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써 뒀던 건데 이제 백업하네요. 어딘가에 올렸던 글이라 가져오기 좀 그랬는데 뭐 그쪽 페이지 보는 사람이 얼마 없는 거 같고;;
아따 씨이발. 정청은 방파제 너머로 침을 길게 뱉었다. 피와 침 사이로 까슬까슬한 것이 같이 나온 것이 아무래도 이가 좀 부러진 것 같았다. 이거 큰일나부렀네, 씨부럴 놈의 이빨은 왜 혼자 쌩으로 부러지고 지랄이여 지랄이. 혼자 입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아까부터 한참 방정맞은 소리로 울려대는 핸드폰을 켰다. 짝다리를 짚고 서서 건들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브라더 지금 어디냐? 뭐여 이제 모텔골목이여? 야 이 새끼야. 쏘주 사 오는데 뭔 시간이 그렇게 걸리냐? 나? 여기 방파제 쪽인디? 어, 어, 그래 이 씨발놈아 보인다. 싸게싸게 뛰어오지 않고 멋 허냐.” 이자성이 한 손에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골목 사이에서 걸어나왔다. 핸드폰을 든 손에는 붕대가 어설프게 감겨 있었다. “여기요 형. 아 많이 기다리지도 않았으면서 뭔 엄살이래.” “이놈아 기다리는 사람은 눈알이 빠져 뒤질 거 같어야. 그저 이럴 땐 쐬주 한 잔 빨아주는 게 최고제. ……근디 보해로 샀냐?” “그럼 다른 것도 있어요?” “참이슬이라나 뭐라나 그런 거 파는 개호로잡년의 새끼들이 많으니께 허는 말 아니냐. 나가 다른 건 몰라도 쏘주는 빠삭하게 꿰고 있어야. 사람이 처먹던 걸 먹어야제, 안 그러냐잉.”
지역 소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는 정청을 보고 이자성이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술맛도 모르면서 무슨. 형은 그냥 막 들이붓잖수. 소주랑 고량주 구분은 가요?” “옴마, 너 말꼬리가 참 거시기하다."
"그럼 먹지 말던가."
"아 이 싸가지 없는 놈의 섀끼가. 그것이 그런 것이 아닌데 워째 형님 말씀을 고렇게 꼬아서 듣는다냐?"봉다리 내놔 봐라. 어디 뭣뭣을 사왔나……아이고고고고 팔이야.” 정청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다 팔을 잘못 건드렸는지 잠시 신음을 흘렸다. 비닐봉지 안에서 소주 네 병과 새우깡을 꺼내고, 종이컵을 꺼내다 “야야 잔은 무슨 잔? 종이꼽뿌는 뭐하려고 샀냐. 쏘주는 나발 불라고 있는 것이 아니냐. 가시내들마냥 꼽뿌에 따라 마시면 쓰겄냐?” 이자성은 정청이 종이컵을 보며 눈을 부라리건 말건 한 병을 따서 정청에게 내밀고 자기 몫의 술병을 잡아 병을 땄다. 정청이 혀를 찼다. “차갑기가 동태 같은 새끼가, 거 참.” “컵 사오지 말라며요?” “그것은 그것이고, 요것은 요것이다 이 냉동참치 같은 쓰벌놈의 브라더야.” 이자성의 손에서 술병을 확 낚아채서 종이컵에 넘치도록 술을 따랐다. 이자성이 쓰읍, 하고어깨를 움츠렸다. 아까 칼에 베인 손이 따가운 모양이다. 정청은 피식 웃고는 자기 소주병을 손에 들고 간빠이! 하고 외쳤다. 이자성이 오기를 부리는 듯 일부러 다친 손을 내밀었고 정청은 병을 세게 부딪혀 술이 흐르게 하는 것으로 답했다. 이자성이 입에 종이컵을 물고 한 손으로 다친 손을 붙잡고 부들부들 떠는 동안 정청이 소주병을 호기롭게 기울이다 부러진 이가 시린지 인상을 확 찌푸렸다. “아까 부러진 거요?” “그 좆같은 새끼 사람 아구창을 그렇게 날려버리냐.” 세꼬시파 새끼 보스가 정청과 시비가 붙어 한참 난리가 났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 정청이 회칼 하나 들고 가게를 온통 휘저어놓고 온 다음에 두 파 간에 싸움이 크게 났고, 결국 정청이 그놈 배를 따 버리겠다고 난리를 쳐 댔다. 하도 흉흉하게 난리를 쳐대서 여수 바닥이 온통 시끌시끌했다. 새끼 보스는 어디 모텔방에 숨어 있었다. 그걸 찾아낸 것이 이자성이었고(정확히는 강형사의 지시가 있었다) 그래서 둘이서 모텔방을 피바다로 만들어놓고 오는 길이었다. 