니다. 덕분에 이 아이는 목숨을 구했죠."
미국에서 수배령이 내려진 범죄자가 한국에 와서 신분세탁을 하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에서 조용하게 살다 한국에 와서 사고를 치는 경우도 있다. 연쇄살인마 개럿 J 홉스는 그런 경우는 아니었다. 일단 범죄자 신분으로 온 것이 아니었고, 한국에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저 미국에서 많은 소녀들은 죽인 후 증거를 남기지 않고 한국으로 이민을 왔고 한국에서 그의 딸 애비게일 홉스를 죽이려고 시도했다. 윌이 미국에서 소녀들을 죽인 것이 홉스라고 밝혀냈고, 그 즉시 수사를 시작한 FBI 덕에 애비게일은 죽지 않았다. 그저 감금되었다 사흘만에 구조되는 정도에서 끝날 수 있었다. 윌은 나중에 신문에서야 그 이야기를 볼 수 있었지만 아이의 사진도 이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홉스가 딸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알지 못했다. 딸 대신 닮은 아이들을 죽이고, 멀리 아시아로 이민을 온 뒤에도 결국 딸을 데려와 죽이려고 시도했던 뒤틀린 애정의 소유자라는 것 외에는.
"저는 한국에는 교환교수로 왔지만, 같은 나라 사람이라는 이유로 저를 이 아이의 상담의로 붙여주더군요."
한니발이 입을 열었다.
"이 아이의 상담에 당신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아, 아니오, 저는-"
윌은 대답을 망설였다.
일단은 여기까지. 아래는 추석에 트위터에 슥슥 날려쓴 외전입니다.
그래요 솔직히 말해서 이거 쓸 때까지는 이야기 전개가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 했지...
청계천은 오늘도 잘 흘러간다. 서울 시내에 이렇게 많은 물이 있다니. 감탄하는 윌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거 다 수돗물이라는군요." "아, 렉터 박사님." "편하게 부르셔도 상관없습니다." "오늘은 무슨 일이신가요, 렉터 박사님?" 한니발은 잠시 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는 말을 이었다. "한국의 큰 명절이 근처랍니다. 추수감사절 같은 거라고 들었어요. 가족이 모두 모여 시간을 보내는 날이라고요." "그런가요? 저는 기혼여성들이 남편의 가족과 투쟁하는 날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무당집에 찾아와 신세한탄하는 여성들과 너무 오래 이야기를 주고 받았나보다. 한니발은 윌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 굳이 지적을 하거나 수정을 할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한국인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날에 대한 애착이 강하지요. 그 점 때문입니다." "애비게일요. 한국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려서 고생하고 있는 아이지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윌은 눈을 깜박였다. "하긴 좀 힘들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버지가 연쇄살인범이라는 게 언론에 노출되어 고생을 했지요." 한니발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는않았다. 윌은 그 사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조언한 사건이었고, 그 사건으로 한국 경찰의 주목을 받게 되어 약간 고생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이 있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다. 한니발은 무표정한 얼굴로 윌을 쳐다보았다. 애비게일 생각을 하며 일그러진 윌의 표정에 한참 눈이 머물렀다. "제가 뭘 하면 되죠. 애비게일은 저를 믿지 않아요." "제사를 지내줍시다." "제사요? 굿?" "죽은 영혼을 달래는 겁니다. 애비게일에게 위로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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