새끼 보스가 끼고 있던 어린애는 안 됐지만 꺅꺅거리며 도망가려고 하길래 별 도리가 없었다. 이자성은 아직 젖살이 통통하던 여자애를 찌르던 감각이 손에 남은 듯해 잠시 손을 더러운 것 떼내듯 흔들었다. 물론 이쪽도 피해가 컸다. 이자성은 손바닥에 손금이 하나 더 생길 것 같았고 얼굴 여기저기에 칼에 스친 상처가 나 있었다. 정청은 왼쪽 팔이 금이 간 건지, 어떻게 된 모양이고 어깨에 칼을 맞았다. 거기다 이도 부러진 모양이다. 그걸 대충 붕대로 싸매고 나더니 정청이 이자성더러 술을 사서 바닷가로 가자고 해서 지금 방파제 위에서 깡소주에 새우깡으로 대작 중이다. 땀과 피를 대충 닦아냈지만 찢어지고 피 묻은 옷을 입은 남자 둘이 방파제 위에 앉아있는 꼴이 참 처량했다. “형, 병원 안 가요? 그리고 우리 너무 심하게 한 거 아닌가 모르겄네. 이래도 되나?” “나는 뭐 이 좋은 봄날에 사람 쑤시면 좋은 줄 아냐. 그놈이 백 번을 잘못했으니 나가 화가나서 그란 것이제. 그 쓰벌놈의 새끼가 사람 보기를 홍어 거시기보다 끕을 낮춰서 보고 있는디 나가 빡이 치것냐 안 치것냐? 이 하나 나가고 그 개노무시끼를 잡았으면 된 거 아녀?” “뭐, 잘 했수. 당분간 잠잠할 거 같아요.” “역시 우리 브라더가 참 똑똑혀. 느가 똘똘하게 구니 나가 오야 할 맛이 난다.” 정청은 웃으며 새우깡을 너댓개 집어 입에 쑤셔넣고 우적우적 씹었다. 이자성은 붕대 사이로 술이 스며들었는지 여전히 손을 잡고 울상을 짓고 있었다. “너 그 꼽뿌 좀 줘 봐라.” “왜요?” 이자성이 컵을 내밀었다. 정청이 이자성의 앞에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들었다. 얼굴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자세로 선 정청은 이자성의 얼굴을 살피더니 혀를 끌끌 찼다. “우리 브라더, 이렇게 생겨서 워쩌냐. 장가나 가겄냐. 아가씨들이 니 얼굴 보고 다 도망가겠게 생겼으니 이것을 어떡해야 쓰것냐.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컵 안의 소주를 손바닥에 부어서 이자성의 얼굴에 손을 뎄다. “아, 쓰……형, 하지 마요.” “야, 니 얼굴을 생각혀서 하는 것이여. 니 얼굴이 좆같이 생겼는데 흉까지 지면 숭혀서 두 눈 뜨고 보것냐?” 다친 데다 술을 발라주며 정청은 평소처럼 너스레를 떨었다. 올려다보는 정청의 표정이 평소보다 심각하지 않았으면 남 얼굴을 좆이라니 형 좆은 얼마나 잘생겼냐고 버럭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여기 저기 살피는 모양이 제법 절절하다. 온통 천박하고 싸 보이는 천상 양아치 얼굴인데 이럴 때 보면 제법 형님같기도 하고, 데굴데굴 굴리는 동그란 눈이 제법 선량해 보이기도 한다. 깡패새끼가 선량은 무슨, 어이가 없어서 히죽 웃던 자성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청이 종이컵에서 술을 손바닥에 넘치도록 따르고 있었다. “왜 또 내 술을 따라붓는데?” “아따 그놈 똑똑한 줄 알았는데 헛똑똑이네. 그라믄 내 술을 따르것냐? 나가 마시던 술을 왜 브라더 니놈새끼 좆같은 면상에 부어야?” “술 바른다고 상처가 나을 거 같으면 흉 진 놈이 없겠소! 아 놔요!” “싫어야. 나가 왜 니 말을 들어야 하냐?” 어느새 실랑이가 간지럼태우기인지 레슬링인지로 변했고 둘은 데굴데굴 구르다가 아이고 팔이야 아이고 갈비야, 형 손 아파요, 좀 놓으라고! 같은 소리를 반복하다 웃다가 지쳐 쓰러졌다. 발치에서 술병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 위로 등 뒤 모텔촌 간판의 알록달록한 조명이 흐릿하게 비쳤다. 밤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사람 피냄새인지 바닷비린내인지 알 수 없는 알딸딸한 밤이라고 이자성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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